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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너는 남자잖아" 성폭력 피해, 남성도 심각

[이브닝 이슈] "너는 남자잖아" 성폭력 피해, 남성도 심각
입력 2015-12-17 17:26 | 수정 2015-12-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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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정부가 오늘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안내서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안내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 시간에는 우리나라 성범죄 현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혜민 아나운서, 먼저 성폭력 피해자 중 남성인 경우가 매년 늘고 있다고요?

    ◀ 이혜민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대개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일 걸라고 짐작하기 쉬운데요.

    동성이나 여성으로부터 강제추행이나 강간 등 성폭력 피해를 입은 남성의 수가 한 해 천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1년, 740여 명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천 60여 명으로 늘어나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어린이, 청소년뿐 아니라 21세 이상 성인 남성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남녀 모두를 합친 전체 성폭력 피해자 중 남성의 비중도 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100명 중의 5명꼴로 피해자가 남성이었습니다.

    남성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관심은 2000년대 이후에야 시작됐는데요.

    2000년대 초 한 직장에서 여자 상사들의 성희롱으로 한 남자 직원이 사표를 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법원에서 남성을 성희롱 피해자로 처음으로 인정해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당시의 보도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2년 전 모 의류업체에 입사한 28살 장 모 씨는 연상인 선배 여직원 2명으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이들은 장 씨를 뒤에서 껴안고 엉덩이 만지는가 하면 영계 같아서 좋다, 얘는 내 거라는 식의 농담도 던졌습니다.

    참다못한 장 씨는 회사 간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했지만 회사 측은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며 장 씨를 위협했습니다.

    장 씨는 결국 사표를 제출했고 회사와 이들 여직원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지법 동부지원은 오늘 피고들은 모두 30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고 회사는 장 씨의 해고를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장 씨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남성을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이번엔 최근 사건들을 살펴볼까요?

    올해 초 울산 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여성 조교수 A씨가 남학생들을 성희롱해 징계를 받았는데요.

    A씨는 남학생 두 명에게 술자리에서나 이메일, 문자 등을 통해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조교수는 학생들에게 '네가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다', '원한다면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나중에 '학생들이 오해한 것이며 성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대학 측은 '사제지간 수위를 넘는 발언과 행동'이었다며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직장이나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남성 성폭력 피해 사례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남편을 강간한 혐의로 부인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죠.

    재작년 대법원이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걸 인정한 이래 아내가 피의자로 구속 기소된 첫 사례인데요.

    사건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외국에 살던 마흔 살 여성 A씨는 남편과 사이가 나빠져 먼저 귀국했습니다.

    남편도 지난 5월 이혼을 하기 위해 귀국했는데 A씨는 이혼 소송에 유리한 진술을 받기 위해 남편을 오피스텔에 감금했습니다.

    남편의 손발을 묶어 구타한 뒤 성관계까지 했습니다.

    29시간 동안 손발이 묶여있던 남편은 가까스로 탈출했습니다.

    A씨는 남편을 감금하고, 특정 발언을 강요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관계는 부부간 합의 하에 한 것"이라며 성폭행 혐의는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신체를 결박당한 남편이 목숨의 위협을 느껴 관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술 강요, 감금 치상 혐의에 강간 혐의까지 적용해 부인 A씨를 구속했습니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이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 이후, 부인이 남편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입니다.

    지난 4월에는 내연남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40대 여성이 기소됐지만, 피해 남성의 진술이 의심된다며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동성이나 이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남성 피해자들은 여성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신체적인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 피해 역시 호소하고 있는데요.

    여성가족부가 피해를 당한 뒤 일상생활이 어떻게 변했는지 물었더니, 전체 피해자의 70%가 '다른 사람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됐다'고 했고 17%는 '신변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답했습니다.

    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이나 불안을 호소했고, 4분의 1 이상은 분노감으로 괴로워했으며 섭식장애나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성폭력 남성 피해자들을 위한 전담 치료센터를 열었는데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상담이나 심리 지원은 있지만 의료, 법률, 수사 지원 등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남자가 무슨 성폭력 피해냐'는 그릇된 사회적 인식 때문에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정명신 상담지원센터팀장/서울해바라기 센터 ▶

    Q. 남성 성폭력 '2차 피해'란?

    "피해사건은 원래도 많았는데 최근에 보고가 많이 늘어난다 이렇게 생각되고 있습니다. 남성은 성폭력 피해 대상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2차 피해의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피해를 겪고 나서도 내가 이게 무슨 일을 겪은 건지 본인 스스로도 헷갈리고 분명히 피해 같기는 한데 그걸 얘기해도 되는지, 남성이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하면 굉장히 나약한 사람 또는 문제 있는 사람으로 생각이 될까 봐…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때 굉장히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Q. 남성 성폭력 피해 막으려면?

    "성폭력 자체가 남녀를 불문하고 요새 많이 생긴다는 건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문제, 사회문제 이렇게 바라보는 것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남녀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고 거기에 걸맞게 사회제도 자체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제도와 시스템으로 구성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앵커 ▶

    요즘 늘고 있는 성범죄 유형이 또 있는데요, 이른바 '권력형 성범죄'입니다.

    이혜민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혜민 아나운서. 최근 부산의 한 학교에서도 집단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죠. 어떤 내용인가요?

    ◀ 이혜민 아나운서 ▶

    부산의 한 여고에서 교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요.

    피해 여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여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모두 29명에게 성폭력을 일삼은 혐의로 51살 남자 교사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55살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가 드러났는데요.

    여교사는 '공부 안 하려면 몸이나 팔아라'라고 폭언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곧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경찰이 경찰서 안에서 수사를 의뢰한 10대 소녀를 성추행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청소년의 신체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보도 영상으로 보시죠.

    ◀ 리포트 ▶

    18살 A 양은 지난달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이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을 목격했습니다.

    A 양은 "다른 사이트로 영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며 서울 종암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담당 조사관인 37살 정모 경사는 경찰서에 온 A 양에게, "민감한 내용이니 사람이 없는 일요일에 다시 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사흘 뒤 다시 경찰서를 찾은 A 양에게, 정 경사는 수사에 필요하다며 A 양의 신체를 촬영하고 만지기까지 했습니다.

    사무실에 CCTV가 있었지만 정 경사는 A 양을 사각지대로 데려갔고, 당시 근무자는 정 경사뿐이었습니다.

    [동료 경찰관]
    "그때 당시 전혀 저희들은… 일요일이고 그러니까 몰랐죠."

    성추행 사실은 A 양이 성범죄 보호기관 상담사에게 조사 과정을 털어놓으면서 드러났습니다.

    정 경사는 수사를 위해 사진이 필요했고 A양을 만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정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이러한 권력형 성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경찰 범죄 통계에 따르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강제 추행은 지난 2010년 80여 건에서 지난해 160여 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고 피고용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은 같은 기간 140건에서 작년 280여 건으로 두 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권력형 성범죄는 잘 드러나지 않는 만큼, 실제 사건은 통계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이런 성범죄, 막을 순 없는 걸까요?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정명신 상담지원센터팀장/서울해바라기센터]
    "뭐가 피해인지,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될 지, 피해를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런 부분까지 아주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돼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결국, 피해자만 손해 입고 내가 이 바닥을 떠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건 피해가 생겼을 때 보고를 하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들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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