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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사라지는 食口…생활상 변화로 가족과의 식사 줄어

[이브닝 이슈] 사라지는 食口…생활상 변화로 가족과의 식사 줄어
입력 2015-01-19 17:43 | 수정 2015-01-1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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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한다.

    그래서 가족을 이르는 다른 말로 '밥 식'자에 '입 구'자를 써서 '식구'라고도 부르죠.

    그런데 이 '식구'의 개념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하루 세 끼 중 한 끼도 가족과 함께 먹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요,

    우리 국민의 식습관에 대한 조사내용, 먼저 장승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재작년 국민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6%에 그쳤습니다.

    조사를 처음 시작한 지난 2005년엔 63%에 달했지만 2008년 59%, 2010년 55%로 해마다 감소하다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것입니다.

    저녁을 가족과 함께 먹는 비율은 65%로 2005년 76%, 2008년과 2010년 68%에 이어 가장 낮았습니다.

    점심을 함께 먹는 비율은 끼니 가운데 가장 낮은 14%에 머물러, 10년 전 22%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세에서 18세 사이의 점심 가족동반식사율이 한 자리 수대로 가장 낮았는데, 대부분 보육시설과 학교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진학과 직장 때문에 홀로 사는 비율이 높은 20대도 아침과 저녁식사의 경우 가족과 함께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MBC뉴스 장승철입니다.

    ◀ 앵커 ▶

    하루에 한 끼라도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날이 많이 줄어든 건 저도 예외가 아닌데요.

    시민들은 사정이 어떤지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 손유정 ▶
    "아침 보통들 안 먹고 나가잖아요. 거의 안 먹는 편이 많고, 점심과 저녁때도 각자 생활이 있다 보니까 그렇고. 그래도 한 달에 2번 정도 (가족이 같이) 먹죠."

    ◀ 허재희 ▶
    "아침 시간에는 아버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나가는 시간대가 달라서 같이 식사하는 게 힘들고, 저녁식사의 경우도 아빠는 야근하는 시간이있어서 (힘들어요.)"

    ◀ 이슬기 ▶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업무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아무래도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 이승정 ▶
    "저도 바쁘고 가족들도 다 바쁘기 때문에 만나기가 어려워서….회사에서 야근도 있고, 야근이 제일 큰 이유 같아요."

    ◀ 이동민 ▶
    "회사에서 일도 많이 있고, 야근 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안 돼서 (가족이) 한 번에 모이기가 힘드네요."

    ◀ 앵커 ▶

    바쁜 아침 시간에 10분이라도 더 자기 위해, 아니면, 좀 더 일찍 집을 나서기 위해 아침밥을 거르고 집을 나서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많은데요.

    여기 자료를 볼까요.

    지난달 발표된 질병관리본부의 '2013 국민건강통계' 자료인데요.

    우리 국민의 아침밥 결식률은 '24%'로 국민 4명 중 1명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대의 결식률이 가장 높았는데요.

    20대의 40%, 그러니까 5명 가운데 2명꼴로 아침밥을 굶고 있었습니다.

    아침밥을 안 먹으면 오전에 금방 허기지고, 업무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잘 잘려져 있는데요.

    그래서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지는 못해도, 밖에서 출근 전에 간단히 아침식사 하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다음 자료를 보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외식업계에서 추산한 아침밥 시장 규모인데요.

    2009년도에는 약 7천억 원 정도였는데, 2012년에는 약 1조 원 규모로 늘었났습니다.

    불과 3년 만에 아침밥 시장이 43%나 증가하게 된거죠.

    ◀ 앵커 ▶

    이처럼 점심과 저녁 시간에 편중돼있던 '먹을거리' 시장이 아침으로 옮겨가면서 관련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아침밥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보도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 고은정 ▶
    "출근시간이다 보니까 너무 밥까지 해먹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니까"

    샌드위치나 삼각김밥, 주먹밥과 도시락은 아침시간대 매출이 18% 이상 올랐습니다.

    ◀ 최현수 ▶
    "일단 음식값이 싸고요,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빨리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에 제빵업체와 커피전문점까지 아침밥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노량진 컵밥에 착안해 지난해 즉석 컵밥을 출시한 식품 업체는 1년여 만에 판매액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 조윤정/편의점 PB상품 담당자 ▶
    "도시락 같은 경우 양이 너무 많고, 삼각김밥은 양이 너무 적어서 그 중간형태의 푸드를…"

    ◀ 최윤정 ▶
    "먹기도 간편하고, 보기에도 깔끔해서 먹기 편한 것 같습니다."

