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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도둑누명에 따돌림받은 초등학생 자살[박민상 이준석]

도둑누명에 따돌림받은 초등학생 자살[박민상 이준석]
입력 1998-11-26 | 수정 199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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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 부른 따돌림]

    ● 앵커: 도둑 누명을 쓰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초등학생 2명이 자살을 기도해 1명은 숨지고 다른 1명은 정신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학교측은 누가 도둑인지 학생들에게 설문조사까지 했습니다.

    또, 담임교사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음독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지난 18일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경남 진주시 모 초등학교 6학년 13살 박 모양과 이 모양, 같은 반 친구들에게 도둑취급 당하는 것이 괴롭다는 유서를 남기고 음독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결국, 박양은 숨지고 이양은 목숨은 건졌지만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제자의 자살 소식을 접한 담임 P모 교사도 죄책감에 시달리다 지난 20일 음독자살을 기도했고, 현재 진주시내 모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사건은 지난 9월 중순, 6학년 다른반 담임 J모 교사의 휴대폰이 없어지면서 시작됐습니다.

    박양과 이양은 일부 교사와 급우들로부터 용의자로 지목돼 두달동안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

    ● 어머니: 다른 학교에 가고 싶다, 다른 반으로 보내달래서, 6학년때는 괴로움도 있고 (하며 달랬다)

    ● 기자: 또, 학교는 어떤 학생들이 핸드폰을 훔쳐갔는지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비교육적인 행태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 급우: 종이에 누가 (핸드폰) 가져가는 것 봤다…그런 것 적으라고 했다.

    ● 기자: 학교측은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 학교 관계자: 우리가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같으면 완전히 파악해서 잘 알겠지만,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처음엔 몰랐다.

    ● 기자: 없어진 것은 휴대폰 하나지만 남겨진 충격과 교훈은 너무큽니다.

    MBC 뉴스 박민상입니다.

    ● 기자: 박양의 책상에는 13살의 생을 위로하는 꽃 몇 송이만이 덩그러니 놓였습니다.

    지난 9월 휴대폰 분실 사고가 일어난지부터 약 두 달간 박양의 학교생활은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 초등학생: 6학년 언니들이 찾아와서 뭐라해서 울었다.

    8반에서 들었다.

    ● 기자: 학교에서 물건이 없어질때마다 박양은 일부 교사와 친구들의 의심의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학생의 학용품을 박양의 책가방에 몰래 넣어 혐의를 씌우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박양은 학교 가기가 싫다며 전학을 절실히 바랬습니다.

    ● 박양의 어머니: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해가지고 또, 그런 이야기해도 저는 그때 그 당시에 잘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 기자: 따돌림을 당해서인지 숨진 박양의 집에 같은 반 친구는 1명도 찾지 않았습니다.

    숨진 박양의 유서에는 도둑 취급을 받는 차별을 참을 수 없다며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씌어져 있습니다.

    왕따 학생간의 따돌림, 교사의 무관심이 한 아이의 죽음을 재촉했습니다.

    이처럼 집단적인 따돌림이 문제는 되고 있지만 사회적 해결 노력은 아직 미비합니다.

    MBC 뉴스 이준석입니다.

    (박민상, 이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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