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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소영 부장

[함께생각해봅시다] 비리로 얼룩진 숭례문 부실복원…무엇을 남겼나

[함께생각해봅시다] 비리로 얼룩진 숭례문 부실복원…무엇을 남겼나
입력 2014-03-26 20:41 | 수정 2014-03-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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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해 다시 선보인, 국보 1호 숭례문이 부실 복원 논란에 휩싸이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요.

    공사 책임자인 신응수 대목장부터 문화재청 공무원까지 횡령과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숭례문의 부실 복원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김소영 사회2부장이 정리했습니다.

    ◀ 김소영 사회2부장 ▶

    우리 국민은 숭례문 앞에서 2번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8년 2월 10일 시커먼 연기속에 하룻밤새 사라진 것도 충격이었지만, 5년 만에 복원된 숭례문이 부실 공사와 비리로 얼룩졌다는 사실도 못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 리포트 ▶

    오늘 나온 경찰의 수사 결과, 책임자인 신응수 대목장은 복원에 쓰라며 기증받은 국민 기증목 154본을 빼돌렸고, 일부 공사에선 수리 기술자 자격증을 불법으로 빌려 썼습니다.

    문화재청 공무원 6명도 문화재 복원 시공업체로부터 4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았습니다.

    ◀ 송병일/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 ▶
    "문화재 복원 과정에 만연해 있는 뇌물, 횡령, 자격증 불법 대여 혐의 등으로 총 24명을 검거했습니다."

    부실 복원의 비극은, 5년 안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복원하겠다는 정부 발표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숭례문은 애초부터 전통 방식으로 복원할 수 없었습니다.

    숭례문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 가운데 석축은 기계로 깎아, 마무리만 사람 손을 빌렸고, 나무는 금강송이 매우 부족해 기증 나무에 의존해야 했으며 기와는 전통 방식으로 굽기엔 시간이 없어 학생들을 동원했고, 단청은 아예 전통이 단절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쯤에서 숭례문 복원이 단순히 건축물의 복구 차원으로 다룰 게 아니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건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것은 사실 철학의 문제입니다.

    건축은 여타 예술과는 다른,특별한 힘이 있는데 바로 사람의 '기억'을 강하게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것은 '그 시대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겉모습을 똑같이 복원해도, 시간과 공간을 누볐던 '기억'은 똑같이 복원할 수 없습니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은 "복원은 건물에 가해지는 가장 완전한 파괴"라는 '복원의 역설'로 이 것을 설명합니다.

    이제는 과거의 기억에, 현대의 기술을 접목시키는 미래의 '복원'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생각할 때가 왔습니다.

    소실되는 문화재는 앞으로 계속 나올 겁니다.

    그 때마다 우리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이 고통을 되풀이해야 할까요?

    오늘 수사결과는 복원의 개념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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