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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20억 돌려달라" CEO가 변호사 폭행

[이브닝 이슈] "20억 돌려달라" CEO가 변호사 폭행
입력 2016-04-26 17:27 | 수정 2016-04-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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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해외원정도박으로 징역형을 살고 있는 화장품업체의 CEO가 얼마 전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폭행의 원인은 20억 원에 달하는 과도한 수임료였는데요.

    현재 이 사건을 둘러싸고 전관예우와 성공보수 등 변호사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폭행 사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동남아에서 100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 씨.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항소심을 앞두고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최 모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면서 20억 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정 씨의 기대와 달리 법원에 낸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두 달 만에 최 변호사를 해임했습니다.

    정 씨는 그 뒤 20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최 변호사는 지난 12일 정 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 구치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접견 도중 최 변호사가 "착수금이니 돌려줄 수 없다"고 하자 정 씨가 욕설을 하더니 최 변호사를 의자에 주저앉히면서 왼쪽 손목을 비틀었다는 겁니다.

    [권용현/최 모 변호사 법률사무소]
    "(최 모 변호사가) 손목을 부여잡고 계셨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차에 탔었죠."

    전치 3주의 상해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면서 정 씨를 고소한 최 변호사는 현재 실어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서울고등법원의 부장판사 출신인 최 모 변호사는 지난 1월 7일 정운호 대표의 항소심을 앞두고 선임되면서, 착수금 등으로 20억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정 대표의 보석신청이 기각되면서 변호인단에서 물러났는데요.

    그런데 항소심 판결 이후 정 대표 측에서 최 변호사에게 나머지 착수금 20억 원을 되돌려달라고 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이 20억 원을 놓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정 대표 측은 20억 원이 모두 착수금이 아니라 사례금, 즉 일종의 '성공보수'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 변호사 측이 "보석을 받게 해 주겠다. 자신 있다"고 약속해서 그만큼 준 건데, 보석을 못 받았으니 돌려받는 게 당연하다는 거죠.

    하지만 최 변호사 측은 20억 원은 착수금으로 서류 검토 등 변호사 일에 대한 당연한 대가일 뿐만 아니라, 함께 선임된 다른 30명의 변호사들이 나누었다는 입장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이 20억 원의 성격이 변호사가 주장하는 착수금이 됐건, 아님 정 대표가 주장하는 성공보수가 됐건, 20억 원이라는 돈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좀처럼 만져보기조차 힘든 큰돈이죠.

    하물며 법조계에서조차 착수금 20억 원은 지나치게 과도한 액수란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상 '성공보수'가 포함된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나경철 아나운서와 계속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예전에 쓰였던 변호사 선임 계약서입니다.

    '성과보수'라고 해서, 수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선고가 날 때까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적혀있는데요.

    영장이 기각되거나, 보석으로 풀려나는 경우 그리고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등 유리한 판결을 받을 때마다 내야 하는 이른바 '성공보수'입니다.

    반면, 재판의 결과와 관계없이 변호사가 재판을 준비하거나 법률 자문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바로 '착수금'이라고 하는데요.

    재판 결과에 따라 추후에 지급되는 성공보수와 달리, 변호사를 선임할 때 미리 지급됩니다.

    변호사비는 이렇게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눠내는 게 관행이었는데요.

    그런데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새로운 판례를 내놨습니다.

    즉 변호사비에서 '성공보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건데요.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는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켜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는데요.

    변호사업계에서는 그러나 '성공보수'가 없어지면서 오히려 착수금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타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변호사 업계에선 성공보수금이 무효인 만큼 착수금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정형근/경희대 법학대학원 교수]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감안해서 증액하는 그런 계약을 할 수 있겠죠. 아니면 착수금을 여러 번에 걸쳐서 나눠서 받는…."

    변호사를 선임하려는 국민들은 높아진 문턱만 실감하고, 법률 시장은 유명 변호사를 따라 양극화될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강신업/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많은 변호사들이 착수금을 2배, 3배 올려받거나, 특히 전관들 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는 경우에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고…."

    서울변호사협회는 대법원 판결에 맞춘 변호사 수임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재판 단계나 시간에 따라 수임료를 받는 방안과 착수금 상한액을 정해 이를 넘으면 징계를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한규/서울변호사협회 회장]
    "표준 사건 위임 계약서 모델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고, 변호사도 일한 만큼 변호사 보수를 받을 수 있게…."

    ◀ 앵커 ▶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법조계의 뿌리깊은 '전관예우' 관행입니다.

    최 변호사가 변호사 수임료로 20억 원이라는 거액을 받은 배경에는 최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서울고등법원의 부장판사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고위직 판·검사들이 변호사로 개업을 하면서 고액의 수임료를 요구하면서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관련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검사 출신 이 모 변호사가 마약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자신을 마약부장 출신이라고 속여 사건을 수임했다가 의뢰인이 구속되자 변호사협회에 진정서가 접수됐습니다.

    부장 판사 출신인 정 모 변호사가 살인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피고인에게 '공판검사와 친하다'며 '집행유예를 약속'하고 사건을 맡았지만, 항소가 기각돼 역시 변호사협회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전준호/서울변호사협회 전 대변인]
    "(판사, 검사와의) 인맥 관계를 과시하면서 수임을 유치하는 행위는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

    일반 변호사들은 판·검사출신들이 적게는 3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의 착수금을 관행적으로 받고 있는 사례가 많다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전관 출신들은 수임료는 당사자들 간의 계약일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검사경력 20여 년 차 변호사]
    "단지 수임료가 비싸다고 해서 전관예우에 해당되는 사안이고 사건 수임이나 활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경솔합니다."

    ◀ 앵커 ▶

    이런 '전관예우' 관행이 문제가 되는 또다른 이유는 일부 고위직 판검사 출신들이 고액의 수임료를 받으면서 사건을 싹쓸이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변호사 비용은 올라가는 반면, 전관이 아닌 변호사들은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들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월소득을 조사해 봤는데요.

    전체의 절반이 넘는 1천 3백여 명이 세금이나 비용 등을 제외한 자신의 순소득이 300만 원에서 600만 원 사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액수는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연봉보다도 낮은 수준인데요.

    반면에 정동기 전 대검 차장검사는 변호사로 취업한 7달 동안 7억 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린 사실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문제가 됐고요.

    안대희 전 대법관도 5달 동안 16억여 원의 수입을 올려 국무총리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기도 했죠.

    같은 변호사라도 전관이냐 아니냐에 따라 수입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변호사들의 직역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장이 자신의 SNS에 전관비리 사례를 공개해서 파장이 일기도 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내가 목격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전관비리 사례 공개"라는 제목으로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직접 SNS에 올린 글입니다.

    한 여성 변호사가 대법원 사건을 의뢰받아 착수금 5천만 원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3천만 원을 상고 이유서에 이름을 올려준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게 건넸습니다.

    하지만 상고가 기각되자 의뢰인들이 찾아왔고, 변호사를 방에 감금한 채 구타해 얼굴과 온몸에 멍이 들었다는 겁니다.

    하 회장은 이 글에서 "그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사건 내용도 모르고 3천만 원을 받고 도장만 찍어줬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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