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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교복업체 '학생 빼돌리기' 근절책은?

[이브닝 이슈] 교복업체 '학생 빼돌리기' 근절책은?
입력 2016-03-02 17:27 | 수정 2016-03-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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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비싼 교복값을 낮추기 위해 각 학교가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제도가 작년부터 도입됐는데요.

    대형 업체들의 담합과 횡포 등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교육부에 개선안을 건의했습니다.

    먼저 장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학교가 경쟁 입찰을 통해 직접 교복 사업자를 선정하는 학교 주관 교복 구매제.

    비싼 교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국공립학교에 의무 도입됐지만 사업을 따내려는 업체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도 커졌습니다.

    입찰을 따내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서 교복 품질이 안 좋아졌고, 경쟁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신입생들에게 선정된 업체의 교복을 사지 말라고 유도하는 등 영업 방해 행위의 정도가 심해진 겁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학교가 정확한 구매 물량을 먼저 파악한 뒤 업체를 정하고, 교복 제작 시간 등을 고려해 여름부터 학생들이 교복을 입게 하자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또, 교복 표준 디자인을 여러 개 정해놓고 학교가 이중 한 가지를 고르면, 학부모나 학생이 일반 소매점이나 온라인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공정위는 밝혔습니다.

    MBC뉴스 장현주입니다.

    ◀ 앵커 ▶

    '중·고등학생' 하면 가장 먼저 교복을 입은 모습부터 떠오르죠.

    현재 전국 5천여 개의 중·고등학교 가운데 96% 정도가 교복을 착용하고 있는데요.

    시장 규모도 한 해 4천억 원에 달합니다.

    지금은 학생들이 교복을 입을지 말지 여부를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80년대 초만 해도 정부 지정 사항이었는데요.

    과거 교복의 변천사를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1950년대에서 1980년대 초까지 중·고등학생은 교복을 의무적으로 입어야 했습니다.

    특히 1968년, 시험을 보지 않고도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시·도별로 중학생 교복 디자인이 통일되기 시작했는데요.

    여학생은 여름엔 감색이나 검정색 플레어 스커트를, 겨울엔 같은 색상의 상·하의를 주로 입었고, 남학생은 겨울엔 주로 검정색, 여름엔 회색 교복을 주로 입었습니다.

    그러다 1981년, 정부의 '교복 자율화 조치'가 발표되면서 이듬해 일부 학교에서부터 자유복이 도입됐습니다.

    ['이런일 저런일' (1982/10/14)]
    "교복 자율화 시범학교에 지정된 스무 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10월부터 자유복 차림으로 등교하고 있습니다. 간편한 옷차림의 학생들은 오랜 제복의 규제에서 벗어난 기쁨에서 저마다 밝은 표정입니다. 시범학교들은 학생 신분에 맞는 값싸고 활동적인 옷을 입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여학생 인터뷰]
    "딱딱한 옷깃에 까만 교복을 입을 때 보다는요, 더 활동적이고 자유로워서 좋은 것 같아요."

    [남선생님 인터뷰]
    "교복이 자율화됨으로써 굉장히 학생들이 명랑하고 활발해진 것 같습니다."

    ['이런일 저런일' (1983/2/24)]
    "중고등학생들이 동일한 교복을 입고 졸업식을 갖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새 학기부터는 교복의 자율화 조치에 따라서 학생들이 개성 있고 더욱 발랄한 모습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렇게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던 교복은 청소년들의 탈선과 학생지도의 어려움으로 1985년 다시 부활했는데요.

    대신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교복 디자인을 결정하도록 해,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교복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 앵커 ▶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이른바 '브랜드 교복'이 등장하면서 '고가의 교복'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죠.

    '브랜드 교복'과 '비 브랜드 교복'의 가격 차가 얼마나 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나경철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 나경철 아나운서 ▶

    우리나라의 대형 브랜드 교복 업체는 '에리트 베이직'과 '아이비 클럽', '스마트'와 '스쿨룩스' 이렇게 네 곳입니다.

    이 4곳이 전체 교복 시장의 72%를 차지하고 있고요.

    나머지 28%는 전국의 4백여 개 중소업체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공정위 자료를 토대로 가격을 비교해보면, 브랜드 교복은 동복 한 벌에 20만 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고, 비 브랜드 교복은 10만 원대 후반 정도로 둘 사이에 가격 차가 꽤 크게 납니다.

    그래서 교복 비용마련이 부담스런 학부모들은 비 브랜드업체를 통해 따로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부터는 각 학교마다 입찰을 통해 저렴한 교복 업체를 선정하는 '학교 주관 공동 구매' 방식이 교육부 차원에서 시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실제로 학교가 주관해 구매한 교복의 낙찰가는 지난해 평균 16만 8천 원으로, 개별 구매 평균가인 25만 7천 원보다 무려 34%나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그런데 나경철 아나운서.

