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아무런 이유 없다, '묻지마 범죄' 기승

[이브닝 이슈] 아무런 이유 없다, '묻지마 범죄' 기승
입력 2016-04-19 17:28 | 수정 2016-04-19 18:08
재생목록
    ◀ 앵커 ▶

    사소한 시비에도 흉기를 휘두르고,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서 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요즘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엔 광주의 한 등산로에서 처음 보는 60대 등산객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남성이 구속됐는데요.

    먼저 보도내용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광주 어등산에서 등산을 하던 63살 이 모 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것은 오후 5시쯤입니다.

    이 씨는 가슴을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경찰에 긴급체포된 용의자는 49살 김 모 씨.

    예비군복 차림의 김씨는 범행 직후 2킬로미터가량을 달아나다가 30분 만에 붙잡혔습니다.

    김 씨는 숨진 피해자와는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였지만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용의자(음성변조)]
    ((흉기로) 찌른 사람은 아는 사람이에요?)
    "전혀 모릅니다."

    용의자 김 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에 흉기를 들고 주변 등산객들을 위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숨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오해하고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관계자(음성변조)]
    "(피해자가) 신고를 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휴대전화를 줘봐라 그래서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안 줄 거 아니에요. 신고 안 했다고 그러면서 옥신각신하다가…."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기록은 없지만, 30년 가까이 신경약을 복용하다 최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긴급 체포 당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등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습니다.

    ◀ 앵커 ▶

    이처럼 어떤 명확한 동기도 없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묻지마 범죄'라고 부르죠.

    그동안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청년이 노인을 가로막고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입니다.

    갑자기 뺨을 때리더니,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 합니다.

    수차례 폭행에 노인은 쓰러지고 노인이 일어나려 하자 청년은 머리채를 붙잡고 다시 폭행합니다.

    노인은 무릎을 꿇고 빌기까지 합니다.

    남성은 골목에서 차가 오자 잠시 폭행을 멈추고 자리를 피하는 척하더니, 도망가던 노인을 뒤따라가 발차기로 넘어뜨리고 계속해서 노인을 때립니다.

    ==============================

    새벽 운동을 하러 나왔다 날벼락을 맞은 69살 손 모 씨는 전치 4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 중입니다.

    경찰에 붙잡힌 20살 진 모 씨는 술에 취해 길을 가던 중 손 씨를 폭행했습니다.

    단지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입니다.

    ==============================

    흉기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차 안에서 주민에게 말을 거는 순간,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며 주민을 향해 돌진합니다.

    순찰차 앞에서 대낮에 벌어진 칼부림.

    주민은 빗자루로 몸을 막으며 뒷걸음쳤고, 경찰관 2명이 차에서 내려 삼단봉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인 끝에 남성을 체포합니다.

    경찰에 붙잡힌 사람은 한 골목에 사는 44살 강 모 씨.

    강 씨가 흉기 난동을 부린 이웃집의 대문과 가재도구는 모두 망가졌습니다.

    혼자 사는 강 씨는 2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돈이 없어 약을 사 먹지 못했고, 평소 피해망상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날도 주민들이 자신이 담배 피는 걸 싫어할 거라는 생각에 사고를 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 주민]
    "여자들만 사는 집, 세 곳에 그랬어요. 2층에도 흉기를 이렇게 갖다 댔어요. 우리는 숨었죠, 나는 방에 가서 숨고…."

    ==============================

    승강장을 어슬렁거리는 이 남성은 노숙자인 51살 강 모 씨.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탄 강 씨는 8시 20분쯤 종각역에 도착하기 직전, 갖고 다니던 흉기 2개 중 하나를 꺼내 승객들을 위협했습니다.

    [강 모 씨/피의자]
    "종로 3가인가에서 칼장난 한 것 있잖아요. 찌른 적 없잖아요. 찔렀으면 뭐…."

    경찰 조사에서 강 씨는 추워서 지하철을 타게 됐고, 객차에 사람이 많아 짜증이 나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동안 발생한 '묻지마 범죄'의 특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발생한 묻지마 범죄는 모두 '163건'입니다.

    그런데 범죄 건수와 비교했을 때 피해자의 수는 훨씬 더 많은데요.

    총 2백 88명이 이런 범죄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자 중에서는 남성이 146명 (51%), 여성이 142명 (49%)으로 남성이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성별과 관련없이 '묻지마 범죄'의 대상이 되는 걸 알 수 있죠.

    범죄 유형으로는 상해가 53%로 가장 많았고, 살인이 25%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폭행이 9%, 협박 7% 그리고 방화와 손괴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묻지마 범죄'는 사전에 준비한 흉기 등으로 상대를 가리지 않고 범행을 저지르는 특성상 강력 범죄의 비중이 높았는데요.

    또 전체 163건 중 절반이 넘는 84건이 피의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엔 묻지마 범죄가 일어난 장소를 한번 살펴볼까요.

    절반 이상이 '길거리'였고요.

