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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생명길 가로막은 불법주차…초동대처 지연 '화재 키워'

[이브닝 이슈] 생명길 가로막은 불법주차…초동대처 지연 '화재 키워'
입력 2015-01-16 17:37 | 수정 2015-01-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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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 주말 12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건에 이어, 어제도 강남 도곡시장에서 큰 불이 났죠.

    그런데 한쪽에선 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또 다른 한 쪽에선 인명 피해가 없었고, 진화도 비교적 빨리 끝났습니다.

    오늘도 경기도 양주에서 큰 화재 소식이 들어왔는데요.

    ◀ 리포트 ▶

    오늘 오후 2시쯤 경기도 양주시 덕도리에 있는 필름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 불로 3명이 부상했고, 샌드위치 패널 건물 4개 동, 5천여 제곱미터가 불에 탔는데요.

    소방당국은 소방차와 구급차 36대와 인력 80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 앵커 ▶

    오늘 이브닝 이슈에서는 이렇게 거의 매일 발생하다시피 하는 화재 현장에서 초동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꼼꼼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최근 일어난 화재사건들을 정리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어제 오후 3시 반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도곡시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화재 당시 연기와 불이 함께 치솟으면서, 상인들이 긴급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불은 1층 상가 건물로부터 시작해 주변 상가로 빠르게 번졌고, 모두 10여 채에 번졌습니다.

    소방당국은 도곡시장 안에 있는 공터의 쓰레기 더미에서 불이 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화재도 잇따랐습니다.

    지난 주말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만인 13일, 경기도 양주에서도 아파트 4층에서 시작된 불로 20대 남매가 숨졌습니다.

    같은 날, 경기도 남양주의 아파트에서도 불이 났습니다.

    ◀ 아파트 주민 ▶
    "불길이 10층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10층 옆 층에서 누가 수건 흔드는 분도 계셨죠."

    이 사고로 주민 15명이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았습니다.

    ◀ 앵커 ▶

    건조한 겨울이어서 더 그렇겠죠.

    화재사건 최근 정말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사건 현장을 취재한 사회부 이동경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지난 주말 있었던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 사망자 등 인명피해가 많았고 또 어제 있었던 강남의 도곡시장 사건은 피해가 별로 없었단 말이죠.

    둘이 굉장히 비교가 되는데 초기대응이 달랐기 때문에 이렇게 피해면에서도 차이가 있었던 거죠.

    ◀ 기자 ▶

    그렇습니다.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경우에 초동 대처가 늦어지면서 화재 발생 17분 만에야 가까스로 진화작업이 시작됐는데요.

    초기진화에 실패하면서 불은 삽시간에 아파트 3개동과 주변상가 1개 동으로 번졌고 완전히 끄는 데만 2시간 10분여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상자도 128명이 발생했고 이중 10명은 아직도 위독한 상태인데요.

    재산피해도 약 9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반면 어제 강남 도곡시장 화재에서는 화재 발생 40분 만에 큰 불길이 잡혔고 인명 피해도 없어서 대조를 이뤘습니다.

    보실까요. 두 화재 모두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한 건 신고 접수 6분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피해의 규모를 가른 건 초동대처의 성공 여부였습니다.

    의정부 화재 때는 소방차 진입로가 단 한 곳뿐인데다 그마저도 불법 주차된 차들이 도로를 완전히 틀어막고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차를 빼야 했고 견인차까지 동원되면서 초동대처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제 도곡시장 화재의 경우는 좀 달랐습니다.

    소방차들이 화재 현장 바로 옆까지 진입할 수 있었고요.

    시장 옆에도 왕복 6차선 도로가 있어서 접근도 빨랐고 골목에도 소방차 진입을 막는 장애물들이 없었습니다.

    불법 주차 등으로 소방차 진입로가 막혀 대형 화재로 번진 사례가 많은데요.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시흥 고층아파트 화재…일가족 3명 사망]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새벽 4시 시작된 불은 27분 만에 꺼졌고, 집안에서는 47살 김 모 씨와 19살 막내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집안에 있던 두 딸은 연기를 피해 창틀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렸는데 작은딸은 소방관들이 구조했지만, 큰딸은 화단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 소방 관계자 ▶
    "이면도로에 차량이 주차가 많이 돼 있어서 주차 차량 때문에 진입이 안 됐던 모양이에요."

    [홍제동 주택 화재…소방관 6명 순직]

    소방차가 달려갔지만 현장에서 70m쯤 떨어진 골목길 입구에서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 10여 대가 앞을 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폭이 6m인 도로이지만 화재 당시에는 양쪽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소방차조차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매몰 소식에 폭 5m짜리 대형 포크레인이 긴급 출동했지만 현장에 접근조차 못 했습니다.

    ◀ 기자 ▶

    초동 대처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이른바 화재 진화 골든타임은 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시점인 화재 발생 후 5분까지의 시간을 말합니다.

    이 때까지 잡지 못하면 1분이 지날 때마다 불길의 크기는 10배가 커지고 인명 생존률은 25%로 뚝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불법 주차 등으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진화 골든타임을 놓친 비율은 지난해를 보실까요.

    40%에 달했습니다.

    ◀ 앵커 ▶

    소방차가 제때 화재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불길은 급속도로 번지게 되고 응급 처치가 필요한 환자의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소방차가 제때 도착하는 걸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불법 주차된 차량들입니다.

