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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쿠바, 당장 먹고 입을것 없다[최명길]

쿠바, 당장 먹고 입을것 없다[최명길]
입력 1994-09-10 | 수정 199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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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당장 먹고 입을것 없다]

    ● 앵커: 미국과 쿠바는 합법적인 이민자 수를 연간 2만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대신 불법적인 해상 탈출을 통한 미국 이민은 봉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쿠바 정부는 앞으로 사흘 안에 뗏목 등 탈출 장비를 수거하고 13일부터는 필요한 경우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에는 쿠바인들의 뗏목 탈출이 마지막 절정을 이뤘습니다.

    이들은 왜 뗏목을 띄우는가, 하바나에서 최명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기자: 이 아름다운 도시로부터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것은 얼핏 어리석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속을 들여다보면 지금 쿠바가 겪고 있는 고통이 와닿습니다.

    당장 먹고 입을 것이 없습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설탕물 한 그릇으로 수십 킬로미터를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월급 250페소는 2~3불에 해당하는 돈이고, 그나마 현지 화폐로 물건을 파는 국영상점 보데가의 선반에는 유럽 국가들이 보내온 식용유 통과 먼지 뿐입니다.

    ● 상점원: 지난달 전승기념일, 가구당 1개씩 할당된 통조림이 조금 남아있다.

    ● 기자: 이 나라에서 권력은 카스트로와 달러를 뜻합니다.

    붕괴될 수밖에 없는 공산주의 배급경제를 외국 관광객이 떨어뜨리는 팁과 해외의 친지들이 보내오는 달러가 지탱해줍니다.

    텅 비어버린 국영상점 보데가에서 결국 생필품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외국인들을 위해서 개설된 공항상점에 달러를 구해들고 모여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 내국인의 달러 소지가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이 곳은 이제 공개적인 장소가 됐습니다.

    ● 시민: 달러 못 구하는 사람들은 길이 없다.

    팁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 기자: 그래서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뗏목을 타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희망이기도 합니다.

    사회주의 혁명과 카스트로의 열정을 느꼈던 쿠바 사람들이 이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궁핍을 한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쿠바는 그것이 대대적인 경제 변화이든, 아니면 정치적 변동이든 큰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곳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지금과는 같지 않은 그 어떤 것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Ep문입니다.

    쿠바 하바나에서 MBC뉴스 최명길입니다.

    (최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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