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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사회복지사 장애인 상습폭행, '불안한 복지시설'

[이브닝 이슈] 사회복지사 장애인 상습폭행, '불안한 복지시설'
입력 2016-05-17 17:46 | 수정 2016-05-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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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복지시설의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인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가한 혐의로 붙잡혔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 시간에는 장애인 시설이나, 요양원 등 복지생활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 사건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사건 내용부터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남성이 누군가를 바닥에 질질 끌고 갑니다.

    목을 조르고, 등 뒤에 올라타 발을 꺾기도 합니다.

    테이블 위에 있는 남성의 발등에 동전을 힘껏 던지자 겁을 먹은 듯 몸을 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장애인을 돌봐야 할 사회복지사들이 그것도 복지시설에서 폭행을 일삼은 겁니다.

    폭행을 당한 장애인 가운데는 어린이와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부모와도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을 정도로 장애 정도가 심해, 항의도, 신고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약 한 달 분량의 CCTV에서는 머리채를 잡아 내동댕이치거나, 숟가락으로 머리를 찍는 등 폭행 100여 건이 확인됐습니다.

    [시설 관계자]
    "수십 건이니 몇 건이니 말씀하시는데, 단 한 건이라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할 따름이고 할 말이 없습니다."

    5년 넘게 폭행이 이어졌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관할 시청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남원시청 관계자]
    "그렇게 심각성을 몰랐었죠. 장애인이라고 하는 특수시설이기 때문에…."


    경찰은 사회복지사 39살 김 모 씨 등 두 명을 구속하고 이를 묵인한 원장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 앵커 ▶

    이번에는 이 사건을 유선경 아나운서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 시설에서 이 같은 피해를 당한 이들이 몇 명이나 되나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경찰의 조사 결과 해당 시설에 있던 장애인 31명 가운데 23명이 폭행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행을 한 피의자는 이들을 돌봐야 하는 사회복지사였는데요.

    2명이 구속되고 15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등 해당 시설의 복지사들이 무더기로 검거됐습니다.

    검거된 사회복지사들은 '장애인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훈계차원에서 다그치기는 했지만 심하게 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지난 2010년부터 장애인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25일간의 CCTV 영상에서만 1백 건이 넘는 폭력 행위가 확인됐는데요.

    그 외에도 밥을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숟가락을 세워 머리를 찍거나, 탁자에 올라간 장애인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기도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폭행을 당한 장애인들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5년간 폭행이 계속될 동안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남원시청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장애인 시설 안에서 이 같은 인권 침해 사례들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재작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한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들을 쇠사슬로 묶고 폭행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그동안의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20명 이상의 지적장애인이 머물고 있는 전남 신안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

    쇠사슬로 장애인들을 묶고 폭행하는가 하면 마당에 있는 개집에 장애인들을 수시로 개와 함께 감금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민]
    "많이 듣고 보고 했는데…. 화나면 욕하고 윽박지르고 하는 건 가끔씩 들려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시설의 원장인 62살 고 모 목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인권위 조사가 진행되자 방에 있던 쇠고리와 일부 개집은 철거됐습니다.

    복지원 측은 훈육을 위한 일부 체벌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감금과 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고 모 씨/한우리복지원장]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을 때는 벌을 서고 손 들고…. 또는 발바닥을 몇 대씩 맞는 그런 체벌이었지…."

    시설 내부는 성인 여성이 남성과 방을 함께 썼고 공용 화장실의 칸막이도 없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3년 전 알았던 신안군청은 그러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민원을 제기하는 피해 장애인의 친척에게 민원 취하를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

    지체장애인 68명이 사는 서울 도봉구의 한 장애인 복지 시설.

    지적장애 1급인 18살 이 모 군은 2년여 전 고관절이 부러져 수술을 받았습니다.

    생활지도 교사 최 모 씨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고관절 부위를 10여 차례 발로 밟았다고 증언합니다.

    [이 모 군]
    "올라가서 (오른쪽 다리를) 이렇게 밟았어요. 오른쪽 수술했어요. 못 걸어다녔어요."

    이군처럼 최 씨에게 가혹행위나 폭행을 당한 지적장애인은 모두 9명.

    냄새가 난다며 양손을 뒤로 묶은 채 밥을 떠먹이기도 했고, 쇠자나 나무 막대기로 곳곳을 구타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 시설에서 장애수당과 급여 등 3억 원을 횡령해, 이중 일부를 이사장 가족과 직원의 해외여행비로 쓰는가 하면, 10여억 원의 정부 보조금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시설 측은 이 같은 발표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고, 폭행 또한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00 복지법인 전 이사장]
    "(한 선생님은 아이들이) 말을 너무 안 들어서 자로 발바닥을 몇 대 때린 적은 있었고, 다른 선생님은 전혀 때린 적 없다고…."

    장애인 시설 5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 복지법인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은 연간 80억 원.

    인권위는 이사장 이 모 씨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서울시에 이사진을 새로 구성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 앵커 ▶

    장애인들을 돌봐야 하는 곳에서 오히려 이런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으니 마음이 참 답답합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해 유선경 아나운서와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한 적이 있죠.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재작년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거주시설을 전수 조사했는데요.

