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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만취 무단횡단, 누구 과실? 무단횡단 사망자 한 해 5백명

[이브닝 이슈] 만취 무단횡단, 누구 과실? 무단횡단 사망자 한 해 5백명
입력 2015-02-24 17:40 | 수정 2015-02-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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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만취한 상태에서 횡단보도의 빨간불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요?

    무단횡단 사고라도 보행자보다는 운전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이었는데요, 최근 재판에선 다른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 이브닝 이슈에서는 무단횡단과 관련된 사고들을 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박성원 기자의 보도부터 들어보시죠.

    ◀ 리포트 ▶

    김 모 씨는 술에 취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SUV 차량에 치였습니다.

    이 사고로 얼굴 곳곳에 성형수술로도 없애기 힘든 1~3cm의 흉터가 남았고, 김 씨는 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김씨가 비록 빨간불에 건넜지만 운전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피해 금액의 절반인 4천3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사고 순간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취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김 씨가 정지신호였음에도 술에 취해 좌우를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더 무겁다"며 김 씨의 책임은 60%로 올리고 운전자 책임은 40%로 낮췄습니다.

    ◀ 한문철/변호사 ▶
    "예전에는 빨간불에 무단횡단해도 피해자 과실을 50% 이상 잘 안 봤는데 (요즘에는)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곳에서 빨간불에 무단횡단하면 피해자 과실을 70%까지 보기도 합니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는 법적으로 사람이 건너서는 안 되는 차도입니다.

    반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인도로 간주되기 때문에 모든 차량이 일단 멈춰 서야 합니다.

    MBC뉴스 박성원입니다.

    ◀ 앵커 ▶

    귀찮다고 급하다고,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렇게 무단 횡단을 하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해 5백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보도 내용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버스 앞으로 뛰어든 60대 남성.

    왼편 중앙 버스차로에서 뛰쳐나온 바람에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부딪혀 숨졌습니다.

    이곳의 무단횡단은 여전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사선으로 질주하는 사람부터, 버스를 타려고 도로 한복판을 뛰어다니는 사람까지.

    퇴근 시간, 무단횡단은 더 거침없습니다.

    출발하려는 버스 앞을 지나 중앙선을 넘은 뒤, 친구까지 무단횡단 하라며 부추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단횡단 사고가 끊이지 않자 교통경찰이 24시간 상주할 정도입니다.

    ◀ 정인기 경사/서울 강서경찰서 ▶
    "신호가 바뀌기 전이나 바뀌고 난 후에 그 틈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급한 마음에 건너는 것 같습니다."

    무단횡단 사고를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간이 중앙 분리대'.

    설치를 한 뒤, 교통사고 사망자가 80% 가까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관리가 부실한 곳이 허다합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도로.

    분리대 일부가 부서진 채 방치돼 있습니다.

    아예 없어진 곳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사라진 중앙 분리대 사이로 오토바이와 행인들이 넘어다니기 일쑤입니다.

    부서진 분리대 사이로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 앵커 ▶

    보행자가 차에 치이면 치명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유선경 아나운서,특히 연세가 높으신 고령자일수록, 교통사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교통사고 유형을 분석해 봤는데요,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38명 가운데 무단횡단 등 보행자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가 55%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무단 횡단을 하다가 숨진 사람의 62%는 65세 이상 노인이었습니다.

    무단횡단 등의 보행 사고는 귀가시간인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에 집중돼 있었는데요,

    집에서 반경 1km 이내 지역, 다시 말해 집 주변 사고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또 무단횡단 사고로 목숨을 잃은 10명 중 8명은 편도 2차로 이상의 대로를 건너다가 숨졌습니다.

    ◀ 앵커 ▶

    지난달 통계를 살펴봤는데요,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보행자 사망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어르신들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노인들의 교통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는 건데요,

    관련 보도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택시가 속도를 높이는 순간 갑자기 차 왼쪽에서 나타난 노인과 부딪힙니다.

