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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버림받는 아기들,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브닝 이슈] 버림받는 아기들, 어쩔 수 없는 선택?
입력 2016-03-07 17:29 | 수정 2016-03-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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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신생아를 입양시켜 주겠다며 돈을 받고 아기를 거래한 브로커와 아기를 넘긴 생모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 취재진이 제보를 받고 브로커의 행적을 좇은 지 두 달 만에 신생아 매매의 전모가 드러난 건데요.

    사건 내용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두 달 전, 경남 창원의 정 모 씨 부부는 지인의 아기를 입양하기 위해 인터넷에 절차를 문의하는 글을 올렸다가 김 씨를 알게 됐습니다.

    김 씨는 정식 입양은 절차도 복잡하고 흔적도 남으니 하지 말라고 말렸다고 합니다.

    모처에서 만난 정 씨 부부와 브로커 김 씨.

    [김OO/신생아 매매 피의자]
    "산모는 예쁘고 얌전하고 다른 애들처럼 담배 하고 술 하고 이런 애 아니라니까. 애가 퇴원하는 날 같이 가서 병실에 들어가서 그렇게 해서 데려오자니까?"

    아무 흔적 없이 자신이 낳은 아기로 키울 수 있다며 출생신고 노하우도 알려줍니다.

    [김OO/신생아 매매 피의자]
    "'집에서 낳았어요?' 동사무소에서 물어봐요. 배 아프대서 병원 가려고 그러는데 차 속에서 낳았다고 그러세요. 출생신고를 보증인 둘 세우면 돼요. 그러면 하나는 내가 써줄게."

    아기를 데려올 때 산모에게 돈을 건네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정OO(가명)]
    "산모가 다시 시작하려면 돈 좀 필요하지 않겠냐, 자기는 아기를 입양할 때 3백만 원 정도의 돈하고 소정의 물품을 줬으니까 그 정도는 주라고…."

    브로커 김 씨는 체포됐고, 미혼모 박 씨의 아기는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습니다.

    ◀ 앵커 ▶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이 영아매매 브로커도 생후 열 달 된 아기를 자신의 집에서 키우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아기 역시 다른 산모로부터 돈을 주고 사온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경찰이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체포된 김 씨가 생후 10달 된 남자 아기를 업고 나왔습니다.

    경찰의 질문에 김 씨는 자신의 아이라고 답합니다.

    [김OO/신생아 매매 피의자]
    ("누가 낳았어요?")
    "제가요."
    ("본인이 낳았어요?")
    "네."
    ("어디 병원에서요?")
    "제가 집에서 낳았어요."

    김 씨는 결국 경찰 수사에서 다른 산모의 아기를 데려왔다고 자백했습니다.

    김 씨는 남편이 없는 아기 생모의 사정이 딱해 자신이 낳은 아이처럼 잘 키우려 한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김OO/신생아 매매 피의자]
    "여러 가지 상황을 제가 아니까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어차피 자기(생모)는 못 키우는 입장이었으니까. 그런 식으로 데려와서 내 아들처럼 잘 키우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기는 태어난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출생 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법적으로 아기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그 아이를 다시 또 버린다든지, 그 아이를 어떤 범죄의 대상으로 한다든지 이렇게 됐을 때도 사회적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은 김 씨가 아기를 다른 범행에 이용하려 했는지 또다른 신생아 거래와 연루됐는지 수사 중입니다.

    ◀ 앵커 ▶

    영아매매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1월.

    충남 논산에서 일어난 일이죠.

    한 20대 여성이 아기를 6명이나 돈을 주고 데려와서 키우다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이 사건은 진짜 아기를 키우고 싶어했던 여성의 선의로 결론이 났지만 돈을 노린 사건도 적지 않습니다.

    관련 보도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아기를 키우고 싶었다'는 23살 임 모 씨의 말은 진실로 드러났습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상처가 모성애착으로 이어졌다는 게 경찰 범죄심리분석 결과입니다.

    아이의 대가로 건넨 4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의 돈도 나이 어린 미혼모들이 먼저 요구했습니다.

    [전우암/충남 논산경찰서 수사과장]
    "돈을 상대방이 먼저 요구한 걸 볼 때는 우선 병원비와 위로금 정도를 받지 않았나…."

    ==============================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한 미혼모가 낳은 생후 3일 된 갓난아이를 데려왔습니다.

    미혼모로부터 친권 포기 각서를 받고 아기를 데려온 김 씨는 인터넷으로 알게 된 A 씨가 브로커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김 씨는 같은 해 8월 A 씨에게 6억 5천만 원에 자신이 데려온 아기를 팔아넘기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거액의 돈을 받고 미혼모의 아기를 팔려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 앵커 ▶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300명 가까운 아기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유일한 대안은 입양일 텐데요.

    그런데 입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해마다 3백 명에 가까운 아기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입양 아동의 수는 지난 2011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로, 지난 2014년에는 2011년 절반도 안되는 6백여 명이 입양되는데 그쳤는데요.

    일각에선 2012년 7월에 개정된 입양특례법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생모가 자신의 인적사항을 넣어서 출생신고를 한 뒤에, 합법적인 입양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입양이 확정되고 절차가 종료되면 아기의 기록은 생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도 이처럼 삭제됩니다.