    ◀ 앵커 ▶

    가족과 함께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이유.

    물론 바쁜 일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혼자 사는 집, 그러니까 '1인 가구' 수가 크게 늘고 있는데요, 그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20여 년 만에 4배 이상 크게 늘었습니다.

    1990년도엔 혼자 사는 집이 102만 가구였는데, 2012년도에는 454만 가구로, 4배 이상 껑충 뛰었죠.

    전체 가구 수와 비교해 보면,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네 집 중 한 집꼴이라고 하는데요.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안에 1인 가구, 5백만 가구를 돌파할 거라는 전망치도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 ▶

    이렇게 홀로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 '나 홀로 족'을 위한 공간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 리포트 ▶

    자리마다 설치돼있는 칸막이.

    얼핏 보면 독서실 같지만 사실은 라면집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커튼 내려 드릴게요."

    ◀ 이현신 ▶
    "독립된 공간이라 참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식당에 가면) 혼자 먹기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죠."

    1인용 화로를 갖추고 30g부터 주문이 가능한 고깃집도 생겼습니다.

    ◀ 서종현/1인 고깃집 사장 ▶
    "아직까지는 고기다 보니 (혼자서) 많이 오시진 않는데 계속 늘고 있는 추세고요."

    ◀ '나 혼자 산다' 中 내레이션 ▶
    "누구보다 혼자 잘살고 있다 자부하는 나 홀로 족"

    혼자 사는 남성의 생활이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는가 하면, 1인용 노래방까지 등장했습니다.

    영화 관객 다섯 명 중 한 명은 혼자서 극장을 찾는 시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노래방을 가고, 영화를 봐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 앵커 ▶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가족의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유선경 아나운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고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여건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선택을 한 사람들조차도, 10명 중에 3명은 '심각한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각한 우울'이란, 2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것을 말합니다.

    또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모두 1위라는 사실 역시, 독거 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 앵커 ▶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고충은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더 잘 알겠죠?

    사회 안전망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이같은 고민을 '함께'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직장인 문윤승 씨가 일요일마다 혼자 사는 동네 이웃들을 불러 함께 먹는 집밥입니다.

    ◀ 문윤승/직장인 ▶
    "12시에 '출발 비디오 여행' 보고 이제 밥 먹으러, 짜파게티 말고 집밥 먹자 그런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한 식사 모임을 찾았습니다.

    회비를 내고 먹거나, 각자 가져온 음식으로 밥상을 함께 차리거나, 형식은 자유롭습니다.

    ◀ 김초원/드럼 연주자 ▶
    "같이 밥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이른 아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일흔살 할아버지부터 아흔이 넘은 할머니까지 모두 한집에서 살며 끼니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 정복조 ▶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같이 먹으니까 얼마나 밥도 술술 잘 넘어가고 맛이 있네요."

    심리적인 안정감도 더해갑니다.

    ◀ 이형생 ▶
    "갑자기 아파서 의사 선생님 만나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누가 날 도와줄 사람이 어디 있어요."

    ◀ 김종석/가정의학과 교수 ▶
    "혼자 식사를 하시게 되면 아무래도 흔하게 외로움, 고독감을 느끼면서 장기적으로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만성피로, 기력저하, 우울감, 결국은 신체적인 변화도…"

    ◀ 앵커 ▶

    우리보다 먼저 '가족 해체'를 경험한 나라가 있죠.

    바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입니다.

    일본에서는 '독신자 공동주택', 이른바 '셰어 하우스'가 유행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독거 노인과 독거 젊은이를 한 식구로 묶어주는 새로운 움직임도 시작됐다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도쿄 중심가의 8층짜리 맨션, 독신자 공동주택, 이른바 '셰어 하우스'입니다.

    지난 10년간 셰어하우스 시장은 50배나 커졌습니다.

    ◀ 사토/셰어하우스 거주 회사원 ▶
    "정보교환이 빠르고, 혼자 있고 싶지 않을 때 라운지에 오면 대화가 가능해요."

    요즘엔 음악과 골프, 다이어트까지 공통의 관심사에 따라 모이는 동호인 주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날로 심각해지는 독거노인 보호에 활용하려는 새로운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나 홀로 사는 노인과 젊은이가 한집에서 살도록 묶어주자는 구상입니다.

    ◀ 아라카와/노인보호단체 '무스비' ▶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젊은이들과 대화가 많아져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될 겁니다."

    정부와 기업 지원을 받아, 젊은이들에게 주거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입니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의 출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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