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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살의 어머니를 부인의 묘앞에서 죽여야만 했던 칠순 노인[류태환]

94살의 어머니를 부인의 묘앞에서 죽여야만 했던 칠순 노인[류태환]
입력 1994-09-10 | 수정 199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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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살의 어머니를 부인의 묘앞에서 죽여야만 했던 칠순 노인]

    ● 앵커: 누가 이 노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94살의 어머니를 부인의 묘 앞에서 죽여야만 했던 칠순의 노인 이야기.

    광주문화방송 류태환 기자가 사연을 전합니다.

    ● 기자: 지난달 24일 새벽 2시, 칠순의 김홍두 노인은 이 곳 자신의 부인 묘소 옆에서 통곡과 절규로 오갈 데 없는 94살 어머니 임유수씨의 목을 졸랐습니다.

    김노인은 패륜보다 더 끔찍하고 참담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김홍두 노인(70):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데, 그 얼마나 애통했을 겁니까.

    그런 점도 있을 거고, 또 잘 생각하면 어머니 혼자 돌아가시는데 나만 살겠다는 나도 별로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아닌데...

    ● 기자: 12년 전, 김노인은 고흥군 도화면에서 부인과 사별한 뒤 천여 평 밭을 일구며 손수 노모의 끼니를 지으며 효도를 다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93년 10월, 노인은 슬하 5남 3녀 가운데 셋째 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잦은 과음으로 위장병을 얻은 뒤 수술을 받는 등 중환자 신세가 돼 더 이상 노모를 봉양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노인은 셋째 아들 사고 보상금 4,000만원으로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아들들에게 부양을 부탁했지만 그것도 잠시, 누구도 노모를 편하게 해주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노인은 사건 하루 전 여수에 홀로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 의탁하려 했지만, 여동생도 결국은 출가외인이었습니다.

    ● 김홍두 노인(70): 형제간에 조금도 틈 없이 우애 있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 그거 하나 뿐입니다.

    ● 기자: 지금 김노인이 구속돼있는 고흥경찰서엔 그의 효성을 잘 아는 주민들의 선처를 바라는 전화와, 전국 각지의 위로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 윤현진(주민): 차라리 이렇게 학대를 받느니, 어머니, 우리 부인이 있는 묘에 가서 같이 죽어봅시다, 아마 이러고 이리로 오셔서 그런 행위를 하신 것 같습니다.

    ● 송세섭(김노인 친구): 수술을 하고 나와서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그런데 자기 어머니가 살아계신데, 어머니 밥을 드려야 할텐데, 그렇게 효성이 지극한 분입니다.

    ● 기자: 또 할머니를 홀대했던 손자들도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노할머니가 마지막으로 편히 쉴 무덤을 만들고 있습니다.

    ● 김판례(김노인 여동생): 없으니까 또 그럴 수도 없는거 아니요.

    그래서 이렇게 한 것은 너무 안타까워 죽겠습니다.

    내가 데리고 있었으면 됐을텐데, 마음이...

    ● 기자: 존속살인이라고 하는 가장 반인륜적인 범죄.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 시대 희박해진 경로효친 사상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 되고 있습니다.

    고흥에서 MBC뉴스 류태환입니다.

    (류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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