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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국민학교 입학식, 부모없는 아이들 [유재용]

국민학교 입학식, 부모없는 아이들 [유재용]
입력 1995-03-03 | 수정 199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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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입학식, 부모없는 아이들]

    ● 앵커: 전국의 국민학교가 오늘 대부분 입학식을 가졌습니다.

    학부모에게는 애기 같았던 아이가 이만큼 컸다는 뿌듯함을 또 어린이들에게는 설렘이 가득한 입학식장 이었습니다만 그러나 부모 없이 또 엄마 없이 입학식을 맞는 쓸쓸한 우리 이웃의 아이도 있었습니다.

    사회문화팀 유재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국민학교 입학식.

    별안간 넓어진 운동장에서 어리둥절해진 꼬마들.

    한순간이라도 놓칠까 봐 어머니 시선은 아이들 뒤를 줄곧 떠나지 않습니다.

    이곳 한켠에 뭇시선 속에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8살 박이가 있습니다.

    두 손을 잡아주는 아버지와 입학선물로 새 옷을 입혀주는 엄마가 이 아이에겐 없습니다.

    칠순이 넘는 할머니 손을 잡고 아이는 오늘 학교에 왔습니다.

    ● 박구순 할머니(71세): 나이가 죽을 때가 돼가지고 저 아이 때문에 근심이 많아요. 우리는

    ● 기자: 영민이는 중학교 3학년인 소년가장 영규형 그리고 청소 일을 하는 할머니와 함께 월세 10만 원짜리 지하 단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영민이의 아빠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가난에 찌든 엄마는 아이가 4살 되던 해 집을 나갔습니다.

    선명하게 남은 것은 화장을 하고 떠난 아빠의 마지막 추억입니다.

    ● 최영민: 우리 아빠요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서 통에다 아저씨 두 명이 잡고 넣어..

    ● 기자: 또 하나의 혈육인 형은 영어 알파벳까지 배우고 들어오는 입학생들 틈새에 유치원에도 못 다닌 동생을 보내는 것이 못내 마음 아픕니다.

    ● 최영규(15살): 이름 쓰라고 그러면 못 쓸것 같기도 하구요.

    애들한테 따돌림당할 것도 같고.

    ● 기자: 오늘 영민이에게는 그 흔한 꽃다발 한 송이도 입학식 사진 한 장도 없었습니다.

    그 보다는 불현듯 나타날 것 같았던 어머니가 끝내 보이지 않았던 게 자꾸 슬펐습니다.

    MBC 뉴스, 유재용입니다.

    (유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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