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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각종 신고전화 3개로 통합…112·119·110만 남긴다

[이브닝 이슈] 각종 신고전화 3개로 통합…112·119·110만 남긴다
입력 2015-01-16 18:03 | 수정 2015-01-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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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스무 가지에 달하는 각종 신고 전화번호가 112와 119, 110, 이렇게 세 가지로 통합됩니다.

    오늘 이브닝 이슈에서는 이번에 국민 안전처가 마련한 신고전화 통합방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어떤 번호가 바뀌고, 또 없어지는지 윤성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국민안전처가 마련한 통합방안에 따르면 범죄신고는 112, 재난과 구조·구급신고는 119, 노인학대와 학교폭력 등 상담과 민원은 110으로 통합되며, 해양사고 신고전화인 122는 폐지됩니다.

    국민안전처는 "20개 긴급전화를 3개로 통합하기로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진 상태"라며, "신고번호를 몰라 신고가 지연되는 현상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열린 긴급전화 통합방안 공청회에서 112와 119까지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대형 재난상황 발생 시 통화량 폭주로 범죄신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현 체제를 유지키로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긴급성이 떨어지는 학교폭력신고나 노인학대신고, 여성긴급상담신고 등은 110으로 통합됩니다.

    안전처는 "기존의 신고번호도 통합번호로 연결해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며, 통합방안을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성철입니다.

    ◀ 앵커 ▶

    해상에서 벌어지는 사고든 육상 사고든, 또 도둑이든 간첩이든, 아니면 학교폭력이든 가정폭력이든 하나의 번호로 신고가 가능해야 한다는 지적,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현재 우리나라의 긴급 신고전화는 너무 많아서 활용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 김대호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휴대전화 번호 하나 외우기 힘들다는 요즘, 알고 있어야 할 신고 번호도 너무 많습니다.

    다들 알고 있는 화재 구급 신고 119, 범죄 신고 112 말고도, 간첩신고는 113, 해양사고는 122, 마약은 127, 사이버 테러는 118, 밀수 125, 안보 신고 111, 또 학교폭력 117번까지.

    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긴급 신고 번호는 9개나 됩니다.

    여기에 각 기관들이 운영하는 신고전화는 더 많은데요.

    아동학대 129번, 가정폭력 등 여성긴급전화 1366번, 미아·가출 신고는 182번, 또 군 관련 신고와 상담은 1303번 등 각종 신고와 상담 전화번호는 무려 30여 개에 이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 모든 전화번호를 단 3개의 번호로 통합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긴급 신고 전화는 112와 119로, 비(非) 긴급 신고전화는 110번으로 합쳐집니다.

    즉, 모든 종류의 범죄를 통틀어서 112번 하나로 신고를 받고, 화재와 구급상황에 해양사고까지 더해 모든 구난 구조는 119번이 총괄합니다.

    또, 시급성이 떨어지는 신고나 상담 전화는 110번으로 전화하면 알아서 해당 기관으로 연결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학교 폭력'의 경우, 당장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긴급 폭력 상황이라면 112번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신고와 상담전화는 110번으로 하면 됩니다.

    또 노인폭력과 가정폭력 모두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됩니다.

    ◀ 앵커 ▶

    복잡한 신고전화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부각된 사건이 있었죠.

    바로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인데요.

    당시 승객들은 119와 112로 신고했지만, 해양사고의 경우, 인지도가 낮은 122번으로 신고해야 했기 때문에, 인명구조를 위해 절대적인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의 신고 상황,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세월호 사고 당시 112에 접수된 신고전화 내용입니다.

    시시각각 침몰해가는 배 위에서 "출동하는데 몇 분이 걸리는지" 묻는 승객에게 경찰은 "해경 신고전화는 122번"이라고 알려줍니다.

    다시 승객이 선체가 넘어간다며 신고를 부탁하자, 경찰은 122로 전화하라고 재차 안내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119상황실에는 30분 동안 23건, 112 경찰상황실에는 4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해양긴급신고 122에는 단 한 건의 신고도 없었습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119나 112로 접수된 신고를 다시 해경에 '3자 통화' 방식으로 연결해주면서, 소중한 초기 구조 시간을 허비하게 됐습니다.

    ◀ 앵커 ▶

    네, 이제는 해양신고번호 122뿐만 아니라 모든 위급상황 신고전화가 119와 112로 통합 운영됩니다.

    그럼, 외국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미국과 유럽 사례, 자료를 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전국 어디서나 911번으로, 범죄, 테러, 화재, 사고, 폭력 등 모든 긴급상황을 신고하게 돼 있습니다.

    신고전화가 걸려오면 상황과 위치를 파악해서, 해당 소방서와 경찰, 병원에 동시다발적으로 전달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영국 역시, 999번 하나로 통합 운영되고 있고요,

    EU 유럽연합도 112번 하나로 회원 국가 어디서나 긴급신고를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지금 보신 것처럼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모두 신고 전화번호는 한 가지로 통합 운영되고 있죠?

    그래서 우리나라도 112와 119도 하나로 통합해서, 단일번호체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그럴 경우,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 자료를 살펴볼까요.

    이 자리는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이성용 교수팀이 지난 다섯 달 동안, 전국의 천명을 대상으로 신고번호 인지도를 조사한 건데요,

    112와 119 모두 98% 이상의 높은 인지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국민 100명 중 1-2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112와 119 중 어디로 전화해야 할지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만약 이 번호를 하나로 통합할 경우, 해당 기관으로 다시 연결을 해야 하는 '2중 전달 체계'가 오히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런 지적이 제기 됐습니다.

