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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이혜온 기자 / 지영록 기자

홈에버, 탈세 돕는 불법 술장사

홈에버, 탈세 돕는 불법 술장사
입력 2008-02-18 22:01 | 수정 2008-02-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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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수 앵커 : 대형 할인 업체인 홈에버가 무허가 술 도매상들에게 무더기로 술을 팔다가 들켰습니다.

    한쪽은 매출을 올려 좋고 다른 한쪽은 탈세로 득을 보고 그러니까 몰래들 저지르는 불법 거래 현장을 이혜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홈에버 서울 신도림점의 창고 앞입니다.

    캔 맥주 수백 상자가 쌓여 있습니다.

    매장 안 진열대로 옮겨야 할 맥주는 반나절이 지나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데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트럭 한 대가 나타나더니 매장 직원이 보는 앞에서 300 상자가 넘는 맥주를 쉴 새 없이 싣습니다.

    주류 운반차량이란 표시도 없는데 누가 할인매장에서 이렇게 술을 잔뜩 사가는 걸까?

    트럭을 따라가 봤습니다. 트럭이 도착한 곳은 경기도 안양의 한 허름한 창고. 안에는 맥주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알고 보니 국세청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술 도매상입니다.

    ● 불법 술 도매상 : "노래방 들어가는 거예요. 모른 척 한 번 해 주시면 안 될까?" (주류 거래했다는 신고는 누가 해요?) "무자료니까. 그래서 (거래)하는 거지"

    이 도매상은 홈에버 측과 짜고 술을 대량으로 사들인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야 털어 놓았습니다.

    ● 불법 술 도매상 : "(홈에버 주류) 과장님한테 한번에 (술을) 내 달라고. 그래서 (창고에서) 뺀 거거든요. 그게"

    인천의 또 다른 홈에버 할인매장 창고, 트럭 운전사가 매장 직원과 뭔가 비밀스런 얘기를 나눕니다.

    그리곤 라면을 싣는 척 하더니 캔 맥주 상자를 트럭에 싣습니다. 이 트럭 운전사 역시 무허가 술 도매상입니다.

    본래 할인 매장은 일반 가정에만 술을 팔 수 있고 도매상에게는 팔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술이 유통되는 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탈세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할인 매장은 무허가 주류 도매상에 트럭 째 술을 넘겼습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매출을 크게 올린 겁니다.

    도매상도 재미를 톡톡히 봤습니다. 할인매장에서 술을 사다 팔면 매출액의 10 퍼센트에 해당하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됩니다.

    가정용 술이어서 세금계산서 같은 거래 내역을 국세청에 신고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술은 노래방처럼 술을 팔아서는 안 되는 곳에 넘기기도 합니다.

    결국 할인매장은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대신 무허가 주류 도매상은 마음 놓고 탈세를 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성립되는 겁니다.

    할인매장이 이렇게 불법거래를 하는 걸 막는 장치가 없는 건 아닙니다.

    국세청은 할인 매장에서 한 사람이 일정량 이상의 술을 한꺼번에 사갈 경우 할인 매장이 신고를 하도록 해놨습니다.

    그런데 홈에버는 교묘한 편법을 써서 국세청의 단속을 피해 왔습니다.

    MBC가 입수한 홈에버의 지점별 술 판매 일지입니다.

    서울 가양점의 1월 2일, 122번 계산대의 영수증 기록입니다. 무려 500 명이 연속해서 맥주 두 상자씩을 사간 거로 돼 있습니다.

    500 명이 줄을 서서 맥주를 사갔다는 얘기인데, 그게 아니라면 홈에버가 맥주 1천 상자를 한꺼번에 팔고는 국세청에 신고를 하지 않기 위해 맥주를 두 상자씩 나눠 판 걸로 꾸미고 그렇게 영수증을 끊은 거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똑같이 꾸민 기록이 다른 지점들에서도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 홈에버 계산대 전 직원 : "(계산을) 끊어서 해도 되는 거예요? 물어 보면 '영수증 상엔 이상 없으니까 그냥 해 드려' 그렇게 말씀하세요."

    이런데도 홈에버 측은 일선 지점에서 일어난 일이라 몰랐다고만 말합니다.

    ● 이준근 실장 (홈에버 본사 감사실) : "우리도 이번에야 알았다. 지점 차원의 일"

    국세청은 홈에버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불법으로 술을 유통시킨 부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 뉴스 이혜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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