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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비리에 고소·고발 난무…아파트 관리비 갈등 여전

반복되는 비리에 고소·고발 난무…아파트 관리비 갈등 여전
입력 2014-09-11 07:51 | 수정 2014-09-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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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국민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아파트 거주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 앵커 ▶

    그래서인지 아파트 관리비 운영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아 지난해 정부가 현장 조사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주민들끼리 서로 고소, 고발을 일삼는 갈등은 여전합니다.

    먼저 김나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 김나라 기자 ▶

    5천600세대가 입주한 한 대형 아파트단지 입주자회의.

    동대표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와 확성기를 들더니 입주자회 회장에게 거칠게 외칩니다.

    "입주민 여러분! 지금 000 회장이 독선으로 합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서울시 조사로 드러난 관리업체 비리 때문.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업체가 각종 유지보수 공사업체나 경비업체를 불투명한 방식으로 선정해 관리비가 여기저기 샜다고 되어 있습니다.

    ◀ 아파트 주민 ▶
    "(당시) 비리가 많은 아파트로 비치고, 주민들이 굉장히 불만이 많았죠. 집값은 집값대로 떨어지고…."

    그런데 문제가 된 관리업체가 100여만 원의 과태료만 내고 다시 관리를 맡게 된 것입니다.

    관리업체를 선정했던 예전 입주자회와 새 입주자회는 서로 상대방 탓을 하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 조현선/아파트 입주자회 회장 ▶
    "제가 싸우면서 가는 조직(전임 입주자회)들은 관리규약 근거 없이 돈을 받았던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저를 고소하고, 소송하고…."

    ◀ 주민/전임 동대표 ▶
    "이 사람(새 회장)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선적인 일을 하고 있어요."

    한 주민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마다 돌며 새 입주자회 회장이, 전 회장의 문제점을 적은 공고문 수십 장을 떼다가 고소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예전 입주자회 측과 새 입주자회 측이 서로 경찰에 접수한 고소고발장만 10건이 넘습니다.

    최근 2년간 서울시가 관리비 실태조사를 한 아파트는 34곳.

    그런데 비리가 없는 단지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지자체에 비리 입주자회의나 관리업체를 퇴출시키는 등의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 서울시 관계자 ▶
    "영업정지를 하면 (입찰에) 참가할 수 없겠죠. (하지만) 기간이 지나면 또 참가할 수 있어서 의지를 가진 동대표들이 그런 걸 해야죠."

    아파트는 주민들끼리 대표를 뽑고 관리 업체를 선정하는 일종의 '주민자치' 공간입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비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요.

    이어서 이준범 기자가 보도합니다.

    ◀ 이준범 기자 ▶

    아파트 계단에서 추격전이 벌어지고, 건물 밖으로 소화기를 뿌리며 몸싸움을 합니다.

    관리비가 턱없이 비싸다며 주민들이 관리업체와 계약을 해지하자, 해당 업체가 반발하며 용역을 동원한 겁니다.

    서울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

    "밝혀라! 밝혀라!"

    관리비를 유흥비 등으로 낭비한 입주자 대표를 해임하라며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 연정흠/아파트 주민 ▶
    "22가지의 비리와 부조리가 적발됐는데도 관할 구청에서는 후속 조치를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듯 온갖 아파트 관리비 민원은 지난해 1만 1천 건을 넘어섰고, 관리비를 놓고 벌이는 소송도 3천여 건에 이릅니다.

    지난해 아파트 관리비 비리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 절반 가까이가 주민 대표들이었습니다.

    대단지 기준이 되는 '천 세대' 아파트만 봐도 1년 관리비 규모는 20억 원 정도.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 860만 가구의 한 해 관리비 규모는 12조 원대에 달합니다.

    이 큰돈이 아파트 입주자 회의나 이들이 정한 관리업체의 소수 임원에게 회계감시 없이 맡겨지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 송주열 대표/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
    10명의 동대표 중 6명만 의기투합하면, 수십억의 돈을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관리비) 비리가 발생하거든요."

    서울 노원구에 있는 2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단지.

    관리비 때문에 3년이나 소송을 벌였지만, 지금은 갈등이 사라졌습니다.

    입주자 대표회의를 감시하는 주민 단체를 꾸려 활동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가구당 월 2만 원씩 관리비가 더 줄었습니다.

    ◀ 조도제/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
    "발전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입주자 대표회의 잘할 수 있게 지원도 해주고, 감시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관리비 세부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내년부터는 300가구 넘는 아파트는 반드시 외부 감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낸 관리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없다면, 관리비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MBC뉴스 이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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