    지금 설명해주신 것처럼 이렇게 공정한 입찰을 통해서 교복 업체를 선정하면 가격도 내려가고 정말 좋은데요.

    실제로는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이 생각보다 저조하다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선정한 업체를 이용한 학생은 63%에 불과했습니다.

    왜 그런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해봤는데요.

    이 수치 뒤에는 브랜드 교복 업체들의 횡포가 있었습니다.

    먼저 브랜드 업체들은 '학교에서 공동구매하는 교복의 품질이 낮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소비자들을 망설이게 했고, 신입생들에겐 실제로 교복을 물려 입지 않아도 '교복 물려 입기'를 신청하면 학교에서 꼭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며, 편법을 통해 자사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새 학기를 앞둔 학교 앞에서 교복업체들의 판촉전이 한창입니다.

    교복을 물려받았다고 학교에 신고하면 지정업체에서 사지 않아도 된다며 허위 신고하고 자기네 교복을 사라는 식입니다.

    "물려 입기 신청했어요? 물려 입기에 체크했어요? 아이비 클럽으로 와요."

    자금력을 내세운 대형 업체들이 편법까지 알려주며 더 싼 값에 호객행위를 한 겁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형 교복 브랜드 업체들은 불법 담합을 통해 아예 학교 공동구매 입찰 자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밝혔습니다.

    입찰이 무산되면 학생들이 교복을 개별구매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보도 내용을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전교생이 1천 명이 넘는 서울의 한 중학교.

    내년도 신입생 교복 공동구매 입찰 공고를 냈지만, 중소 업체 단 한 곳만 지원해 입찰이 무산됐습니다.

    "4대 메이저 급은 아니고요. 소기업도 하나만 들어왔어요."

    경기도 부천의 이 중학교는 아예 교복 업체가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학교 관계자]
    "충분히 그 (입찰가) 이하로도 들어오겠다는 업체가 있었대요. (한 곳도) 안 들어올 거라고 생각도 안 했어요."

    조달청에 올라온 교복 공동구매 공고 101건 가운데, 이런 식으로 공동구매가 무산된 경우는 47건으로 거의 절반에 달했습니다.

    ==============================

    한 대형 교복 업체 지역 전략회의.

    지역 총판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교복 공동구매 입찰에 참여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OO 교복 총판 직원]
    "공정거래법에는 걸리지만 우리는 전자입찰을 하지 말자(고 했어요). 담합 안 하면 못 사니까…."

    한 대리점주는 "주변의 다른 업체 대리점과 협의해 다 같이 입찰에서 빠지라"는 지시까지 받았다고 말합니다.

    [OO 교복 대리점주 A]
    "(학교) 주관 구매는 될 수 있으면 그 지역에서 협의를 해서 참여하지 마라, 일반 판매로 유도해라…."

    [OO교복 대리점주 B]
    "'(입찰에) 안 들어가면 결국 무산될 거다' 이런 식으로 막아왔는데, 신기하게도 먹혔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또 대형 브랜드 교복 업체들은 자사 교복보다 더 싸게 파는 업체는 아예 백화점에 입점조차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보도 내용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부천의 한 대형 백화점.

    입점한 브랜드는 대형 업체 3곳.

    가격은 25만 원대로 비슷합니다.

    이 매장에는 없는 다른 대형업체 대리점에 가봤습니다.

    해당 업체는 다른 대형 브랜드 3개 사가 백화점 입점을 방해했다고 주장합니다.

    [업체 관걔자]
    "당연히 들어가야 할 유통을…. 저희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3사가 담합을 해서 '우리가 00이랑 같이 하면 안 하겠다' 이런 식으로…."

    백화점 측은 "업체들끼리 협의를 하라고 이야기했지만 3개 업체가 입점에 반발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 앵커 ▶

    브랜드 교복 업체들의 이런 횡포를 막으면서 소비자들의 권익도 함께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공정위에서 내놓은 개선 방안을 나경철 아나운서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대형 업체들의 편법과 횡포로 재고를 떠안게 되면 저가에 교복을 공급하던 중소업체들은 당장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데요.

    그래서 공정위는 신입생들이 교복 없이 입학을 한 뒤 정확한 수요를 조사해 하복부터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습니다.

    실제 전국 중고등학교의 11%는 이미 하복부터 착용을 하고 있는데, 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교복 표준 디자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공정위는 밝혔습니다.

    지금은 학교별로 디자인이 달라서 '다 품종 소량 생산'을 해야 하고, 따라서 가격을 낮추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는데요.

    '교복 표준 디자인' 제도는 스무 개 정도의 표준 디자인 안에서 각 학교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해당 디자인에 학교 마크만 따로 부착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국 어느 학교 학생이든 동네 마트에서부터 온라인 쇼핑으로도 자유롭게 교복을 살 수 있게 되고,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면서 교복 가격이 크게 낮아질 거란 예측입니다.

    실제 영국에선 전국의 모든 공립학교 교복 디자인이 표준화돼 있어서 대형 마트나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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