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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일대에 불야성 이룬 유흥문화 현장[박성제 박용찬]

대학가 일대에 불야성 이룬 유흥문화 현장[박성제 박용찬]
입력 1996-10-02 | 수정 199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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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야성 대학가 ]

    ● 앵커: 다음 뉴스입니다.

    사흘 전 신촌 롤링 스톤즈 카페 참사가 있은 후에 도대체 우리의 대학가 주변 문화와 안전 이대로 가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심각한 반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큰 배움과 낭만의 테두리가 아니라 오로지 먹고 마시며 흥청거리는, 그것도 안전 사각지대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아까운 시간과 돈을 함께 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뉴스데스크는 대학가 일대에 만연해있는 유흥문화의 현장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서울 신촌 카페 촌에 나가있는 중계차 연결해 보겠습니다.

    박성제 기자!

    ● 기자: 네, 신촌의 한 카페촌입니다.

    ● 앵커: 9시 반이 지금 다돼 가는데 그 곳 표정은 어떻습니까?

    ● 기자: 네, 세상이 모두 내일을 준비하며 오늘 하루를 정리할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곳 신촌의 하루는 바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카페와 술집이 가득 찬 건물마다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건물 앞의 도로는 젊은이들이 타고 온 중대형 승용차들로 빈틈이 없습니다.

    80%이상이 대학생인 이곳의 손님들은 잘 꾸며진 내부 장식과 푹신한 소파에 앉아 한잔에 5천 원 정도 하는 커피를 마시거나 한 병에 6∼7천 원짜리 수입맥주를 마십니다.

    물론 높아진 생활수준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대학생들의 용돈이 예전보다 넉넉해졌는데도 막상 이런 유흥업소들 외에 마땅한 놀이공간이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곳의 업소들은 대개 밤 12시쯤이면 문을 닫습니다.

    그러나 골목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른바 단골들만을 상대로 심야영업을 하는 카페들이 많습니다.

    건물 하나에 대여섯 개 씩 들어찬 업소들, 비좁은 계단과 출입문, 대부분 지난번 참사를 빚은 신촌 롤링 스톤즈 카페와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졌고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심야업소들입니다.

    좁은 골목길에 승용차들까지 가득 들어차 있기 때문에 만약 화재가 날 경우에는 소방차가 진입하기조차 힘든 실정입니다.

    이른바 대학지성들이 젊음을 발산하는 대표적인 유흥가면서도 이제는 대표적인 안전의 사각지대로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을 안고 있는 대한 유흥가가 이곳 신촌 일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매일 밤 즐겨 찾는 서울시내 유명 대학가 카페촌에 화재 대비실태를 박용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성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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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서울 신림동 카페촌의 한 업소, 화려한 조명등과 실내장식의 카페 내부를 뒤로 하고 비상구를 열고 올라갔습니다.

    비상구는 박스와 각종 자재들이 수북 히 쌓인 채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업소 주인은비상구 출구를 막고 있는 철제의 자재들을 얼른 치워버립니다.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데 필수장비인 포말 소화기. 업소마다 이처럼 소화기를 한대씩 갖다 놓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형식적인 장식품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돈암동대학가의 한 지하 카페에 들어가 소화기를 찾아 봤더니 주방 한구석의 쓰레기통뒤쪽에 내팽겨져 있었습니다.

    이 소화기의 제조일자는 오공 시절인 지난 83년도,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행정관청으로부터 점검을 받은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쓸만 한 것을 갖다 두어도 사용할 줄 모르는 종업원들이 상당수였습니다.

    "지금 여기에 소화기가 있는데 사용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 카페 종업원: 아직까지 관심을 두지 않아 잘 모릅니다.

    ● 기자: 이곳 돈암동의 대학가 앞에는 약 5백여 곳이 넘는 소규모 카페와 주점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서로부터 소방점검을 받는 업소들은 거의 없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방점검을 받습니까, 안 받습니까?"

    ● 소주방 업주: 대상이 아니라서 안받는 것 같애요.

    ● 카페 업주: 기간이 얼마 안됐으니까 검사는 받은 적은 없지요.

    ● 기자: 가장 큰 원인은 제도적인 맹점 때문입니다.

    현행 소방법은 연면적 4백㎡ 이상의 건물에 대해서만 소방점검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가의 카페들이 주로 입주하고 있는 4백㎡ 미만의 소형 건물들은 점검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구항모 지도계장(성북 소방서): 여기에 보시다시피 이쪽에는 저희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대상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 기자: 또 하나 문제점은 소방점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3천개가 넘는 업소를 6명의 직원만이 점검요원으로 할당된 서울성북 소방서의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소방점검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는 한 업소의 비상구 계단을 올라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비상구 출구는 인화성이 강한LPG 가스통이 무더기로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무용지물 비상구, 부실한 소방시설 그리고 소방당국의 관리소홀,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신촌 롤링 스톤즈의 참극이 또 다른 대학가 카페촌에서 재연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대목들입니다.

    MBC 뉴스 박용찬입니다.

    (박용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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