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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도박에 빠진 대한민국, 해법은?

[이브닝 이슈] 도박에 빠진 대한민국, 해법은?
입력 2016-01-22 17:50 | 수정 2016-01-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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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도박 사건을 자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 시간에는 도박 중독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사건부터 살펴볼까요?

    제주도 산속 팬션을 옮겨다니며 거액의 도박판을 벌이던 주부들이 경찰관이 들이닥치자 장롱 속에 몸을 숨겼다 무더기로 검거됐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팬션에 경찰관들이 들이닥칩니다.

    방바닥에는 도박용 칩과 현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침대 옆에서도, 소파 아래와 신발 속에서도 숨겨 둔 뭉칫돈들이 발견됩니다.

    장롱 안에 숨어있던 여성들도 줄줄이 끌려나옵니다.

    "뭐하세요, 여기서. 나오세요."

    경찰에 붙잡힌 도박꾼은 모두 31명.

    대부분 40~50대 주부로 한 번에 5만 원에서 50만 원을 걸고 속칭 아도사키 도박을 했습니다.

    도박할 주부를 모을 때는 일일이 전화를 걸었고, 7시간 정도에 한 번씩 도박 장소를 옮기거나 망지기를 둬 단속을 피했습니다.

    [김항년/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장]
    "숙소를 정할 때 출입문에서 먼 거리, 동선이 좀 긴 거리에 숙소를 정해서…."

    도박장을 연 52살 김 모 씨는 도박 전과 9범으로 열 번째 경찰에 검거됐고 주부들도 절반 이상은 도박 전과가 있었습니다.

    ◀ 앵커 ▶

    최근 스포츠계도 도박 때문에 시끄러웠죠.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프로야구선수 오승환, 임창용 선수에게 법원이 '단순 도박죄'에 대해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량인 벌금 천만 원씩을 선고하기도 했는데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유명인은 물론, 주부와 노인, 청소년들까지 도박을 하다 검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박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먼저 주부나 노인들이 도박을 하다 검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물론, 인적이 드문 농촌의 비닐하우스나 야산에서 도박판을 벌이기도 하고, 윷놀이 한 판의 판돈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승합차에 가정주부들이 줄지어 올라탑니다.

    차량이 향한 곳은 인적이 드문 야산.

    산 중턱에 설치된 텐트에는 수십 명이 모여앉아 속칭 '도리짓고땡' 도박이 한창입니다.

    [단속 경찰]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어! 아줌마 이리와!"

    날마다 5천만 원가량의 판돈이 오갔는데, 도박 참가자의 70% 정도는 가정주부였습니다.

    [석정복/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도박빚으로 인해서 가산 탕진도 하고, 이혼을 당했다. 앞으로 나 같은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

    한 판이 끝날 때마다 쉴 새 없이 돈이 오갑니다.

    윷놀이를 가장한 도심 속 도박장입니다.

    노인들은 물론 기초생활수급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이 유혹에 빠져들었고, 구경꾼까지 돈을 걸어 한 판에 많게는 수백만 원이 오갔습니다.

    일당은 판돈의 10%를 수수료로 챙겼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집에서도 해외 원정도박을 할 수 있다며, 일명 '아바타' 도박판을 벌인 업자들도 검거됐습니다.

    이 영상은 VIP만 출입할 수 있다는 필리핀의 한 카지노 룸인데요.

    '바카라'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옆에 휴대전화가 눈에 띄죠?

    이들이 일명 '아바타'입니다.

    실제 이 도박에 참가한 사람들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사설 도박장에서 화상으로 중계되는 상황을 보며 지시를 내렸습니다.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사건도 최근 빈발하고 있는데요.

    어머니가 투자를 하고, 아들은 총책, 이모는 인출책을 맡는 등 일가족이 천억 원대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되기도 했고요.

    전직 IT 벤처 사업가가 포함된 일당이 8백억 원대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붙잡혔는데, 해커를 고용해 경쟁 사이트를 공격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인터넷 불법 도박에 청소년들이 빠져들고 있다는 겁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을 '토사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토사장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도박 사이트입니다.

    이름과 연락처만 넣으면 바로 가입할 수 있고, 필리핀 현지 중계 '바카라'부터 ("바카라 게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다리'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박 모 군]
    불법 사이트 운영하다 잡혔는데, 자기 집에 수입차 6대 딱 깔아놓고, 부귀영화 누리고 살던데…. 내 꿈이 '토사장'이에요."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쉽게 할 수 있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등하교 때는 물론이고 수업시간에도 도박을 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도박에 중독됐다가 현재 치료 중인 김 모 씨는 얼마 전 친구까지 잃었습니다.

    [김 모 씨]
    "(숨진 친구가 학생 때 3천만 원) 따서 차도 사기도 했고, 근데 무조건 따기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돈을 빌리죠. 자기가 감당을 못 하니까…(목숨을 끊은 거죠.)"

    인터넷 도박 실태 조사 결과 10대와 20대가 전체의 약 60%나 차지했습니다.

