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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모란봉 악단 돌연 공연 취소, 왜?

[이브닝 이슈] 모란봉 악단 돌연 공연 취소, 왜?
입력 2015-12-14 17:27 | 수정 2015-12-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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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금 제 뒤로 보시는 이 화면은 북한판 걸그룹이라고 불리는 '모란봉 악단'의 공연 모습입니다.

    무대 뒤로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얼굴과, 은하 3호 로켓의 발사장면이 나오자 일제히 관객들이 일어나 춤을 추는데요.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결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지난 토요일, 중국공연을 앞두고 악단이 현지에 도착한 상태에서, 그것도 공연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하면서, 그 이유를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이 소식부터 영상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모란봉악단 공연 직전 복귀, 왜?]

    숙소를 나오는 북한 모란봉악단과 합창단원들이 향한 곳은 공연장이 아닌 서우두 국제공항이었습니다.

    굳은 표정을 한 군복 차림의 단원들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도 목격됐는데 이들은 곧바로 평양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연 취소 사실을 모르고 있던 중국 공산당 인사들과 주중 외국 외교관 등 초청 인사들은 베이징 공연장 앞에서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사흘간 3차례 예정돼 있던 공연이 갑자기 취소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앵커 ▶

    당초, 모란봉 악단의 중국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명 '모란봉 외교'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만큼 모란봉 악단의 중국 방문 자체가 북한과 중국, 양국 간의 관계에 큰 역할을 할 거란 기대가 일었는데요.

    모란봉악단이 뭐기에 양국 관계까지 들썩일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 눈길]

    현란한 조명이 흐르고 미녀 악단의 열띤 공연이 시작됩니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드레스와 미니원피스에 굽 높은 구두까지 신고 여성미를 뽐냅니다.

    똑같이 맞춰서 같은 율동을 선보이는 가수들은 마치 국내 걸그룹을 본뜬 듯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지도해 만들었다는 모란봉 악단의 평양 첫 공연이 북한방송에 등장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
    "절세의 미인을 모시어 세상에 보란 듯이 자랑할만한 또 하나의 악단이 태어났음을 힘있게 과시했습니다."

    공연 말미에는 백설공주와 미키마우스 등 미국의 만화 캐릭터들도 등장했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지난 10월 18일, 북한의 한 공연장에 나타난 김정은 제1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김정은과 리설주 주변에 흰색 제복을 입은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들이 함께 앉아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이 여성들이 바로 모란봉 악단의 단원입니다.

    '북한판 걸그룹', '북한판 소녀시대'라는 별명이 붙은 모란봉 악단은, 지난 2012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지시해 창단됐습니다.

    가수 7명과 악기 연주자 십여 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가 결성을 주도했고, 운영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원 선발 기준도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재 코스를 밟은 단원 대부분은 북한의 예술가를 양성하는 최고 교육기관인 금성학원과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들로 구성됐고요.

    선발기준과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엄격한 신분 조회를 거치고, 음악적 재능을 따진 뒤 최고 등급을 받은 미혼여성 중에서도 빼어난 미모와 몸매를 겸비해야만 선발될 수 있다고 합니다.

    키 165cm, 체중 50kg 기준에 못 미치면 아무리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도 탈락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그만큼 북한 내 대우도 높습니다.

    2012년 시범공연 이후 '모란봉 트리오'로 불리며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여성들이 있는데요.

    이 가운데, 가수인 류진아와 라유미는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고, 이번 베이징 공연에도 참여하기로 돼 있었고, 동양적 외모의 바이올리니스트 선우향희는 결국 퇴출되기는 했지만, 이른바 3대 미녀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모란봉 악단은 단순한 음악 공연단이 아닙니다.

    북한 정권은 모란봉 악단을 '강성대국 건설의 제일 나팔수'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청년 시절 외국 생활을 한 김정은이 파격적인 모습의 모란봉 악단을 통해, 대내적으로는 인민지향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북한이 개방된 사회라는 것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 악단' 활동 재개]

    김정은이 지시해 만든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다섯 달 만에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환한 표정으로 공연을 즐겼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공연은 관람자들의 절찬을 받았습니다."

    북한은 5천 석 규모의 평양시내 공연장이 '초만원'을 이룰 만큼 모란봉악단이 열풍이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까지 나서 '새벽부터 줄 서기 경쟁' '손녀에게도 표를 양보하지 않는다'며 연일 '모란봉악단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공연은 디스코나 트로트풍이고 대부분 김정은 찬양 곡들로 구성됐습니다.

    ◀ 앵커 ▶

    '모란봉 악단'의 이번 중국 공연은 한때 얼어붙었던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하나의 상징물처럼 여겨졌는데요.

