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유재광 기자

'저주'의 빨간 일기장 유행

'저주'의 빨간 일기장 유행
입력 2007-05-07 21:42 | 수정 2007-05-08 09:53
재생목록
    ● 앵커 :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놓으면 그 사람에게 저주가 걸린다는 허무맹랑한 무슨 빨간 일기장이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파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유재광 기자의 보도입니다.




    작년 11월 개봉한 일본 영화 '데스노트'입니다. 이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모두 죽게 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노트를 흉내낸 일기장이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습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근처 문구점입니다.

    ● A 문구점 주인 : ('빨간 일기장' 이라는 것이 있나요?) "예" (한 개에 얼마인데요?) "이게.. 3천원이요"

    데스노트를 흉내낸 문제의 '빨간 일기장' 입니다.

    시뻘건 바탕에 마치 피라도 흘러내리는 듯한 글씨체가 섬뜩합니다.

    표지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붕대를 감고있는 캐릭터 옆으로 '나에게 상처준 사람을 생각하며 사용하라'고 써 있습니다.

    표지 안쪽 사용 방법엔 이 일기장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어디선가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고 검은 기운이 맴돌게 된다는 등 음산한 말들로 가득합니다.

    '암흑의 주문걸기' 등 한마디로 상대에게 저주를 거는 '죽음의 일기장'입니다.

    ● 초등학교 5학년 : (이게 뭔지 알아요?) " 빨간 일기장" (빨간 일기장이 뭐하는 거에요?) "이거 저주하는 거에요. 싫어하는 사람 이름쓰면 죽어요"

    초등학생들에게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 B 문구점 주인 : (빨간 일기장 이라는 것 있나요?) "빨간 일기장? 다 나갔는데.. (다 나갔어요?) "예"

    실제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가 쓴 빨간 일기장입니다.

    학원 선생님에게 '다시는 나에게 초등학생은 개념 없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교통사고 나서 죽어라'라고 써 놓았습니다.

    죽어라 라는 말을 무려 9번이나 반복할만큼 극도의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면에선 같은 반 친구에게 '넌 나에게 찍혔어' '다시는 못오게 사고 내줄께' 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미운사람을 상징하는 캐릭터의 머리와 가슴 손발 등을 빨간 펜으로 섬뜩하리만치 꾹꾹 찔러 놓았습니다.

    ● 초등학교 담임교사 : (처음 보셨을 때 어떠셨어요?) "너무 놀랐죠. 정말 손발이 떨려서 수업도 못했어요, 그날은. 너무 놀라가지고..

    아직 사리판단이 부족한 아이들의 증오심을 이용하고 부추기기까지 하는 이른바 '저주 상품'은 이런 일기장이 다가 아닙니다.

    온, 오프라인엔 수많인 저주 상품들이 넘쳐 납니다. 인형에 못을 찌르게 하는 등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상품들도 많습니다.

    ● '저주 인형' 판매업자 : "가장 안좋은 순간에 이 저주를 하게 되면 이 저주가 어느 순간에 나타나게 되는데 그 사람에게 운이 꺽이는 순간에 나타난다는 거죠.."


    문제는 초등학생들도 이런 물건을 아무런 제약없이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신의진 (연세대 정신과 교수) : "공격성을 환상으로만 막 키우고 있다가 실생활에서는 하지 않다고 그러면 기술이 없거든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그러다 정말 화가 많이 차게 되면 굉장히 위협적이고 돌발적인 방법으로 정말 큰 일을 치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판매업자들은 그저 재미로 만들었을 뿐,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합니다.

    ● '빨간 일기장' 판매업자 : (사장님 자제분이 빨간 일기장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기분이 어떠실 것 같으세요?) "기분이 안좋겠죠.." (사장님이 안좋은 거면 다른 사람도 안좋은 것 아니에요?) "..."

    어른들의 얄팍한 상술 때문에 아이들의 가슴 속에 증오와 폭력이 자라고 있습니다.

    MBC 뉴스 유재광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