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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범죄자로 돌변,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이브닝 이슈] 범죄자로 돌변,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입력 2016-02-25 17:26 | 수정 2016-02-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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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젯밤 전남 화순에서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연인간 범죄 사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사건을 송정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전남 화순의 한 갈대밭에서 18살 김 모양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어젯밤 10시 10분쯤.

    전날 가족들로부터 김 양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지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하천 옆 갈대밭에서 발견된 김양의 시신에는 폭행 흔적과 함께 목 졸린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김 양이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동갑내기 남자친구인 18살 김 모군을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김 군은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김 양을 살해한 뒤 시신을 갈대밭에 숨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철웅/전남 화순경찰서 수사과장]
    "휴대전화를 여자애가 뺏어서 봤는데 자기가 다른 여자애랑 연락하는 것을 보고 말다툼을 했다 이렇게 진술합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김 양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한편, 김 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송정근입니다.

    ◀ 앵커 ▶

    이번 사건의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남자친구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 지금 들으셨는데요.

    연인이 범죄 사건의 가해자로 돌변하는 일이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영상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대학원생인 A씨는 여자친구의 전화받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무차별적으로 폭행했습니다.

    [남자친구]
    "일어나. 하나, 둘…."

    [여자친구]
    "아아, 아악"

    [남자친구]
    "못 일어나겠어? 내가 장난하는 거 같냐?"

    [남자친구]
    "다시 셀게. 열 센다."

    [여자친구]
    "오빠 제발 살려줘."

    법원은 이 남성에게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전문대학원에서 제적될 수 있다"며 1천2백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

    한 여성이 서 있는 쪽으로 갑자기 전조등 불빛이 비춰집니다.

    난데없이 승용차가 돌진해 주차된 차량을 가게 안까지 밀어붙입니다.

    함께 밀려 들어간 여성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승용차는 후진했다 다시 돌진하기를 여러 번.

    운전자는 급기야 차에서 내려 여성의 목을 조르기까지 합니다.

    ==============================

    골목길 어귀에 승용차가 서 있고, 여성 한 명이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41살 양 모 씨.

    헤어진 여자친구 목에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며 차 안으로 납치하려 합니다.

    달아나는 여자친구를 쫓아간 양 씨는 얼굴에 염산을 뿌린 뒤 주차해 놓은 차를 타고 달아났습니다.

    [목격자]
    "갑자기 들어와서 막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시더라고요. 지금은 너무 아파서 얘기를 못 하겠고 자기가 아는 사람이니까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신고 좀 먼저 해달라고."

    경찰 조사결과 양 씨는 직장동료였던 피해 여성이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의심하면서 이른바 '데이트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거듭된 폭력에 넉 달 만에 이별을 통보받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 앵커 ▶

    '데이트 폭력'이라고 부르는 이런 사건들이 최근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그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나경철 아나운서, 우리나라에서 데이트 폭력 사건.

    한 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 건가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경찰청의 분석 결과인데요.

    지난 한 해 발생한 폭력 등 연인간 범죄 사건은 이처럼 7천 6백 건이 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루 스무 건 넘게 발생하고 있는 셈인데요.

    연인 사이에 발생한 폭행 사건은 3천6백여 건, 또 상해 사건은 2천 3백 건 정도 됐고, 강력범죄도 많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강간이나 강제추행은 5백여 건으로 나타났고, 살인사건도 1백여 건이나 발생해서, 사나흘에 한 번꼴로 연인 사이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런데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일이다 보니까,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사건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형사정책연구원이 이성 교제 경험이 있는 성인 여성 2천 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폭력 실태를 조사했더니, 두 명 중 한 명꼴로 심리적, 정서적 피해나 신체적 피해 등에서 "한 가지 유형이라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현재 다음 달 2일까지 '연인 사이의 폭력 피해'에 대해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 중인데요.

    지난 2주 동안에만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 폭력 의심 신고는 7백 건이 넘었습니다.

