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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도 넘은 고객 갑질, 감정노동자 우울증 산재 인정

[이브닝 이슈] 도 넘은 고객 갑질, 감정노동자 우울증 산재 인정
입력 2015-11-03 17:32 | 수정 2015-11-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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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제 뒤로 보이는 이 화면은, 얼마 전 백화점 점원이 항의하는 고객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장면입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안하무인 고객의 갑질이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주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감정노동자'라고도 불리는데요,

    판매원이나 전화 상담원, 호텔의 직원이나 승무원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 직업입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업 노동자들은 그동안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 욕설을 들어도 심지어 성희롱이나 폭행을 당해 우울증에 걸려도 산업재해로 보상받기 힘들었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만 업무상 질병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시행령을 개정해 업무상 질병에 '우울증'과 '적응 장애'도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적응장애'란 사회적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무질서한 행동 형태를 말하는데요.

    고용노동부는 이번 조치로,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는 대부분의 정신 질병이 산재보험으로 보호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앵커 ▶

    감정 노동자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건 앞서 보신 고객들의 이른바 '갑질'인데요.

    서비스 업종이나 유통업체 직원들을 마치 하인이나 머슴 부리듯 하대하며,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서슴지 않는 콧대 높은 손님의 행태를 지칭하는 말이죠.

    대표적인 사례로는 앞서 소개해드린 사건이 있었고, 올 1월에, 역시 백화점 주차장에서 주차 요원을 무릎 꿇린 모녀의 횡포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과도한 AS 요구에 점원 '무릎 사과']

    젊은 여성이 의자에 앉은 채, 무릎을 꿇은 매장 직원 2명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항의 고객]
    "야, 고개 들고 똑바로 봐. 지나가다가 나 마주치면 그때도 죄송하다고 하게 내 얼굴 똑바로 외워."

    여성 고객의 어머니가 매장을 찾아와 팔찌와 목걸이 무상수리를 요구하다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객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본사에서 무상 수리를 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며칠 뒤 이번에는 딸이 매장을 찾아와 왜 처음부터 어머니에게 무상수리를 해주지 않았느냐며 항의를 하기 시작했고 1시간가량 소동이 계속되자 직원들이 고객의 화를 달래기 위해 무릎을 꿇은 겁니다.

    [항의 고객]
    "(그게 아니고요, 고객님.) 그게 아니면 뭐야. 알았다고. 본사에 얘기했다고, 니들 서비스에 대한 문제나 해결하라고. 이제 와서 왜 그런 말해? 왜 이러는데?"

    [백화점 주차요원 무릎 꿇리고 폭언 퍼부은 '갑질 모녀 논란]

    서른 살 딸과 함께 쇼핑을 하고 차에 오른 60대 여성이 20대 아르바이트 주차 요원에게 화를 냈습니다.

    모녀는 주차 요원의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퍼부으며 밀치기도 했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입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소란은 다른 주차 요원 3명도 무릎을 꿇고 백화점 측에서 사과를 한 뒤에야 끝이 났습니다.

    [백화점 관계자]
    "소장님이 직접 나와서 '제가 대신 사과드리고, 제가 대신 무릎 꿇을 테니까 이 친구들 좀 일으켜 세워달라'고."

    [대형마트서도 VIP 갑질]

    서울 황학동의 한 대형마트에서도 고객 37살 박 모 씨가 마트 보안요원과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박 모 씨/마트 고객]
    "내가 그럴만한 집안이기 때문에 소리 지르는 거야. VIP 고객한테 XXXX이야. 몇억씩 쓴 사람한테?"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이 박 씨에게 맞아 피를 흘리기까지 했습니다.

    [대형마트 직원]
    "전혀 대화가 안 됐고요. 경찰에 신고하고, 다른 고객이나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 앵커 ▶

    실제로 판매원이나 고객 상담원들은 이런 일을 당하면, 큰 정신적 충격에 빠진다고 하는데요.

    MBC 취재진이 고객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감정노동자 한 분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감정노동자(고객 상담업무)]
    "'콜센터장 너 잘라버리겠다, 그리고 이렇게 부실하게 사과를 하게 만드는 너 고객서비스팀 담당 너도 사장님한테 내용증명을 보내서 잘라버리겠다' 그렇게 협박을 했고요. 그리고 굉장히 큰소리를 쳤고요. 그리고 병이 있는데 병을 들었다 놨다 했어요. 던지지는 차마 못 하고…굉장히 폭력성도 있고."

    "잘라버리겠다. 가만 안 두겠다. 너 이름이 뭐냐. 아니면 큰소리치고, 악쓰고, 그 자체가 일단 사람을 좀 위축되게 만들고 힘들게 만드는 거잖아요."

    "집에 가면 이분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거리고 그다음에 가슴이 막 뛰고 잠도 잘 안 오고. 그리고 이분 고소하고 싶어요, 사실은. 그리고 이분들 때문에, 아우, 직장에 나가기 싫다, 정말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이 정도의 생각까지도 듭니다."

    ◀ 앵커 ▶

    감정노동자들의 이런 고충은 연구결과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감정노동자들이 심리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우울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세한 내용,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노동환경 건강연구원이 지난 2013년 조사한 내용인데요,

    다양한 직종의 감정노동자 2천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지난 1년 동안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거나, 인격 무시성 발언, 폭언. 욕설 등 일종의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80%를 넘었습니다.