    ◀ 앵커 ▶

    점당 백 원하는 정도로 가볍게 고스톱을 치거나, 해외여행 가서 카지노에 들르는 분들도 계시죠?

    이것도 처벌 대상이 될까요?

    이 내용은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오락이냐, 도박이냐 그 경계가 헷갈리는 분들 많으시죠?

    현행법상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그래서 법조계에선 '상습성 여부'와 '판돈의 크기', 또 도박에 참가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유죄, 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거죠.

    판례를 통해 살펴볼까요?

    '오 씨'는 지인들과 고스톱을 치다 잡혔는데 판돈은 2만 8천 원이었고, '정 씨'도 기원에서 판돈 8만 원의 고스톱을 치다 검거됐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선 판돈이 적은 오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는데요.

    오 씨는 월세 10만 원짜리 집에서 한 달에 20만 원 이하로 생활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법원은 2만 8천 원의 판돈이 오 씨에게는 크다고 본 겁니다.

    그럼 해외여행 중에 카지노에 간 건 어떨까요?

    한두 번 카지노에서 게임을 했다고 해서 처벌받는 건 아닌데요,

    현재까지 도박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여러 차례 카지노에 가서 억대의 돈을 쓴 경우입니다.

    또 현지에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릴 때 '환치기' 수법을 썼다면 '외국환 거래법' 위반으로, 이 또한 처벌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앵커 ▶

    최근 잇따르는 도박 관련 사건들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희 이브닝 뉴스 취재진이 직접 물어봤습니다.

    ◀ 영상 ▶

    [황승현(27)]
    "SNS나 스팸메일이 자주 와서 한 번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SNS를 많이 하다 보니까, 그 사이트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엄태진(30)]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까 문제가 많이 발생되는 것 같은데요. 처벌이 약해서 그렇게 많이 발생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김정희(35)]
    "어떤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이목이 집중됐을 때만 처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박이 어떻게 죄가 되고 어떻게 나쁜지 그 기준을 명확히 제공해줘야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 앵커 ▶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평생 살면서 한 번 이상 경마나 카지노 같은 사행 활동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률은 얼마나 될까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한국 도박문제 관리센터가 발표한 2014년 백서 내용을 볼까요?

    일반인들의 도박 중독률은 5.4%로, 만 20세 이상 인구 3천8백만 명 중 2백7만 명 정도로 추산됐습니다.

    도박 중독으로 상담을 받은 사람들 중 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이 가운데 24% 정도가 본인이나 가족이 도박빚을 1억 원 이상 졌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은 '질병'이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요.

    왜 그런지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도박판에서 빈털터리가 된 교수에게 주인공이 돈을 일부 돌려주지만, 교수는 다시 도박판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한국 단(斷)도박 모임 회원]
    "한번을 이겼으면 두 번도 이길 수 있다는 그런 계산이 나오고, 두 번이 네 번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 환상에 빠지게 되는 거죠."

    도박은 왜 끊기 힘든 걸까.

    보통 사람은 행복과 성취감을 느낄 때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도박에서 한 두 번 돈을 따면 많은 양의 도파민이 일시에 분비돼 극도의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다음부터 대뇌는 조절 기능을 약해져 갈수록 더 자주, 더 많은 양의 도파민을 요구하게 됩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음주량을 늘리는 것처럼, 계속 돈을 잃으면서도 도박 중독자는 보다 자주, 보다 큰돈을 도박에 쏟아 부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성공한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는 데도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최삼욱/정신건강의학과 박사]
    "일이나 기업을 통해서 성취감이나 승부욕을 경험했지만, 경제적 여유가 되고 노출되는 환경에서 도박을 통해서도 그런 기질이 발휘되고…."

    도박은 본인 의지만으론 끊기 힘든 질병인 만큼 국가가 운영하는 도박센터를 통해 상담과 치료를 계획하고, 증세가 심할 경우 항우울제와 함께 도파민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10년간 도박이나 경마 등 사행산업의 규모가 67%가량 늘어나 현재 19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국내 '불법' 사행산업의 규모는 7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불황 때는 사행산업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다고 합니다.

    도박을 통해 '단번에 인생역전'을 꿈꾸다가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도박 중독이 걱정될 때는 국번 없이 '1336'으로 전화를 걸어 진단과 상담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 전영민/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유재활부장 ▶
    [Q. 도박중독 자가진단법?]
    "도박을 할 때, 처음보다 자꾸 돈을 많이 거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거죠. '돈을 따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 이것은 중독 수준의 어떤 빨간 신호등으로 볼 수 있고요. 도박에 쓴 돈이나 도박을 하기 위해 가족들이나 친구들한테 거짓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한다, 이러면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Q. 도박중독문제 예방하려면?]
    "도박으로 잃은 돈은 절대 도박으로 갚을 수는 없습니다. 많은 도박자들은 '도박만이 이 돈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라고 생각하거든요. 돈을 거는 게임은 안 하는 게 가장 좋고요. 만약에 한다면 잃어도 좋을 만큼, 즐기는 수준의 돈만 걸고 정해놓고 하라는 겁니다. 중독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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