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히로히토 사망]일본 기획 보도[양영철]

[히로히토 사망]일본 기획 보도[양영철]
입력 1989-01-07 | 수정 1989-01-07
재생목록
    [히로히토 사망][일본 기획 보도]

    ● 앵커: 히로히토의 사망과 아키히토의 등장으로 일본에서는 이제 이른바 천황제에 대한 국가적 또는 국민적 행사가 한동안 계속돼 갈 것입니다.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떤 계기가 있을 때 국가적으로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국가의 진로를 둘러싼 세계의 관심도 상당히 높아질 것입니다.

    뉴스데스크는 앞으로 일본을 예감해보는 몇 편의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왕은 죽어도 천황제는 살아있다는 의미를 양영철 기자가 보도하겠습니다.

    ● 기자: 소위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미명 하에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세계 각국으로부터 전쟁 책임자로 비난받았던 히로히토가 사망함으로써 일본은 일단 형식적으로는 2차 대전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났습니다.

    일본은 오늘 새로운 연호를 평화를 달성한다는 뜻으로 헤이세이, 즉 평성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새 시대 개막과 함께 세계 각국에 평화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의 일단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국가구조 특히 천황제에 대한 정통한 전문가들은 비록 천황은 죽어도 천황제는 살아있다는 말로써 일본의 정치구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 헌법 제1조에 명시돼 있듯이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인 일왕은 그동안 정치 실세들에 의해 교묘하게 이용돼 왔습니다.

    일왕은 태평양 전쟁 때는 일본은 물론 한국과 만주 등지의 국민들까지 하나로 끌어 모아 전쟁터에 동원되도록 하는 구심점으로 이용됐습니다.

    그러나 전후에는 일왕은 전쟁 책임이 없고 오히려 종전으로 이끈 평화주의자로 호도돼 왔으며 일본 경제를 부흥시키는 정신적 지주로까지 탈바꿈했습니다.

    ● 신희석(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았을 경우에 그동안 거의 터부시돼 오던 전쟁 책임소재의 재추궁 문제라든가 전후 헌법의 개정논의, 그리고 이미 과거라고 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 인물로서 그에 대한 정치적인 평가와 제도적인 논의가 가일층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 기자: 이 같이 천황제가 일본 정치 실세들에 의해 교묘하게 활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일왕 아키히토, 즉 평성시대에 들어서서는 천황제의 강점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2차 대전 개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이 오히려 자신들의 행위를 미화시키며 나아가서는 전쟁 책임자인 일왕에 대해 면죄부까지 만들어내는 논리로 볼 때 일본은 앞으로 더욱 군사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국가지상주의 길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양영철입니다.

    (양영철 기자)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