    또 번호 통합을 위해 새로 '시스템을 구축' 해야 하고, 또 '홍보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역시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거죠.

    ◀ 앵커 ▶

    그런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긴급 전화번호에는 숫자 1과 9가 많이 쓰고 있는데요.

    김대호 아나운서, 1과 9를 많이 사용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요?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그렇습니다. 119 와 112처럼 세 자리 응급전화번호가 처음 등장한 곳은 영국입니다.

    1937년부터 지금까지 '999' 번을 쓰고 있는데요.

    그전까지는 0번을 눌러 전화 교환수와 연결한 뒤 교환수를 통해 신고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1936년 발생한 화재로 큰 인명피해를 입은 뒤, 직접 연결되는 세 자리 응급전화번호를 신설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 자리 응급전화를 도입했습니다.

    1957년, 영국 방식을 본따 '911' 번으로 정했는데요,

    많은 번호 중, 왜 하필이면 9와 1이라는 숫자를 사용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화재로 인한 연기 때문에 전화기의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손으로 더듬어서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과거에 쓰던 다이얼식 전화기의 경우, 손끝으로 기준점만 찾으면 바로 숫자 0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0을 누르면 바로 교환수로 연결됐기 때문에, 그 옆의 9번을 사용하게 된 겁니다.

    1번 역시, 숫자의 제일 끝에 있어 신고 전화를 잘못 걸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 앵커 ▶

    반찬통의 뚜껑이 안 열린다, 자동차 시동이 안 걸린다.

    들으신 것처럼 응급상황이 아닌데 도와달라는 전화가 하루 평균 2백여 건 이상, 매년 9만여 건이나 걸려온다고 합니다.

    장난전화는 물론이고, 이같은 '개념 없는 신고 전화' 역시, 정말 꼭 필요하고 긴급한 출동을 방해해 결국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는데요.

    119와 112에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얼마나 황당한 내용이 많은지 알아봅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리포트 ▶

    "띠리리~네, 119입니다."

    분초를 다투는 구조요청 전화가 하루종일 밀려드는 119 종합방재센터.

    그런데 황당한 민원들이 이어집니다.

    "(119입니다) 벌레가 너무 큰 게 들어와서…꼽등이 같은데 너무 커서 못 잡겠어요."

    "지금 화장실에 물이 잘 안 내려가서…솔이 부러져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거 조금 빼 주실 수 있습니까?"

    119 구급대원들이 긴급히 출동합니다.

    "사실 술이 많이 취한 상태예요."
    (어디 아픈 건 아니고요? 정신 차려 보세요.)
    "안 아파요. 아픈 데 없고요."

    비가 많이 내려 택시가 잘 안 잡히자 119에 신고했던 겁니다.

    결국 구급차가 집 앞까지 택시 노릇을 대신했는데, 돌아온 건 욕설뿐입니다.

    "XX! 돈이 중요하면 다 얘기해! 돈 중요하면 돈 줄게! XX"

    ◀ 김성준/마포소방서 구급대원▶
    "아기가 아프다, 이런 식으로 나가 보면
    애완용 동물들이 아프거나, 휴대폰이 하수구에 빠졌는데 휴대폰 좀 꺼내달라."

    "네, 경찰입니다."

    "불 지른다고 하고, 사람 죽인다고 하고, 여자 잡고 목 조르고 빨리 좀 와주세요!"

    "지금 납치당했어요. (네?) 납치요."

    2건 모두 장난 전화로 판명났습니다.

    "(네, 112입니다.)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강도여서 칼 들고 협박을 하더라고요."

    회사 차량으로 음주사고를 낸 뒤 징계가 두려워 저지른 자작극이었습니다.

    "신림동 경마장이요. 내가 폭발물을 설치했거든요."

    경찰 40명이 탐지견 4마리를 데리고 급히 출동했고, 폭발물은 없었습니다.

    허위 신고를 한 사람은 43살 정 모 씨.

    홧김에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죽고 싶어 미리 전화했다", "사람이 죽어 있으니 치워달라", 5년 동안 이런 허위신고를 4천6백 번이나 한 40대 여성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허무맹랑한 전화도 많습니다.

    "(주문한) 치킨 값을 가지로 와야 되거든요. 저 보고 오라는데. 너무 늦어서 못 가거든요. 전화 좀 해 주세요."

    "불이 안 켜지니까 경찰을 좀 불러주세요."

    심지어 유명 댄스그룹의 병역 문제를 묻기도 합니다.

    "가수 EXO 있잖아요. 그분들 군대 면제되요?"
    (그건 국방부에 문의하셔야죠.)

    "진짜 너무 큰 벌레가 있어서 처리를 할 수가 없거든요." (책이나 이런 걸로 한 대 때리면 벌레 죽는데…)

    ◀ 앵커 ▶

    정말 황당한 사례들이 많이 있네요.

    응급 '의료' 전용번호였던 1339번이 지난해 119로 통합된 뒤 불필요한 신고 내지 문의 전화가 20% 이상 줄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이번에 신고 전화번호가 3가지로 통합된 후에는, 장난 전화나 불필요한 전화가 더 줄어들고, 긴급 전화 서비스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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