    입양자, 즉 입양된 아기가 성장한 뒤에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는데요.

    취지는 좋았지만 미혼모 가운데 많은 수는 아기가 입양되기 전에 기록이 남아있는데다 입양 뒤에는 기록이 삭제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다 보니, 합법적인 절차를 밟기보다는 아기를 버리거나, 신생아 매매에까지 나서고 있는 겁니다.

    일부 교회가 운영하는 이른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도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관련 보도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지난해 3월 아기를 낳은 미혼모 조 모 씨 역시 출생신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해 입양 대신 베이비박스를 선택했습니다.

    [조 모 씨/미혼모]
    "입양을 한다 해도 호적에는 다 증거가 남아요. 그래서 나중에 결혼할 때도 문제고…."

    법률을 개정한 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는 13배 가까이 급증했고, 합법적인 입양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친부모를 호적에 기록해두되, 입양아 본인만 확인할 수 있도록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종락/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입양 기관과 법원에만 기록되고, 본인(입양아)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면 유기를 할 필요가 없죠."

    ◀ 앵커 ▶

    그런데 이렇게 대신 누군가 아기를 키워주기를 바라면서 아기를 버리는 경우는 차라리 낫다고 해야 할까요?

    신생아를 살해하거나 그냥 방치해 숨지도록 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찰은 전남 나주의 60살 이 모 씨 집으로 영아의 시신을 보낸 혐의로 이 모 씨의 30대 딸을 긴급체포했습니다.

    5년 전 서울에 올라온 이 씨는 식당일을 했지만 고시텔 월세 25만 원을 내지 못해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할 만큼 생활고를 겪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는 방에서 홀로 여자 아이를 출산한 뒤 자신의 손으로 숨지게 했고, 숨진 아이와 엿새 동안 방안에서 함께 지낸 뒤 집 부근 우체국으로 가 시신을 담은 상자를 고향집에 부쳤습니다.

    다음날 전남 나주 고향집에 택배가 도착했고, 우체국 CCTV를 확인한 경찰은 택배를 보낸 인물로 집주인 이 씨의 딸을 특정했습니다.

    ==============================

    119대원이 구급차 안에서 갓난아기를 조심스럽게 돌보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남자 아기입니다.

    수건으로 감싼 채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으며, 탯줄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빛조차 통하지 않은 쓰레기통, 추위와 공포 속에 방치된 아기의 간절한 울음소리 때문에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

    털모자가 달린 외투를 입은 남성이 도로를 건너와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대학생 윤 모 씨가, 여자친구인 여고생 박 모 양이 낳은 아기의 시신을 버리고 가는 겁니다.

    윤 씨는 자신의 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이 하천에 아기를 버렸고, 시신은 길 가던 시민에 의해 7시간 만에 발견됐습니다.

    [인근 주민]
    "뭔가 저기서 까만 것에 하얀 것이 있는 거야. 아휴, 놀라 가지고…."

    가족에게 임신을 숨기고 있던 박 양은 화장실에서 몰래 출산한 뒤 아이를 살해했고, 남자친구 윤씨가 시신을 처리하려다 실패하자 하천에 버린 걸로 드러났습니다.

    ◀ 앵커 ▶

    이처럼 버려지는 아기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혼모가 낳아서 양육을 포기하거나 경제적인 사정으로 키울 형편이 안되는 경우입니다.

    사회적으로 아기를 키울만한 여건이 된다면 굳이 양육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텐데요.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한국여성재단이 지난해 미혼모 가정 11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혼모 가운데 매월 일정한 수입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88명에 불과했는데요.

    하지만 많은 경우 정부의 보조금에 의지하고 있었고, 자신이 일을 해서 정기적으로 수입이 나오는 경우는 29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 혹은 아기 아빠로부터 지원을 받는 사례는 극히 적었는데요.

    이러다 보니 미혼모 가정의 전체 월평균 수입은 83만 5천 원 정도로 지난해 최저생계비 105만 원에 20만 원 넘게 못 미치는 금액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수의 미혼모 가정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액수조차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에게 지원되는 양육비는 월 최대 15만 원인데요.

    미혼모가 아기를 직접 키우지 않고 보호시설에 맡길 경우, 이 시설에는 매달 백 만원 정도의 지원금이 나오니까, 미혼모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안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불법 입양이 성행하는 건 미혼모를 향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탓도 있습니다.

    '문제 있는 여성'이라는 낙인 때문에 취업이나 직장생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것이 결국 아기를 포기하는 걸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박영미/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때쯤 돼서 이 회사를 다닐 자신이 없는 거예요. 다닐 자신이 없으니까 그만두게 되죠. 거의 출산 직전에는 아사 상태예요.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상태죠."

    전문가들은 국가가 입양부모에게 각종 지원을 하기에 앞서 어려운 처지의 친부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스스로 아이를 키울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노혜련/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아이를 낳은 부모, 또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부모에게는 지원이 덜해요. 그러니까 애 버리라는 소리죠. 애 버리면 이쪽(입양한 쪽)에는 막 지원해주면서 키우게 만드는 이러한 제도, 이게 바뀌어야 하는 거죠."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자동적으로 출생신고가 이뤄지게 해 아동 매매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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