    불과 1주일 뒤, 같은 장소에서 이번에는 다른 노인이 오토바이와 충돌합니다.

    두 노인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하루에 노인 1천여 명이 몰리는 서울 종묘공원 앞대로.

    차도로 건너기도 하고 빨간 불로 바뀐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왕복 8차선 도로에 횡단보도 간 간격이 500m가 넘는데다, 발걸음을 재촉해도 제시간에 도착하기 쉽지 않아 무단횡단이 잦다 보니 사고가 빈발하는 것입니다.

    ◀ 최홍규 ▶
    "나이 들면 아무래도 걸음을 빨리 못 걸으니까. 그래서 건너가는데 많이 지장이 있더라고요."

    ◀ 앵커 ▶

    이번엔 노인들의 무단횡단 사망 사고가 많은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시죠.

    ◀ 리포트 ▶

    1)고령자의 무단횡단 사망 사고 왜 많나?

    ◀ 이서영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장 ▶
    "고령자들이 자기 자신의 운동신경을 과신하고 또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젊었을 때 생각을 해서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고 무단횡단 사례가 많기 때문에 순간적인 사고에 대처능력이 떨어져서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2) 집 주변 무단횡단 사고가 많은 이유?

    ◀ 이서영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장 ▶
    "(집근처는) 자기가 잘 아는 길이기 때문에 신호를 지키지 않고 무단횡단을 해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잘 아는 길일수록 더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3) 언제 고령자 사고 빈발?

    ◀ 이서영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장 ▶
    "새벽 아침시간대 운동시간대에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위가 어둡기 때문에 운전하는데 불편이 있고 또 고령자들의 복장이 검정색 계열의 복장을 착용하다 보니까 운전자들에 잘 띄지 않아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앵커 ▶

    노인분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배려도 필요합니다.

    등하교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보호구역, 즉 '스쿨존'이 있듯이, 노인들을 보호하는 지역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혹시 '실버존'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지금 보시는 이 표시가 바로, '노인보호구역' 즉 '실버존'인데요.

    경로당이나 노인 병원 등 어르신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 주변에 지정됩니다.

    '실버존'에서는 녹색 신호등이 다른 곳보다 오래 켜 있어서 걸음이 빠르지 않은 노인들이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아도 되도록 했고요.

    가파른 길에서는 붙잡고 걸을 수 있는 손잡이나, 무단 횡단을 막기 위한 울타리를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또 차량 속도 또한 '스쿨존'처럼 감속해야 되는데요.

    차량은 시속 30km 이하로 운전해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6백 곳 정도가 '실버존'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올 4월부터 '실버존'에서의 교통법규가 강화돼, 속도 제한 등을 위반할 때 일반 도로에 비해 과태료나 범칙금이
    2배로 부과됩니다.

    ◀ 앵커 ▶

    보행자들의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해외에서도 역시 골칫거리라고 하는데요.

    뉴욕시의 경우,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내 주행속도를 대폭 낮췄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바둑판 모양으로 도로를 정비해 걷기 편리하도록 도시를 만든 미국 뉴욕.

    하지만, 신호를 무시하고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차량은 경적을 울리고, 그 사이를 보행자는 빠져나가고, 서로 엉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보행 중 사망자만 291명에 달합니다.

    뉴욕시가 보행자 사망 사고를 없애겠다며 50년 만에 도시 전역의 주행 속도를 시속 48킬로미터에서 40킬로미터로 낮췄습니다.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2년 전 12살 소년이 보행 중 사고로 숨진 장소에서 법안에 서명해 경각심을 높였습니다.

    ◀ 드 블라지오/뉴욕 시장 ▶
    "보행자 사고는 노인의 경우는 사망 원인 2위이고, 14세 미만은 1위입니다."

    주행 속도가 시속 48킬로미터인 상태에서 보행자가 차량과 충돌할 경우 생존 확률은 37에서 47% 지만, 제한 속도를 시속 40킬로미터로 줄이면 회생 가능성이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행 속도를 줄이면 차량과 보행자 모두 주변을 살피고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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