    그만큼 급작스러운 공연 취소 소식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국은 공식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자세히 살펴본 뒤에 전문가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목요일, 모란봉 악단의 평양 출발 당시 모습입니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 대사 등이 직접 전송에 나섰습니다.

    베이징에 도착한 20대 여성 단원들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등 북중 고위 관계자들이 영접했습니다.

    중국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중국 CCTV 보도]
    "모란봉 악단이 북한 밖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북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그룹입니다. 19명 가운데 젊은 단원은 김정은이 직접 뽑습니다."

    붉은 두 줄에 작은 별 네 개가 박힌 대좌 계급장, 우리로 치면 대령에 해당하는 현송월 모란봉 악단장은 MBC 취재진의 질문에도 거리끼는 내색 없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현송월/모란봉 악단장]
    "중국 인민에게 우리 노래를 전해드리려고 그래서 왔습니다. 정말 조중(북중) 친선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뜨거운 것이구나…"

    ==============================

    [모란봉 악단 중국 공연 취소는 '수소폭탄' 때문?]

    공연취소 배경과 관련해 관영 신화통신은 업무상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조선중앙TV]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자위의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

    김정은의 발언 이후 중국 측이 관람인사의 격을 정치국원에서 부부장급으로 대폭 낮췄고, 여기에 불만을 품은 김정은이 공연단을 철수시켰다는 겁니다.

    [강동완 교수/동아대 정치외교학과]
    "모란봉악단의 중국공연은 단순한 '음악단'이라기보다는 외교사절단, 더 나아가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별한 메세지를 담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이에 대해서 의전이라든지 또 참가자의 격상문제에서 굉장히 홀대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중관계 역시 이러한 경색국면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앵커 ▶

    그런데 북한 미녀 음악단을 내세운 이른바 '음악 정치'는 북한에서 역사가 깊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들은 자신만의 음악단을 만들어서 대내외 정치에 활용했는데요.

    이혜민 아나운서가 자세한 내용 전해 드리겠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수대 예술단'입니다.

    1946년 평양 가무단으로 출발해 '꽃파는 처녀' 등 혁명가극과 음악, 무용 등을 공연하는 종합공연예술단체로 성장했었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의 부인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도 이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악 등 대중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 시절 '보천보 전자악단'과 '왕재산 경음악단'을 총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 최초로 전자 악기를 도입하는가 하면, 서구적인 옷차림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 등장한 '은하수 관현악단' 역시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국내외에서 입상 경력이 있는 20대 젊은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클래식 연주는 물론이고, 대중음악과 민요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연주해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바로 이 은하수 관현악단 출신으로, 리설주가 2011년 신년경축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서 소개해드린 '모란봉 악단'과 '청봉악단'을 직접 만들어,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유학한 김정은이 집권한 뒤 북한의 공연은 갈수록 서구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北, 청봉악단 공연 첫 공개]

    남성 중창과 교향악단 연주가 이어진 뒤, 검은색 드레스로 멋을 낸 여가수들이 러시아 연가를 잇달아 부릅니다.

    김정은 지시로 창단된 청봉악단 소속 여가수들의 공연입니다.

    청봉은 김일성이 항일 운동을 했다는 백두산 동남부 일대 명칭입니다.

    청봉악단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밴드 음악을 하는 모란봉 악단과 달리, 경음악 위주의 성악과 민요 전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봉악단의 첫 공연이 북한이 아닌 러시아라는 점에서, 불편한 북중 관계 속에 러시아와의 관계 확대를 염두해 둔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배꼽티에 미니스커트까지" 파격적인 북한 예술공연]

    화려한 조명 아래 무용수들이 온몸을 이용해 훌라후프를 돌립니다.

    배꼽티에 은색 구두까지 의상도 파격적입니다.

    조선중앙TV가 방송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공연 모습입니다.

    13명의 현대무용수들은 북한 특유의 절도있는 군무를 선보였고, 다리를 차올리고 재주를 넘을 때는 속바지가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 별 차이가 없는 개방적인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관광 수입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는 지난 19일에도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했으며, 모란봉 악단 소속 예술인들에게는 특별 진급과 함께 훈장도 수여했습니다.

    ◀ 앵커 ▶

    북한은 이처럼 음악을 체제 선전과 결속의 도구로 활용해 왔는데요.

    김정은의 음악 정치,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문가에게 좀 더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Q. 북한식 음악정치란?

    [강동완 교수/동아대 정치외교학과]
    "북한에서는 '음악 정치'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음악적 활동을 통해서 사상을 고취하고 이를 통해서 체제정권과 체제 정당성과 정권의 결속력을 높이는 그러한 선전 선동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음악 정치'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청봉악단과 모란봉악단을 김정은이 만든 것은 '세계적 수준을 따라가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외래문화가 유입이 되면서 변화되어가고 있는 북한 청년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 결국은 북한식 나름의 예술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바로 이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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