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미국, 중남미인의 불법 이민에 비상[정동영]

미국, 중남미인의 불법 이민에 비상[정동영]
입력 1989-07-02 | 수정 1989-07-02
재생목록
    [미국, 중남미인의 불법 이민에 비상]

    ● 앵커: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요즘 중남미로부터 밀려드는 밀입국자 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자를 일체 고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고용주처벌법이 불법이민을 막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불법체류자들의 생존권만 위협하는 결과가 되고 있습니다.

    멕시코 국경에서 정동영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특파원: 작년 한 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가 적발된 외국인이 100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 통계는 미국 국경순찰대가 체포해서 되돌려 보내거나 재판에 회부한 숫자입니다.

    순찰대측은 밀입국하다가 적발된 숫자보다 밀입국에 성공한 수가 아마 두 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추산합니다.

    이 계산대로 하면 작년 한 해 동안 200만 명 이상이 밀입국에 성공한 셈입니다.

    밀입국은 대부분 멕시코의 접경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미국과 멕시코는 30킬로가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멕시코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접경에 위치한 이곳 판독불가 밀입국자들의 황금관문 같은 곳입니다.

    밀입국자의 대부분은 멕시코 사람들입니다.

    ● 드라보 여사(국경순찰대 조장): 멕시칸 들, 꼭 멕시칸만은 아니지만 그들은 일자리를 찾아 건너오는 거죠.

    ● 특파원: 캘리포니아는 과거 멕시코 땅이었고, 국경에는 철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멕시칸들에게 미국 땅은 그리 낯선 곳이 아닙니다.

    작년에 밀입국을 시도하려다 성공하지 못한 100만 명 가운데 6만 명은 다른 중남미 출신이거나 아시아들이고 더러 한국인도 끼어 있습니다.

    ● 로드너 씨(국경순찰대 대변인): 한국인요?

    여기서 작년에 53명이 붙잡혔습니다.

    ● 특파원: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비자를 갖고 있는 열 명의 한국인이 밤중에 타화나 국경을 넘다가 붙잡혔습니다.

    이 사람들은 밀입국알선국제조직에 1만 5천불에서 2만 5천불의 돈을 주고 서울에서부터 길 안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한국인도 끼어있고 아시아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밀입국문제는 어디까지나 중남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과 레이건 정부는 2년 전에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법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에 몰래 들어오는데 성공하더라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도록 막아 버린 것입니다.

    ● 넬슨 씨(미국 이민국장): 여기 와서 사는 게 힘들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불법이민을 막자는 것이 이 법의 정신입니다.

    ● 특파원: 만일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업주가 적발되면 1인당 최고 5000불까지의 벌금을 물리고 형사 처분까지 하도록 가혹한 규정을 두었습니다.

    ● 유재건(LA 변호사):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미국 이민법의 기본골자와 그 숨은 철학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고 하는 그런 정신이 뒤에 숨어 있습니다.

    ● 특파원: 고용주 처벌법이 발효된 뒤 불법체류자들의 생활은 더욱 낮아졌습니다.

    아무도 쓰려는 사람이 없어 임금만 더욱 낮아지고 말았습니다.

    멕시칸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번성하던 LA지역 한국교포 업체들도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 헨리 한 씨(청바지업체 사장): 이제는 고용주한테까지 처벌이 오니까 85%라는 엄청난 고용인에 대한 제재법이 생김으로써 비즈니스에 아마 내가 알기로는 50% 이상의 대단한 타격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특파원: 밀입국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끌어들이는 요인과 함께 밀어내는 요인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에 전쟁과 기근과 정치적 박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밀입국자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중남미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이 초래된 데에는 미국의 책임이 큰 것으로 지적됩니다.

    사회개혁과 쇄신을 철저히 외면한 중남미의 군사정권과 수구세력을 지원해 온 미국의 대외 정책이 오늘의 중남미를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불법이민 밀입국 문제는 어쩌면 미국의 자업자득일지 모릅니다.

    멕시코 국경에서 MBC뉴스 정동영입니다.

    (정동영 기자)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