    전국 6백여 곳을 조사했더니 44곳에서 인권침해 의심사례가 나타났습니다.

    모두 63건이 나왔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유형별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폭행이 26건으로 가장 많았고요.

    성추행이 22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체벌을 하거나 결박, 감금이나 성폭행 의심사례도 발견됐습니다.

    장애인 시설에서 이들에게 이런 인권침해를 가한 사람들 주로 누구였을까요?

    사회복지사 등 시설 종사자가 40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했고요.

    이어 시설에 함께 사는 입소자 사이에서도 인권침해 사건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이런 인권침해 사건이 잇따르는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노인 요양 시설'인데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먼저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검게 피멍이 든 손이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80대 홍모 할머니는 넉 달 전 손등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요양원 거주자]
    "(요양사가) 숟가락으로 여기 쳐서 이래요. (피가) 나오는 걸 휴지로 덮어서 비닐봉지로 싸서 밤새도록 누르고 있었어요."

    CCTV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요양원에서는 할머니가 침대 기둥에 손을 자해한 것이라고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

    대구의 한 노인요양원에 설치된 CCTV 화면입니다.

    치매환자 86살 문모 할머니가 요양보호사에게 팔을 잡힌 채 끌려다닙니다.

    머리를 때리고, 얼굴을 낚아채고, 밀치고, 쓰러뜨리기를 여러 차례.

    피가 나기 시작하자 바닥을 닦던 걸레로 또 맞고 급기야 머리채를 잡히지만 폭행은 계속됩니다.

    열흘 뒤 아들이 찍은 사진에는 팔이 찢어져 꿰맨 흔적과 온몸에 멍자국이 선명합니다.

    [김 모 씨/피해 할머니 아들]
    "머리채 잡혀서 머리카락 다 뽑혔다 머리 한번 봐라. 개같이 맞고 피를 너무 흘려 힘이 빠져 죽겠다 이런 말씀까지 하시더라고요."

    요양원 측은 7시간 넘게 할머니를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에 데려가 팔을 꿰맸는데 아들에게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쉬쉬하던 요양원은 아들이 뒤늦게 알고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요양보호사를 해고했습니다.

    [해당 요양원 원장]
    "자기(요양보호사)는 정당방위라고 우기고 있어요. 본인은 본인의 모습을 CCTV로 봤냐고 그건 엄청나게 큰일이라고 하는데도 나는 가슴팍에 맞아도 괜찮으냐는 게 그 사람의 얘기예요."

    ==============================

    침대에 누운 노인이 괴로운 듯 몸을 뒤척입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양손이 침대에 단단히 묶여 있습니다.

    [제보자]
    "하루 종일 묶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주로 저녁에, 야간에 많이 묶습니다. 보호자들 다 안 오시는 시간에…."

    실제로 치매노인을 묶는지 확인하기 위해 새벽에 병원을 찾았더니 또 다른 치매환자의 양손을 박스테이프와 천으로 묶어놨습니다.

    병원 측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노인요양병원 관계자]
    "그건 원장님 지시하에 그러죠. 안전을 위해서…."

    동의서엔 보호자가 아니라 치매노인 본인이 서명한 것으로 돼 있어 가족들은 펄쩍 뜁니다.

    [치매노인 가족]
    (보호자 분은 동의해주신 적 있나요?)
    "전혀 없습니다. 그 문제 가지고 계속 싸웠죠. 내가 병원하고 이사장한테도 묶지 마라…."

    ◀ 나경철 아나운서 ▶

    노인 요양시설은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전국에 5천 곳이 넘는 상황입니다.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요양시설이 4배 급증한 건데요.

    진입장벽이 낮아서 요양원 자체는 많아졌지만, 관리감독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요양원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사건 지난 2010년 127건이었던 것이 재작년에는 24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이처럼 요양원에서 노인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시설 내에 CCTV가 없다는 부분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노인 생활시설에서 일어나는 폭행이나 학대를 막을 방법은 없는지 보도 영상을 통해서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모습을 담는 것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안 된다고 요양시설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혹이 불거져도 폐쇄적인 요양원에서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윤경/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CCTV는) 노인 학대라든가 적절하지 못한 보호가 일어났을 때 명확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요. 직원들의 신변 보호라든가 이런 부분에도 충분히 장점이 (있습니다)."

    CCTV가 없는 문제를 보완하겠다며 정부는 3년 전 '인권지킴이'제도를 대대적으로 시작했지만 역시 유명무실.

    유급 직원과 자격증 있는 봉사자가 1주일에 한 번 법적 권한을 갖고 시설을 감시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봉사자가 한 달에 한 번 1시간 동안 방문해 문의하는 게 전부입니다.

    [전용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 명의 노인이라도 더 많이 모셔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관의 수익과 직결되는 방식으로 바뀌었거든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상을 여길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요양시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이뤄지는지 모두가 알 수 있는 투명한 구조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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