    또 한 달에 6번에서 8번 정도 이같은 일을 겪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성희롱이나 신체 접촉을 당한 경험은 전체의 30%, 실제로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도 전체의 12%나 됐습니다.

    이들에게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정도를 측정해봤더니 전체의 33%만이 정상으로 나왔고,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전체의 42%나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31%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에 비하면 거의 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감정 노동의 강도가 센 직종은 무엇일까요?

    한국고용정보원이 7백39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2만 5천여 명을 분석한 결과, 콜센터 등에서 전화로 상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터' 등이 감정 노동의 강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텔레마케터는 일을 하면서 화난 고객이나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빈도가 높은 직업에서도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이 외에도 호텔 직원, 항공기 승무원이나 발권 사무원, 네일 아티스트 등이 감정 노동이 많은 직업으로 꼽혔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전화로 고객을 응대하는 텔레마케터들의 고충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요.

    콜센터 등에 걸려 온 악성 고객과의 대화 내용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카드사 콜센터]

    신용카드사의 콜센터.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고객의 전화에 상담원이 몸부림을 치며 머리를 쥐어뜯습니다.

    "야, 이 XX야. 왜 엉뚱한 데 바꿔주는 거야, 지금."

    유형도 가지가지입니다.

    "내가 XX 뭐라 말했어요." "(욕설 자제 부탁드리고요, 회원님." "내가 언제 욕했어. 언제 했냐고. XX놈아!"

    "5만 원 빼주세요. 배상해주세요. 그동안 피해본 거."

    "10분 내로 전화 안 하면 금감원에 글 남길거 거든요."

    [112 신고센터]

    112 신고센터에 걸려 온 신고전화. 욕설로 시작합니다.

    ("경찰입니다.") "범인들은 다 놔주고, XXXX가. 멀쩡한 신고한 사람들만 걸면 되겠냐, XXX들아, 진짜?"

    [서울시 민원전화]

    서울시 민원 창구인 120 다산콜센터도 악성 전화가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어떻게 하면 오래 할 수 있냐고…XX 있잖아."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하냐고! 너 XX이나... 귀 먹었어?"

    수도 없이 장난 전화가 걸려오고

    "사기당했어요! (아, 사기를요. 네.) 나이트 가서 여자를 꾀어 나왔는데…유부녀였습니다. 안 웃겨요?"

    온갖 욕설과 폭언도 쏟아집니다.

    "이런 X가지 없는 X들이 있어, 이거! 나쁜 놈의 XX들 아냐!"

    여기에 성희롱도 이어집니다.

    "아줌마! 아줌마! (시민님) 이름하고 전화번호만 주세요."

    ◀ 앵커 ▶

    방금 들으셨지만, 장난 수준이 아니라 언어폭력이자 인격 모독, 업무 방해인데요.

    이처럼 상습적으로 전화로 폭언을 퍼붓거나 성희롱을 한 사람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회사원 박 모 씨는 지난 2013년 한 이동통신업체 고객센터로 전화해 상담원에게 특정 전화번호로 연결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상담원은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라고 설명했지만, 박씨는 수차례 욕설과 함께 특정 신체 부위를 거론하며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말을 반복했는데요.

    박 씨는 이런 식으로 2013년 5월부터 1년 동안 무려 9천 9백여 차례에 걸쳐 고객센터 상담원을 괴롭혀 왔습니다.

    박 씨는 아들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발신자 번호표시제한 기능 등을 이용해 신원을 숨겼고, 이런 수법에 당한 여성 상담원은 수십 명에 달했는데요.

    참다못한 통신사 측의 신고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은 박 씨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과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경찰관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한 50대 남성도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2011년 파출소를 찾아가 자신이 구입한 휴대전화 대리점 운영자에 대해 위치추적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절당하자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부었는데요.

    당시 벌금 1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후 앙심을 품은 이 남성은 거듭된 벌금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천6백 번 이상 파출소와 경찰서, 112 등에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해 댔습니다.

    결국 이 남성은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됐는데, 그 뒤에도 여전히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해, 결국 다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 앵커 ▶

    지금 보시는 화면은 한 도시락 매장에서 내건 안내문인데요.

    상품과 대가는 동등한 교환이며 직원을 존중해달라며, 무례한 고객은 내보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렇게 일부 악성 고객들의 횡포에 맞서 최근에는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거죠.

    보도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억지 친절' 이제는 그만]

    폭언과 욕설이 끊이지 않는 114 콜센터.

    "x 같은 x이, xxx이 어디서. 야, 여보세요!"

    욕하는 고객에게는 친절한 응답 대신 경고를 하고, 그래도 계속하면 경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악성 전화를 20%나 줄였습니다.

    [금융권, 갑질 고객에 공동 대응]

    카드사들이 도를 넘은 악성민원에 대해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문삼욱/현대카드 이사]
    "(악성 민원인은) 초기부터 전담팀 대응을 하고, 상담원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 방법으로 보완 조치들을 시행했습니다."

    은행권도 공동 지침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무례한 행동은 경찰에 신고하고, 심할 경우 협박이나 공갈 등의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묻는 등, 한층 강화된 내용입니다.

    금융감독원도 고객의 부당한 민원은, 금융사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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