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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이상 기온'에 추위 없는 겨울

[이브닝 이슈] '이상 기온'에 추위 없는 겨울
입력 2015-12-23 17:26 | 수정 2015-12-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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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포근한 겨울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요. 올해는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도 좋을까요?

    성탄절 연휴 자세한 날씨 기상센터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창민 캐스터, 전해주시죠.

    ◀ 리포트 ▶

    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낮엔 날이 꽤 온화했습니다.

    오늘 부산은 경우는 낮기온이 15도를 넘어섰고요.

    서울도 10.6도까지 오르며 마치 3월 초순처럼 따뜻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내일부터는 기온이 내림세로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내일 밤엔 바깥에 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보온에 신경쓰시는 게 좋겠고요.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눈소식 없이 종일 맑기만 하겠고요.

    찬공기가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추워질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기상센터였습니다.

    ◀ 앵커 ▶

    이렇게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가 핀 곳도 있습니다.

    포근한 겨울 날씨. 우리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희 취재진이 직접 물어봤습니다.

    ◀ 리포트 ▶

    일산의 한 공원.

    노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서울 한강변의 한 언덕에 핀 개나리꽃은 연녹색 잎까지 펼쳤습니다.

    일반적으로 개나리의 개화시기는 이른 봄인 3월인데요.

    한겨울인 12월에 꽃을 피운 겁니다.

    [장명자]
    "봄 같은 느낌. 바람도 없고 그러니까 포근하고 그래서 좋아요."

    ==============================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오늘, 날씨 때문에 연말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오은혜]
    "'크리스마스' '겨울' 하면 흰 눈 이미지가 강했는데 올해는 많이 포근해져서 봄 날씨 같기도 하고"

    [이수양]
    "예전에는 커플용품으로 장갑도 커플 장갑해서 따뜻하게 하는 그런 것도 나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이렇게 몸으로 느끼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지현]
    "예전에는 24절기가 절기마다 정말 온도의 차이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잘 맞는다 생각이 들었는데, 요새는 그 절기가 거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 이혜민 아나운서 ▶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인 어제 서울의 낮 기온은 7.7도를 기록했습니다.

    오늘은 기온이 더 올라 낮 최고기온이 10도까지 올랐는데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내일은 어떨까요?

    오늘보다는 기온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낮 기온은 6도로 비교적 포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이상기온 현상은 이달 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올 한해 평균기온은 어땠을까요?

    올 들어 11월까지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3.8도로 전국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역대 2위로 기온이 높았습니다.

    평년보다 0.9도 높은 수치인데요.

    역대 평균기온이 높은 해 1위는 지난 1998년, 13.9도로 올해와 현재까지 불과 0.1도 차이고요, 3위는 2004년, 13.4도로 기록됐습니다.

    기상청은 새해 1월부터 3월까지의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지속적인 온난화 때문에 '동지'나 '대한'처럼 겨울에 있는 절기 대부분의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24절기가 점차 뒤죽박죽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보도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30년간 전국 61개 관측소에서 측정된 기온을 분석한 결과, 24절기 가운데 80%에 가까운 19개 절기의 기온이 상승했습니다.

    기온 상승폭은 늦가을부터 겨울까지가 두드러졌는데, 그 중에도 연중 가장 춥다는 '대한'의 기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10년마다 1.6도씩 오른 건데 지난 30년간 평균 기온을 소한과 비교하면 0.2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실제 날씨에도 맞아떨어지는 셈이 된 겁니다.

    연중 가장 심한 더위도 대서보다는 입추에 더 가깝게 바뀌었고 첫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도 실제론 1주일 이상 지나야 서리가 내렸습니다.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 절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겁니다.

    [이승호/건국대 기후연구소 소장]
    "겨울 추위는 기간이 줄어들고 있고 여름철 무더위 기간은 과거보다 앞뒤로 연장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 영향까지 겹치면서 1,2월에도 유난히 포근한 겨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24절기가 무색하게 한반도 기후가 변하고 있는 만큼 날씨와 관련된 생활방식과 경제활동 등 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한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반가운 분도 있지만 강추위를 기다리는 분도 계시죠?

    겨울축제를 준비해왔던 지방자치단체와 성탄절 등 연말특수를 노리던 유통업계에 이상고온에 비상이 걸렸는데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흰 눈으로 뒤덮인 강원도 평창 오대천.

    구호와 함께 반 팔,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이 찬물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듭니다.

    "와~~"

    겨울축제는 시작됐지만 어딘가 아쉽습니다.

    눈 조각 작품은 모두 녹아내렸고 축제의 백미인 얼음낚시도 연기됐습니다.

