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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다 컸는데도' 가정불화 부르는 '캥거루족'

[이브닝 이슈] '다 컸는데도' 가정불화 부르는 '캥거루족'
입력 2015-10-19 17:39 | 수정 2015-10-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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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다 큰 어른이 자립하지 않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으면 커다란 새끼를 아기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캥거루에 빗대 "캥거루족'이라고 부르는데요,

    최근 70대 아버지가 마흔이 넘도록 얹혀사는 캥거루족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법원은 이 70대 아버지에게 어떤 처벌을 내렸을까요?

    지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마포구의 한 다가구주택.

    이곳 반지하 집에 살던 72살 박 모 씨가 지난 7월, 같이 살던 아들에게 갑자기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몸을 찔린 아들은 집 밖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습니다.

    아들은 마흔이 넘도록 직업도 없이 아버지에게 얹혀살며 생활비를 타서 쓰는 이른바 '캥거루족'이었습니다.

    아들에게 돈을 마련해주려고 원래 집은 세를 주고 반지하로 이사를 왔는데, 아들은 독립도 하지 않았고, 반지하 집을 담보로 3천만 원 넘는 돈을 몰래 대출받기까지 했습니다.

    더구나 아들이 자꾸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 아버지는 집을 비워주고 노숙하기 일쑤였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노숙을 한 아버지는 방에서 편히 자고 있던 아들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해 흉기를 들었고 결국,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무거운 범죄이지만, "전과가 없는 박 씨가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곧바로 자수한 점, 아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한 겁니다.

    재판부는 아들이 인륜에 반하는 행동을 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앵커 ▶

    장성한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해 살다 가정불화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방금 보신 사건처럼 이런 갈등이 강력사건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6월에 충북 옥천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가정불화를 겪던 70대 아버지가 40대 아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아들이 특별한 직업 없이 술만 마신다는 이유로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지난 3월에는 "왜 용돈을 안 주냐"며 80대 노모와 말다툼을 벌이다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됐는데요.

    이 남성은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습니다.

    지난 6월에는 취업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어머니를 때려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30대 아들이 붙잡히기도 했는데요.

    "언제까지 직업 없이 집에만 있을 거냐"는 어머니의 말에 격분해 어머니에게 폭행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앵커 ▶

    성인이 돼서도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 자녀들, 일명 '캥거루족'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까요? 그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먼저 '캥거루족'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생겨난 건가요?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캥거루족'은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처음 등장한 말인데요.

    현재 '캥거루족'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 직업 능력 개발원이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34살 미만의 대졸자 1만 7천 명을 조사했는데요.

    전체의 절반인 51.1%가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와 같이 살지만, 생활비를 드리지 않는 청년들은 35%였고요.

    같이 살지는 않지만, 여전히 용돈을 받는 청년들은 5%, 부모와 같이 살고 용돈도 받는 청년들은 11%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취업을 하더라도 부모 집에 함께 살면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캥거루족 가운데 취업을 한 경우는 65%로 나타났는데, 이른바 '비캥거루족'에 비해 '상용직 근로자'는 적고, '임시 일용직'이나 '비임금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독립을 했다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일명 '연어족'이라고 부릅니다.

    전세금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연어'처럼 원래 살던 부모님 댁으로 회귀하는 건데, 특히 결혼한 뒤 부모님 집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많아 일명 '연어 부부'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캥거루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20-30대 캥거루족이 30-40대가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한다며 이들을 '기생 독신'이라 부릅니다.

    지난 2012년 일본의 한 언론은 기생 독신이 3백만 명 가까이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시가 고학력 청년들의 독립심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공익광고까지 제작하고 나섰는데요.

    70대가 넘어야 자녀양육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낸다며 '키퍼스(kippers)'라는 말이 생겨났고,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으로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캥거루족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난다고 보는지,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김민재]
    "캥거루족이 되면 차라리 좀 더 낮은 연봉을 받더라도 좀 더 잘 모을 수도 있고…어쩔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훈]
    "아무래도 복지제도가 제일 낙후돼있는 게 가장 큰 문제겠죠. 결혼이나 출산율이 떨어지는 거나 캥거루족이 늘어난 거나 똑같은 이유라고 봅니다."