    그 다음으론 공원과 지하철역, 도서관 등 공공장소가 13%를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예측하기 어렵고,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데요.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남성이 냄비를 들고 주차된 차량 쪽으로 다가갑니다.

    잠시 뒤 운전자가 황급히 뛰쳐나옵니다.

    아무 이유없이 뜨거운 물을 운전자에게 부은 겁니다.

    [유 모 씨/'묻지마 범죄' 피해자]
    "생전 처음 봤어요, 살면서 그 사람. 나무 그늘 밑에…. 쉬려고 담배 한 대 피우려다 10분도 안 있었는데…."

    한적한 골목의 주택가.

    한 남성이 한쪽 손에 흉기를 든 채 비틀거리며 길을 걷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은 이웃집에 들어가 잠자던 6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모두 피해자에게 원한이 없는 '묻지마 범죄'였습니다.

    [윤정숙/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연간 50건 정도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것들을 분노로 표출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 앵커 ▶

    이처럼 어떤 명확한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에 발생한 묻지마 범죄 사건의 피의자 48명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평균 연령은 39살로 30 ,40대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또 가해자의 75%는 미혼이었고요, 고용상황을 보면 범행 당시 가해자의 75%는 직업이 없는 상태였고, 23%는 일용직 종사자나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또 이런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75%가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가해자들의 평균 전과 수는 6건으로 대부분 폭력과 상해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10명 가운데 6명꼴로 정신질환 진단이나 치료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유형별로 따져 봤더니 크게 3가지로 나뉘었는데요.

    먼저 '현실 불만형'은 주로 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입니다.

    '정신 장애형'은 조현병 등 정신장애가 있거나 환각물질을 흡입한 뒤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경우를 말합니다.

    세번째로 '만성 분노형'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의도를 잘못 해석하거나, 홧김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경우입니다.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 48명을 유형별로 나눠봤더니 절반에 가까운 46%가 '만성 분노형'이었고, '정신 장애형'이 38%, '현실 불만형' 1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이 있는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높은데 이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압구정동 제과점에서 3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인 57살 김 모 씨.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4년 전부터 우울증과 공황 장애, 불안 장애 증세가 나타나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서울 강남의 백화점에서 임신부를 인질로 잡고 협박한 30대 남성.

    [이 모 씨/백화점 인질범]
    "모든 나라를 무너뜨리고 이 땅에 천국을 세우기 위해서…."

    정신 질환자 범죄는 전체 범죄의 1%가 안되지만, 재범률은 65%나 됩니다.

    재범률을 낮추려면 교도소를 나온 뒤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우리는 아직 지원 제도가 없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감기처럼 약 몇 번만 먹으면 완치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폭력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일본 등 외국처럼, 전과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꾸준히 살펴 입원 치료까지 해주는 의료 관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앵커 ▶

    길을 가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런 '묻지마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은 그 후유증을 얼마나 안고 가야 할까요.

    범인이 잡혀도 이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더 커진다고 하는데요.

    관련 보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남성이 여성의 뒤를 밟더니 여성의 집 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흉기로 무차별 공격합니다.

    [윤 모 씨/흉기테러 피해자]
    "두 번째로 조금 발소리가 빨라지기에 뒤를 돌아봤더니 그때 머리를 때리고 그다음에 칼로…."

    얼굴을 난자당하다시피한 윤 모 씨는 평생 흉터를 지니고 살아가게 됐습니다.

    범인은 정신질환을 앓던 대학 동창생.

    윤 씨는 범인이 출소한 뒤에도 보복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윤 모 씨/흉기테러 피해자]
    "그래서 이사도 고려 중이고요. 이름을 바꾸는 것도 고려 중이고요. 직업도 어차피 바꿀 예정에 있기 때문에…."

    환자복 차림의 한 할머니가 휠체어에 오른 채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병원 밖으로 나옵니다.

    뇌병변 장애 2급.

    뇌에 심한 손상을 입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걷지도,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합니다.

    할머니는 지난 2011년 11월 퇴근길에 한 청년에게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했습니다.

    지금까지 할머니에게 든 병원비만 1억 8천만 원.

    정부에서 치료비, 간호비 등을 지원받았지만, 개인이 부담한 돈만 1억 3천만 원이 넘습니다.

    [박해명/폭행피해자 남편]
    "평생 부담 아닙니까. 진료비에 병원비에…. 자기 돌아가기 전까지 평생 병원비 안 듭니까."

    아무런 죄 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이들.

    하지만 정부가 범죄자 수사와 교도소 수용 등에 1년에 3조 원을 쓰는 반면, 범죄피해자를 위해 쓰는 돈은 9백억 원에 불과합니다.

    1인당 액수로 치면 범죄자는 2천5백만 원, 피해자 지원액은 1백만 원입니다.

    이러다 보니 피해자 80%는 막대한 치료비와 생계 곤란을 감당 못해 이혼하거나 자살 등의 2차 피해를 겪게 됩니다.

    [강지식/법무부 인권구조과 과장]
    "범죄 피해가 발생하면 궁극적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는 그런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못지않게 무고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도 더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