    포근한 날씨 탓입니다. 겨울 대표 축제인 화천 산천어, 인제 빙어 축제장도 추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원지역의 이달 평균 기온은 3.1도로 평년보다 2도 가까이 높습니다.

    겨울철 대목을 기대했던 축제장들은 겨울다운 추위가 찾아와 얼음이 단단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서울의 한 백화점 여성의류 코너.

    패딩에 코트, 털 부츠와 머플러를 두른 마네킹들만 줄지어 서 있을 뿐, 매장은 한산합니다.

    [장혜민]
    "날씨가 따뜻하니까 두꺼운 옷은 잘 안 사고."

    또 다른 백화점도 겨울옷을 절반값에 내놨지만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백화점 직원]
    "저희 두꺼운 옷은 많이 안 나갔어요."

    겨울옷을 찾는 수요가 줄면서 한 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은 마이너스 14% 남녀 의류 매출은 각각 10%, 7% 이상씩 감소했습니다.

    난방용품도 최근,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10%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겨울상품의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백화점들이 전반적인 매출에까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이달 들어 국내 한 백화점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많게는 4% 넘게 떨어졌고, 다른 두 곳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리 춥지 않은 겨울.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죠.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온 현상을 이혜민 아나운서와 살펴보겠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올해 11월 기준으로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을 살펴봤더니 20세기 평균보다 0.97도 높았습니다.

    0.97도 그리 큰 숫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미 국립해양대기청은 기후 관측을 시작한 1890년 이후 13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고 밝혔는데요.

    사상 최고기온 경신 행진이 7달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번엔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북극으로 가 보겠습니다.

    올해 북극의 상황은 심각한데요.

    북위 60도 이상 북극 주변의 지표면 온도는 예년에 비해 1.3도 올랐고 3도까지 오른 곳도 있습니다.

    관측 이후 115년 만에 최고치라는데요.

    북극곰뿐 아니라 바다코끼리들도 빙하가 줄어들면서 서식지를 잃고 있다고 합니다.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북극 바다코끼리는 해빙 위에서 서식합니다.

    바로 잠수해 사냥감을 잡아서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에 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극 얼음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살 곳이 없어지자 지난 2010년부터 여름철만 되면 알래스카 해안까지 물밀듯 내려오고 있습니다.

    새끼들은 짓밟혀 죽고, 어미들도 180km 떨어진 사냥터로 나가기 전에 굶어 죽는 경우가 허다해 졌습니다.

    [김주홍 박사/극지연구소]
    "북극은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보다 약 3배 정도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눈과 얼음 면적 감소로 태양열 흡수가 증폭되어서 따뜻해지는 상황입니다."

    당장 북극곰 바다코끼리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대서양 대형 어종들이 북극해까지 올라와 생태계를 교란시키기는 문제도 발생하지만, 흐믈해진 북극 기류가 중위도까지 출렁거리면서 기상이변이 속출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이상기온 현상은 전 세계의 겨울 풍경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을 먼저 볼까요.

    스키장들은 눈이 없어 개장을 못 하거나 개장했던 곳도 영업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겨울이면 모피코트와 두꺼운 털모자가 떠오르는 나라, '러시아'로 가 보겠습니다.

    모스크바 풍경인데요.

    성탄절 즈음의 모스크바 기온은 보통 영하권이었지만 현지시간으로 어제, 영상 7도까지 기온이 올랐습니다.

    서유럽도 살펴보죠.

    영국 런던에서는 때아닌 수선화가 피었고요.

    스케이트장에선 녹아내린 물을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볼까요?

    미국도 일부 지역을 빼고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눈꽃 대신 벚꽃이 필 정도로 포근한 겨울 날씨 때문인데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미국 워싱턴 D.C의 명물인 벚꽃이 탐스럽게 꽃봉오리를 터뜨렸습니다.

    보통 4월에나 피는 건데 낮 기온이 최고 22도까지 올라가면서 벌써 만개한 겁니다.

    반팔 옷을 입고 농구를 하거나 민소매 차림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뉴욕의 산타클로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옷차림도 예년보다 가벼웠습니다.

    윗옷조차 안 입은 마라톤 참가자들에게도 추운 기색은 찾을 수 없습니다.

    겨울 더위에 서핑을 즐기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올해 유독 이렇게 이상기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엘니뇨'를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적도 부근의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하죠.

    올해는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엘니뇨가 발달해 태평양과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를 올리면서 전 세계적인 이상기온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지구온난화의 지속입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늘어나면 2050년에는 일본 교토의 단풍 절정 시기가 성탄절 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겨울이 짧아지면서 눈 대신 단풍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거란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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