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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알마아타에 뿌리 내린 동포들의 한맺힌 과정[윤능호]

카자흐스탄 알마아타에 뿌리 내린 동포들의 한맺힌 과정[윤능호]
입력 1995-08-14 | 수정 199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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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스탄 알마아타에 뿌리 내린 동포들의 한 맺힌 과정]

    ● 앵커: 광복 50주년 관련 기획뉴스입니다.

    일제의 혹독한 통치를 피하거나 의병활동 등을 하기 위해서 극동지역에 거주하던 우리 한인들은 지난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다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가게 됩니다.

    지금 그 1세는 거의 다 세상을 떠났습니다만 2세 3세 그 후손들은 35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광복을 못 본 채 불행한 역사에 휘말린 동포들.

    광복 50년의 긴 시간에서 이들은 그저 잊혀져온 동포들 이였습니다.

    중앙아시아에 뿌리를 내린 우리 동포들.

    그 한 맺힌 과정을 다시 보겠습니다.

    카자흐스탄 공화국 크질오르다시에서 윤능호 기자가 보도 합니다.

    ● 기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알마아따.

    이곳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온통 황무지로 둘러싸인 크질오르다시.

    1937년 가을 20만 명의 연해주한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화물열차에 실려와 대책 없이 내팽겨졌던 한인들의 한 맺힌 제2의 고향 입니다.

    ● 주동일(85세): 처음 내려오니 먼지가 발목까지 오지, 바람이 불지나무 하나 없지, 참 가슴이 터질 일이였습니다.

    ● 기자: 땅굴을 파고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목숨이 붙어있는 것은 축복이었습니다.

    ● 주동일(85세): 내려오는 물 조금 있는데 채에 다 치게 되면 거기에 벌레가 잔뜩 있어요.

    그 벌레를 전부 다 걸러내고 끓여서 먹고 살았어요.

    ● 기자: 크질오르다에서 자동차로3시간.

    1937년 강제이주당시 3천여명의우리 한인들이 정착했던 크질오르다주의 칠리 집단농장 입니다.

    대다수 한인들이 이 같은 집단농장에 배속됐고 이때부터 처절한 삶의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황무지에 물길을 대 흙밭을 일구고 그리고 학교를 세웠습니다.

    ●아센바이 (집단농장 조합장):이주 당시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한인들이 스스로 집과 회관을 지었다.

    벼를 심어 많은 수확을 했다.

    ● 기자: 목축을 주업으로 삼던 카자크인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며 온몸이 부서지도록 일한지10여년 크질오르다는 마침내 카자흐스탄 전체 쌀 생산의 3/4을 수확하는 제1의 고창지대로 바뀌었습니다.

    ● 깔리예프 세릭(洲 경제개발 국장): 한인들의 농사 경험덕택으로 크질오르다주는 구 소련전체 지역에서 두 번째의 쌀 생산지가 됐다.

    ● 기자: 카자크 인구 1,700만 명 중 한인은 10만5천명.

    천 명 중 6명꼴 밖에 안 되는 소수 민족이지만 특유의 근면성과 높은 교육열로 마침내 카자크 사회에 굳건한 뿌리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련 붕괴 후 중앙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회교민족주의나 타민족의 질시가 그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현지 언어를 습득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고충 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참기 힘든 아픔은 조국이 자신들을 잊었다는 치유되기 힘든 소외감 입니다.

    카자흐스탄에 역시 강제 이주됐던 독일 사람들은 96만 명, 하지만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이들은 매년 10만 명씩 조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 대해 한국 정부의 노력은 흡족하지는 못하지만 뒤늦게나마 조국이 그들을 찾았다는 것 그 자체가 희망과 위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 주동일(85세): 우리도 조국이 있고 혈족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 이런 아주 뜨거운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눈물 나게 반가운 일입니다.

    ● 기자: 당장 그들을 품어 안지 못하는 조국을 오히려 위로하는 그들이지만 다른 한편에 남아있는 애달픈 그리움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 주동일(85세): 꿈에 봐도 반갑고, 조용하면 생각하게 되고 고향이라는 게 죽는 날까지 가슴에 그냥 맺혀 있습니다.

    MBC뉴스 윤능호입니다.

    (윤능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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