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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정인 기자

[뉴스플러스] 한반도 여름배추 실종…'아열대 김치' 뜬다

[뉴스플러스] 한반도 여름배추 실종…'아열대 김치' 뜬다
입력 2013-10-01 20:54 | 수정 2013-10-0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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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

    여름에서 가을까지 김치를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고랭지 배추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갈수록 더워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계속 가다간 가을이 아니라 봄에 김장을 담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뉴스 플러스에서는 김치 작물의 온난화 위기와 대책 취재했습니다.

    ◀VCR▶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간 해발 1,100미터 대관령 산자락.

    쪽빛 가을 하늘 아래 녹색의 배추밭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국내 최대 고랭지 배추 산지인 '안반데기'입니다.

    그런데 배추밭 곳곳에서 수확을 포기한 채 내버려진 배추들이 눈에 띕니다.

    속을 들여다봤습니다.

    ◀SYN▶ 김기덕 박사/고랭지농업연구센터
    "겉은 괜찮지 않습니까? 속을 들여다보면 잎끝이 탄 상태에서 무름병까지 번진 겁니다."

    잎이 마르다 못해 눌어붙었고 물러 썩어 있는 배추도 있습니다.

    석회 결핍증과 배추 무름병 등 몹쓸 병에 걸린 겁니다.

    ◀INT▶ 김기덕 박사/고랭지농업연구센터
    "온도가 올라가면서 수확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겁니다. 이런 배추들이 올해 가뭄이 되면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배추가 잘 자라는 온도는 선선한 21도 미만.

    올여름은 폭염이 심해, 평균기온 21도를 넘은 날이 20일이 넘었고 최대 28도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대관령 기온은 4도나 높아졌고, 1만ha에 달하던 고랭지 배추밭은 절반으로 급감했습니다.

    ◀INT▶ 김시갑/고랭지 배추 농민
    "만약에 온도가 이 지역에 1,2도만 더 올라간다고 보면 사실상 고랭지 배추도 끝이 나질 않을까 그런 염려를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50년에는 고랭지 배추밭이 97% 사라지고, 금세기 말에는 모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기온이 급상승하면 앞으로 수십 년 뒤, 가을 김장철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전동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 자 ▶

    겨울을 앞두고 김장을 하는 까닭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무·배추 수확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앞으로는 온난화로 오히려 겨울에 배추가 잘자라고 여름엔 말라죽어, 김장철도 가을이 아니라 늦봄이나 초여름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김치 개념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배추와 무가 아니라 양배추나 생소한 아열대 채소로 만든 신개념 김치들이 나올 수 있죠.

    급격한 온난화에서 한국인의 밥상을 지키기 위한 연구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VCR▶

    생전 처음 보는 기묘한 채소를 칼로 썰고, 기름에 맛깔스럽게 볶은 뒤 정갈하게 담아냅니다.

    반찬 재료들은 이름도 생소한 공심채와 오크라·쓴오이.

    한반도가 아열대로 바뀌면 우리 식탁에 올라올 아열대 채소들입니다.

    ◀INT▶ 권소숙 대표/전통음식체험장
    "우리나라에 맞게끔 소스를 쓰니 오히려 맛이 좋다고."

    오랜 세월 김치 맛을 지켜온 배추와 무는 어떤 작물이 대신할 수 있을까.

    농촌진흥청은 배추 대신 인디언 시금치나 공심채, 무 대신 '차요테'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이는 뱀오이나 쓴오이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INT▶ 성기철 박사/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센터
    "지금 당장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우리 입맛이 그쪽으로 변하게 될 걸로 생각이 듭니다."

    무·배추 재배지를 기온이 낮은 해외로 옮겨 키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INT▶ 조정은 박사/세계김치연구소
    "호주나 뉴질랜드에 배추 해외생산기지를 개발해 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고온에서 잘 견디는, 신품종 개발은 물론 인공으로 온·습도를 조절하는 대형 식물 공장 설치도 구상중입니다.

    온난화로 평양이 서귀포만큼 더워지는 금세기 말에도 밥상에서 김치가 빠지진 않을 전망입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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