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대국민 사과문 발표 내용 분석[정형일]

[노태우 전 대통령 대국민 사과문 발표 내용 분석]

● 앵커: 시민들의 반응 또 여론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 노 전 대통령의 사과는 그 내용에 있어서 찬찬히 따져볼 문제점들이 많습니다.

비자금의 대부분을 기업성금으로 받았다고 넘어가는가 하면 비자금 조성이 오랜 관행이었다고 자신을 합리화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애써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음으로써 감성에 호소하려는 작위적인 흔적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먼저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과정과 사용처 등 알맹이가 빠져있습니다.

정형일 기자가 분석해 봅니다.

● 기자: 노태우씨의 오늘 발표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비자금이 모두 얼마고 어떻게 모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씨는 비자금 액수가 5천억원이라고 말했지만 그 조성과정은 어물쩍 넘어갔습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주로 기업인들로부터 성금으로 받아 조성된 이 자금은.

● 기자: 노씨는 기업의 명칭도 말하지 않았고 율곡사업 비리 등 그 동안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이른바 리베이트에 대해서 역시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씨는 5천억원 가운데천7백억원이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3천3백억원을 어디에 썼을까.

● 노태우 전 대통령: 대부분 정당 운영비 등 정치활동에 사용되었습니다.

또 일부는 그늘진 곳을 보살피거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격려하는 데에 보태기도 하였습니다.

● 기자: 정당운영비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도 전혀 없고 천문학적인 비자금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비자금의 주요 항목으로 언급해서 교묘하게 사용처를 미화시켰습니다.

노씨는 퇴임 당시 천7백억원 정도가 남았으며 이 돈을 유용하게 쓰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을 뿐 그 돈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유용하게 쓰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음에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만 것입니다.

● 기자: 돈이 어느 은행에 어떤 방식으로 예치돼있는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노씨가 본래 치부를 목적으로 치밀하게 돈세탁까지 하면서 비자금을 관리해 완전은폐를 노렸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비자금 전체가 5천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세간의 짐작을 단순히 추측으로만 넘길 수도 없게 됐습니다.

MBC뉴스 정형일입니다.

(정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