    또, 실제로 연인을 폭행하거나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검거된 사람도 4백 11명에 달했습니다.

    경찰은 경찰서별로 전문 수사팀을 만들어 형사와 여성청소년 수사관 1명씩을 24시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준비한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찰은 사건 이후에 대응하기보다 앞으로는 미리 개입하기로 했습니다.

    지속적인 괴롭힘과 협박을 당하는 경우, 경찰이 직접 가해자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김헌기/경찰청 수사기획관]
    "접근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면 (가해자와) 전화라든지 직접 대면을 통해서 접근 또는 연락 금지를 경고하게 됩니다."

    또 위험한 상황을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피해자에게 제공하고 피해자 집 주변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 앵커 ▶

    데이트 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들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최근에 나왔는데요.

    이들 피의자 중 전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형사정책연구원이 연인을 대상으로 한 살인이나 성폭력 등 4가지 범죄유형의 피의자를 살펴봤는데요.

    조사 대상 총 7만 1천여 명 중 77%가 전과자였고, 초범인 경우는 2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데이트 폭력 피의자 중 전과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 겁니다.

    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인을 살해한 피의자 가운데 일부를 분석했더니, 살해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의 35%가 '성장 시 가족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36%는 '어릴 적 학대 경험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혹시 범죄 전력은 없는지 알아볼 수 있다면 피해를 막을 수도 있을 텐데요.

    이같은 제도가 이미 마련된 곳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연인의 폭력전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일명 '클레어법'으로 불리는 이 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영국에선 지난 2009년 한 여성이 헤어진 애인에게 살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범인은 과거에도 애인 폭행과 납치 전력이 있던 것으로 밝혀져 영국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범인이 폭행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경찰이 보여줬더라면 내 딸이 그를 만나는 바보 같은 짓을 했을까요?"

    영국에선 6명 가운데 1명 정도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에서 만나 결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만남이 늘면서 관련된 피해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 피해자]
    "피해를 당하고 나면 가정 폭력 전과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우려가 커지자 영국 정부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시범실시에 들어갔습니다.

    피해자의 이름을 따 '클레어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애인에 대한 전과를 경찰에 조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영국의 '클레어법'을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교제 경험이 있는 여성 2천 명에게 데이트 폭력 예방을 위해 상대방의 전과 조회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요.

    찬성한다는 입장이 전체의 86%로 나타났습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남성 2천 명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요.

    여성에게 물었을 때보다는 찬성 입장이 줄었지만, 남성 역시 찬성한다는 입장이 전체의 6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이 한순간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서, 전조 신호를 살펴볼 것을 권하고 있는데요.

    계속해서 유선경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연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행위는 데이트 폭력의 전조 신호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요.

    형사정책연구원이 여성 2천 명에게 데이트 상대방으로부터 행동 통제를 당한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전체의 76%가 '통제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행동 통제 가운데 가장 먼저 나타난 유형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확인하는 거였는데요.

    이어서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 전화'한다던가 '옷차림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가 싫어하는데도 하도록 했다"라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집착하는 행위를 사랑의 표현이라고 착각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요.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서경현/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Q. 데이트 폭력 피하려면?]
    "상대에게 너무 집착하면서 그 상대가 자기가 없을 때 한 행동에 관해서 너무 의심하면서 화를 못 참게 되면 그게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은 거죠. 상대가 신체적으로 공격을 가해오는 것처럼 보이게 되면 단호하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데이트 폭력을 당했을 경우?]
    "안전하게 헤어질 수 있는 방법 같은 경우들을 모색해야 되는데요. 이별하는 부분에 관해서 반대하면서 계속 이렇게 따라다니고 그랬을 경우에는 이제 주위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되는 겁니다."

    [Q. 관련 제도를 해외와 비교하면?]
    "유럽은 물론이고요. 미국에서는 예전서부터 이제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고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뭐 그런 교육을 하지 않고 성교육 정도만 하고 말죠. 그러니까 우리나라하고는 꽤 차이가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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