    [성경모]
    "직장도 없고 어차피 혼자 생활한다면 부모 밑에서 부모가 같이 관심을 가져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자기 스스로 뭔가를 찾을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되야 되는데 그러기에는 사회적인, 경제라든가 이런 부분들 좀 많이 변화가 와야되겠죠, 지금 현재로서는…"

    [신영애]
    "요즘 20~30대는 부모님 세대들이 너무 자식들을 많이 감싸고 키워오셔서 자식이 다 장성해서 독립을 해야 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하지 못했다 뭐 경제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라는 이유로 계속 이렇게 자식들 그 경제적으로 지원을 하시는 것 같아서 부모님들이 참 많이 힘드시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이처럼 캥거루족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계속해서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자녀들의 입장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취업난으로 자녀들이 '홀로서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고용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이지 않다는 건데요.

    특히 한국 캥거루족은 직업이 있더라도 집을 구하기 어려워 부모에게 의존하는 '주거 의존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것도 캥거루족을 양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최근에는 자녀 곁을 계속 맴돈다고 해서 '헬리콥터 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죠.

    대학생 자녀의 수강 신청도 부모가 대신해 주고, 어느 회사에 취업할지, 누구와 결혼할지, 심지어 이혼할지 말지까지 부모가 결정해 주는 대로 따르는 자녀도 있습니다.

    취업에 실패하면 지원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명문대 나온 우리 애를 왜 떨어뜨렸냐'고 문의를 하거나, 결혼 정보 회사는 물론, 이혼법정에까지 부모가 함께 나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인생의 중대 기로에서 스스로 결정을 못 해 부모가 대신 선택하고 책임지게 되면, 자녀는 계속 부모를 떠나지 못하고 의존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이제는 '자식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자식의 자식' 농사까지 떠맡는다고들 하죠.

    이런 분들 얼마나 많을까요?

    서울에 사는 예순 살 이상 노년층의 71%는 '향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는 설문 결과도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예순 살 이상 노인들의 절반이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왜 함께 살고 있는지를 물었더니,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라거나 '손자, 손녀의 양육과 가사지원' 등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조부모의 육아 비중이 얼마나 늘어난 것일까요?

    보도 영상으로 보시죠.

    ◀ 리포트 ▶

    [아빠 엄마 대신 '할빠, 할마' ]

    조부모 육아 비율은 3년 전 50%를 넘어서 이제 아빠, 엄마를 대신하는 '할빠', '할마'란 말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몸이 안 따라주는 것, 그래서 '손주병'이란 질병도 생겼습니다.

    [유형준 교수/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뼈관절, 근육에 오는 문제점들은 기본이고 수면장애,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들 딸 형편 봐주느라 내 삶이 사라지고 있다"는 상실감이 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호선/한국노인상담센터장]
    "할머니로서의 해야 할 의무는 남아있고 수행하지 않을 권리는 없는 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야박하다 생각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아이를 몇 시간 돌보면 되는지 만약 용돈을 받는다면 얼마가 좋을지 서로 논의하는 것도 안정적인 황혼 육아를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 앵커 ▶

    이미 은퇴를 했는데, 아직 자립하지 못한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부모가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환갑을 맞았지만 미혼인 30대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느라 다시 일자리를 찾기도 하고, 아파트 경비를 하면서 모은 수천만 원을 아들의 집을 넓히는데 보태기도 하는 부모님도 있는데요.

    이렇게 자녀 뒷바라지를 하다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를 못 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는 노인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는데요.

    OECD 회원국 평균의 4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캥거루족 현상이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이러한 현상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없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Q. '캥거루족 현상' 노인빈곤 부른다?

    [김귀옥 교수/한성대학교 사회학과]
    "노후를 대비한 자금을 노인들이 이제 50~60대 만들어야 하는데요. 자녀들을 일정한 정도 지원하는 그런 조건에서 사실은 노후에 생활할 수 있는 그런 비용들, 기회들을 놓쳐 버리는 경우들이 많습니다.60~70대 되는 노인들이 40~50대 때는 자녀들의 생활비를 대고 있는 현실이 우리 사회에 곳곳에 보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노인들의 빈곤이 더 심각한 상황이 되고요."

    Q. '캥거루족 현상' 줄이려면?

    [김귀옥 교수/한성대학교 사회학과]
    "20~30대들이 일정한 안정적으로 정말 일을 할 수 있는 취업의 기회가 확대돼야 됩니다. 부모 자녀 간에도 어려우면 어렵다라는 것을 얘기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할까요. 이런 문화들도 우리가 지금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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