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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가장 물에 빠진 어린이 구하고 사망, 목숨 건진 어린이들 생명 은인 외면하고 현장에서 사라져[최혁재]

20대 가장 물에 빠진 어린이 구하고 사망, 목숨 건진 어린이들 생명 은인 외면하고 현장에서 사라져[최혁재]
입력 1997-07-22 | 수정 199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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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가장 물에 빠진 어린이 구하고 사망, 목숨 건진 어린이들 생명 은인 외면하고 현장에서 사라져]

    ● 앵커: 한 20대 가장이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고 자신은 숨졌습니다.

    그런데 목숨을 건진 어린이들은 현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어제 부안 해수욕장에서 고등학생 3명이 스스로의 목숨을 던져 가면서 구해 놓은 어린이들도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최혁재 기자입니다.

    ● 기자: 지난 20일 낮 12시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전복리 남한 강변.

    친구들과 가족 동반 물놀이를 나왔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29살 권영필씨는 멀리 강 중심쪽에서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권씨가 달려가 보니 10살 남짓한 여자아이와 7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가 작은 튜브 하나에 매달려 수심이 깊은 곳으로 물살에 떠밀려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권씨와 권씨의 친구들이 다투어 물에 뛰어들었지만 그 중 수영 솜씨가 가장 좋았던 권씨가 앞서 나갔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도착한 권영필씨는 아이들은 물가로 밀어내 살려 냈지만, 자신은 힘이 다해 빠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 백호영씨(목격자): 친구가 아이들이 탄 튜브를 밀어내고요.

    수영해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살려달란 말도 한 마디 없이 그냥 물로 쑥 들어가 가지고 그렇게.

    ● 기자: 하지만 정작 권씨가 목숨을 걸고 구해 낸 아이들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찾았을 땐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 박영숙(권영필씨 부인): 좋은 일 하다가 갔는데 아무도 가족들한테 고맙다라는 소리 한마디 들으면 그것으로 위안 삼는데.

    ● 기자: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 도희의 아버지이자 한 집안의 효성스런 3대독자였던 권영필씨.

    누군지도 모르는 두 생명을 구하고 숨진 권영필씨는 사랑하는 어린 딸과 부인만을 남겨 둔 채 오늘 멀고 먼 길을 떠났습니다.

    MBC뉴스 최혁재입니다.

    (최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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