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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우리나라 수출 전선비상, 고려무역의 하루[김상철]

우리나라 수출 전선비상, 고려무역의 하루[김상철]
입력 1989-06-04 | 수정 198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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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수출 전선비상, 고려무역의 하루]

    ● 앵커: 우리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시장 개방 압력과 원화절상 등으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는 최근의 우리 무역현실은 올해의 수출목표 700억 달러 달성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비상에 걸려있는 우리의 수출무역전선을 보도합니다.

    김상철 기자입니다.

    ● 기자: 지난 3월 이후 세달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습니다.

    지난달까지 무역적자는 1천1백만 달러.

    무역회사의 하루 일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고려무역 오주성 부장도 하루 일의 시작은 텔렉스 점검에서부터 입니다.

    텔렉스를 보고 내려야 하는 지시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해 놔야 합니다.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회의도 많아졌고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과별로 할당된 목표에 실적은 늘 모자라서 지난 한 달도 목표의 90%정도 밖에는 수출을 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의 무역동향은 미국으로의 수출은 줄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어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수출은 대단히 어렵고 수입은 쉬워졌습니다.

    미국의 환율절상 압력에 대처한다고 달러에만 우리원화의 가치를 맞추다 보니까 일본엔화에 대해서는 작년 말에 비해서 17%나 절상돼 버렸습니다.

    작년 말에 일본 돈 100엔을 받으면 우리 돈 550원을 받는 셈이 됐는데 지금은 100엔이 470밖에 되지 않으니 470원을 받고 550원짜리 물건을 팔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전 결제와 지시가 대개 마무리되면 특별히 임원단에 보고할 사항이 없을 때에는 관련업체를 방문하게 됩니다.

    일본인과 직접 상담해야 하는 가방회사에는 일본어를 잘 하는 박과장을 보내기로 하고 오부장 자신은 수입업자로부터 2차분 선적을 독촉 받고 있는 가죽의류공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오주성부장은 올해로 고려무역에 근무한지 14년이 됩니다.

    40대에 들어섰지만 건강에도 웬만큼은 자신이 있어서 일에 지쳐 허덕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같이 수출이 계속 어려워지면 몸보다 머리가 피곤해 집니다.

    서울시 장안동은 가죽의류공장만 200여개 모여있는 좀 특별한 곳입니다.

    원래는 봉제 완구공장들이 모여있었는데 한 5년전부터 봉제공장은 하나 둘 없어지고 가죽의류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한성에 김성수사장은 5년전에 다니던 의류종합무역상사를 뛰쳐나와 사업을 시작한 이를 테면 청년사업가입니다.

    가죽의 경우 원자료가 가장 값이 쌀 때는 겨울입니다.

    봄이 되면 그때부터 겨울에 대비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자료 수요가 늘고 그러면 값이 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겨울에 가죽을 사 놓으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돈이 부족합니다.

    한 동네에 같은 업종의 공장들이 모여있는 것은 특히 인력확보에 커다란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들이 거의 모두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어려움들 즉 인력난이나 자금난은 이 회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 오주성(고려무역 부장): 사장님 아까 공장에서 보니까 생산직 사원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은데 생산에는 차질이 없겠습니까?

    ● 김성수(사장):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공장들이 저희 주변에 200여군데가 넘는데요 이것은 우리 문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공장들도 전부 절대적으로 인원이 부족해서 상당히 어려움을 많이 겪고 기자: 오부장이 그 다음에 가는 곳은 잠원동에 있는 농가공산품센터입니다.

    우리나라에 화문석이나 대나무 공예품들은 몇 십만 달러 수준이기는 하지만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이 됩니다.

    하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수출도 앞으로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자산으로 세계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 부장이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동안 박철완 일본담당과장은 일본에서 온 수입업자와 만났습니다.

    주로 섬유제품을 수입해가던 사람인데 이번에는 가방에도 흥미를 보여서 직접 가방 공장에 데리고가 상담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서초동에 있는 쓰리세븐 이라는 가방회사의 김수태 사장은 가방만 30년동안 만들어온 사람입니다.

    일단 상담은 결렬됐습니다.

    돌아가서 알아보겠다고는 하지만 다시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환율문제가 커다란 암초로 등장하고 있음이 다시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고려무역은 주로 중소기업체들의 수출을 이행하고 대행하는 회사입니다.

    작년 수출실적이 2억8천만 달러 지난 87년보다 14%가 늘어났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와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올 5월까지의 실적은 약 9천5백만 달러.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8%가 줄어들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올해 수출목표의 3억달러 달성은 힘들 것으로 여겨집니다.

    오 부장과 박 과장이 현장을 도는 동안 사무실에는 계속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온 이 사람들은 섬유를 생산하는 우량 중소기업 을 추천해 달라고 찾아왔습니다.

    내수만 하다가 이제 수출을 시작하려는 중소기업체 사장도 와서 상담을 했고 문제가 생긴 여사장도 찾아왔습니다.

    회사로 돌아온 오부장이 먼저 찾은 것은 오늘의 신용장집계입니다.

    현재 이 회사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신용장 매도증가율은 회복추세입니다.

    상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장매도증가율은 16.7% 4월의 7.6%에비해 크게 늘어났습니다.

    신용장매도증가율이 앞으로의 수출추세를 예측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수출이 조금씩 회복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까지와 같은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난다 뿐이지 올해 수출목표 700억달러 달성은 대부분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재벌기업들이 정상적인 영업활동보다는 증권투자나 부동산등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종합무역상사들도 최근에는 수출보다는 내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수출에서 예전만큼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있습니다.

    성실한 근로자는 의욕을 잃고 부지런한 기업가는 보람을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의 수출전선이 지금 위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MBC뉴스 김상철입니다.

    (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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