    그 실태를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앵커 ▶

    소방차가 제때 화재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불길은 급속도로 번지고,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의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소방차가 제대 도착하는 걸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불법 주차된 차량들입니다.

    그 실태를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불법주차…소방차 출동지연 '화재 키워']

    화재 상황을 가정해 소방차와 함께 골목길 주택으로 출동해봤습니다.

    소방서부터 골목길 입구까지 7백 미터를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30초.

    하지만 골목길에 들어서자 속도가 급격히 줄입니다.

    양쪽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을 간신히 피했더니 이번엔 빙판길.

    맞은편 차가 오면 빼줄 때까지 초조한 시간이 흐릅니다.

    모퉁이에 세워둔 얌체 차량이 또 앞길을 막습니다.

    2백 미터 전진에 20분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소방차 오든 말든…초동대응 '발 동동']

    길 양옆에 불법주차한 차들이 늘어섰고, 편도 1차로엔 활어차가 비켜줄 생각을 않습니다

    ◀ 소방관 ▶
    "차를 안쪽으로 주차해야 됩니다. 거기에 차 대면 안 됩니다."

    우회전하려 하자 양 모서리에 오토바이와 차량이 불법주차돼 있어 소방차는 꼼짝없이 갇힙니다.

    소방차가 오든 말든 자기 갈 길만 가는 사람에 느릿느릿 차를 빼는 경우도 많습니다.

    크고 작은 접촉사고로 소방차는 패이고 긁히고, 멀쩡한 데가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화재 초동대응은 물론이고 피해자 응급처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 앵커 ▶

    실제 현장에서 이런 일을 자주 겪는 소방대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저희 취재진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 김범석/마포소방서 현장대응단 ▶
    "며칠 전 사건이었는데 3분 정도면 현장을 도착 할 수 있었는데 근처에 불법 주정차들로 인해 초동대처에 늦는 상황이 한 번 있었습니다. 연기가 보이고 불이 보이고 그 다음에 안에 사람이 갇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희는 빨리 가서 인명을 구하고 불을 꺼야 되는 상황인데 그걸 못하니까 너무 많이 힘듭니다. 자기 집이 불이 났을 수도 있기 때문에 소방차가 출동했을 때 좌우로 대피해주시고 불법 주정차를 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앵커 ▶

    그러면 다시 이동경 기자와 함께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의정부 화재 사건처럼 말이죠.

    소방차가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정작 불이 난 곳까지 소방차가 진입을 할 수 없으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그런데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이 많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 기자 ▶

    말씀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의정부 화재 사건처럼 자료를 보면서 우선 설명을 할까요.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조사한 내용인데요.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구간이 전국적으로 약 1600여 곳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이를 다 합쳐보니 716km였고요.

    지역 분포를 한번 살펴봤습니다.

    1위가 바로 주거지역으로 968곳, 60%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전통시장 등 상업지역이 349곳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 앵커 ▶

    주거지역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까 굉장히 걱정이 됩니다.

    불을 초기에 진화하지 못했을 때 가장 큰 인명피해가 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주거지역일 텐데 출동한 소방관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난감한 상황이 여러 개 있을 텐데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 기자 ▶

    이것 역시 조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우선 가장 무엇보다도 소방관들이나 조사한 곳에서 밝힌 이유는 진입로가 좁다는 문제였습니다.

    우선 비좁은 진입로가 316곳, 66%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바로 이곳이고요.

    그리고 이것은 소방차 통과에 필요한 최소 도로폭 4m도 채 미치지 못하는 골목길이 많다는 뜻이고요.

    다음 상습적인 불법주정차가 약 30%를 차지했습니다.

    도로장애물이 소방차의 접근을 막는 곳도 약 4%를 차지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쯤 되면 불법주차를 아예 할 수 없도록 강제적인 수단이 좀 필요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현행법상 별다른 제재수단이 현재 없는 상황이라고요?

    ◀ 기자 ▶

    맞습니다.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 한번 쯤은 보셨을 겁니다. 뒤의 화면을 한번 보실까요.

    아파트나 재래시장에서는 소방차를 세워 불을 끄고 인명구조를 할 수 있도록 가로 6m, 세로 15m의 노란색 선으로 소방차 전용구간을 표시하기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바로 이곳에 주차된 차들로 인해 공간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얘기를 합니다.

    또 현행법에 이런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를 막는 강제조항도 없는 실정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를 엄격한 단속으로 해결하려고 지금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미국 뉴욕의 경우는 강력한 주정차 단속으로 우리의 골든타임, 방금 말씀드렸던 골든타임인 6분 이하의 출동률이 무려 100%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도 있는데요. 일본의 경우는 불법주정차 범칙금을 크게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우리의 5배 수준입니다.

    ◀ 앵커 ▶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해외에서는 이렇게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차들이 알아서 양옆으로 붙는 모습을 굉장 히 자주 보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우리에게는 굉장히 미흡한 거죠.

    ◀ 기자 ▶

    그렇습니다. 우리 소방에도 피항의무라고해서 이런 의무를 지키도록 돼 있는데 사실상 저도 예전에 사회부 취재를 나가서 보다 보면 소방차들을 직접 타 봤을 때 비켜주지 않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신속하게 피해 주고 미리미리 비켜주는 게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긴급출동 차량이 보이면 도로 양옆으로 차를 바짝 붙여서 피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주변에서 소방 출동 차량이 보일 경우에는 임시로 주차해놓은 차량을 서둘러 뺄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설명 잘 들었습니다. 이동경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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