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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플러스] 장비 없이 '죽음의 안개' 속으로…불산사고와 소방관

[뉴스플러스] 장비 없이 '죽음의 안개' 속으로…불산사고와 소방관
입력 2013-06-26 21:03 | 수정 2013-06-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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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던 끔찍한 구미 불산 누출 사고,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곧장 투입됐던 소방관들이 심각한 육체적 ,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ANC▶

    오늘 뉴스플러스에서는 부실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 방비책에 대해 집중 조명합니다.

    먼저 이기주 기자입니다.

    ◀VCR▶

    하얀 가루같은 물질이 갑자기 뿜어져 나옵니다.

    맹독성 불산 가스입니다.

    잠시 뒤 구미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됩니다.

    랜턴을 비추며 안개처럼 자욱한 불산 가스 속을 헤매는 소방관들.

    사고 초기 맨몸으로 현장에 투입돼 불안감에 떨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SYN▶ 당시 출동 소방관
    "자욱하게...그 공포감은 말로 표현 못하죠."

    화학보호복을 입은 대원 한 명이 6시간 반만에 불산 가스가 피어오르는 밸브를 가까스로 찾아 잠급니다.

    밸브가 잠기기 전까지 6시간 반 동안 이 곳에서 불산에 노출돼 있던 소방공무원은 2백명이 넘습니다.

    불산 노출을 막기 위해 반드시 입어야 하는 화학보호복은 당시 단 8벌만 보급됐습니다.

    십 명이 돌려가며 입었습니다.

    ◀INT▶ 김 모 씨/당시 출동 소방관
    "우리는 일반 방화복을 입고 들어갔기 때문에 다 노출됐습니다. 입안이 갈라지니까 헐고..."

    사고 며칠 뒤 변우성 소방관의 몸에는 이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INT▶ 변우성/당시 출동 소방관
    "몸에 퍼렇게 반점이 일어나고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가렵고 막 긁게 되고..."

    요즘도 가끔 반점이 올라오지만 업무에 치여 제대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INT▶ 윤간우/산업의학과 전문의
    "화학물질 특성 상 관련된 암이나 질병 발생이 10년, 길게는 30년 후에 발생합니다. 즉시 검진이나 조사가 이뤄져야..."

    불산 노출로 파랗게 변한 시신을 직접 수습했던 하세철 소방관.

    지금도 그 날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INT▶ 하세철/당시 출동 소방관
    "끔찍하게 손상된 사체를 봤으니까 가끔씩 꿈에 나올 때 있고요. 일상 생활하다가도 떠오르죠."

    경북소방본부 조사결과 당시 구미 지역 소방공무원 가운데 6명이 지금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박찬정 기자 ▶

    화학물질을 다루는 관련 법률입니다.

    주관 부서도 제각각인 만큼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고, 피해를 더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염규현 기자가 짚어봅니다.

    ◀VCR▶

    지난 달 29일, 세종대 공대건물.

    건물에서 학생 수 백여명이 쏟아져나옵니다.

    ◀ EFFECT ▶
    "저기요! 가스누출이에요! 나가세요!"

    실험실에서 맹독성 물질인 브롬화수소 가스가 누출된 겁니다.

    군인, 경찰, 소방관, 서울시와 환경부 공무원까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만 2백여명.

    하지만 현장을 지휘할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 EFFECT ▶
    "(철컥) 가만히 있어! 천천히 해!"

    ◀SYN▶ 당시 출동 소방공무원
    "환경부 뭐 해가지고 군...전부 다 지체되는 거예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보진 못하지. (초기) 대응팀에서 먼저 몸으로 때워라 그런 게 사실입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대피도 늦어졌습니다.

    ◀INT▶ 조문경/세종대 대학원생
    "밖에 까지는 대피 안해도 된다고 해서 6층에 친구 실험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다 대피하라고 해서 저 그 때 깜짝놀라서..."

    뒤늦게 정부가 화학물질 사고를 환경부가 총괄하도록 방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환경부도 난감하긴 매한가지입니다.

    화학물질을 전담하는 비정규직 인원이 있긴 하지만 12명에 불과하고, 현장경험도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입니다.

    ◀INT▶ 서영태/환경부 화학물질안전TF팀장
    "화학물질의 전문가라고 하기엔 저희 스스로도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현장의 문제점도 출발은 전문성 부족이라고 봅니다. 즉시 대응하기에는 조직이나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게 사실이죠."

    열악한 장비도 문제입니다.

    방사선보호복과 화학보호복의 절반 이상이 노후돼 제대로 보호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밖의 현장 필수장비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같은 노후 장비교체에 736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올해 책정된 예산은 10억원도 채 안됩니다.

    ◀ 박찬정 기자 ▶

    정부합동조사반이 전국의 유독물 취급사업장 3천8백여곳을 조사한 결과, 무려 전체의 42%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력의 전문화와 장비의 현대화를 요구하는 현장 대원들의 목소리가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MBC뉴스 박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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