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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강남역 '묻지마 살인', 분노·애도

[이브닝 이슈] 강남역 '묻지마 살인', 분노·애도
입력 2016-05-19 17:32 | 수정 2016-05-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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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 시간에는 최근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인데다가,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또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사회적인 파장이 일고 있는데요.

    먼저 사건 내용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34살 김 모 씨가 서초구의 한 3층짜리 건물 화장실에 들어가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습니다.

    피해자는 남자친구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CCTV분석결과 김 씨는 전날 밤 11시 40분쯤 해당 건물에 들어갔다가 범행 직후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1시간 반 동안 건물에 숨어있다가 화장실에 들어간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자신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범행 장소 근처 식당에서 흉기를 훔쳐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피해자의 남자친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씨 도주로를 추적하다가 김 씨를 검거했으며 김 씨는 조사 6시간 만에 범행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김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사건은 그제 새벽 1시쯤,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서 일어났습니다.

    서초구의 한 건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3살 여성 A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됐는데요.

    사건 발생 9시간 만에 피의자로 34살 김 모 씨가 검거됐는데,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습니다.

    김 씨는 체포 직후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CCTV 영상을 근거로 추궁하자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한때 신학원에 다니며 목사가 될 준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 말에 가출한 김 씨는 강남역 일대 건물의 화장실이나 계단에서 생활해 왔다고 진술했는데요.

    김 씨는 전에 일했던 식당 건물의 화장실을 범행 장소로 택한 뒤 미리 화장실 안에서 숨어 있다가 들어오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 씨는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는데요.

    경찰은 '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만큼, 범행 동기를 여성 혐오 살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08년부터 정신분열증으로 4차례에 걸쳐 1년 7개월가량,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정신 병력은 확인됐지만 과거의 기록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김 씨의 심리면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는데요.

    오늘 프로파일러 3명이 투입돼 김 씨에 대한 심리면담이 실시했고 내일 심리면담이 추가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김 씨는 오늘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에 출석했는데 "왜 여성을 노려 살해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이 없었고, "피해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 앵커 ▶

    사건이 일어난 이후 피해 여성의 억울한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저희 이브닝 뉴스 취재진이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강남역 지하철역 출입구 유리벽.

    어제부터 시작된 추모 행렬이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국화꽃을 정성스레 놓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은 '그때 그곳에 내가 없어서 살아남았다'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귀를 담았습니다.

    '여성들에게 무시당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의자의 진술에 여성이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담겼습니다.

    [김소연]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차 조심해라, 남이 주는 것 함부로 마시지 마라. 이런 것은 계속 있었지만…. 이건 정말 화장실 그냥 들어갔을 뿐인데 기다리다가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이니까…."

    [강현미]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무섭다는 것이죠. 누구도, 어떤 여자도 거기서 안전할 수 가 없구나…. 사회구조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해결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승훈]
    "진짜로 사람들 많이 다니는 강남역이고 저도 많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런 한복판에서 이렇게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저도 굉장히 무섭고…. 이 사건으로 인해 남자 대 여자 그런 식으로 많이 확대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좀 많이 안타까운 것 같아요…."

    [원예빈]
    "항상 화장실을 가면 공용화장실은 더 심하고 여자화장실이라고 해도 화장실 주변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어요. 몰래카메라부터 문제가 됐던 거 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게 살인까지 왔으니까…. 이제 사람이 있나 없나 카메라가 있나 없나 여자들은 왜 항상 이런 걸 두려워하며 살아야
    하는가, 그런 게 너무 속상해요."

    ◀ 앵커 ▶

    지금 들으신 것처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중 화장실, 특히 '남녀 공용 화장실'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공중 화장실은 관리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여기서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높기 때문인데요.

    이번엔 범죄 현황을 짚어보겠습니다.

    ◀나경철 아나운서▶

    경찰청이 집계한 공중화장실 범죄 현황을 보겠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이 공개장소에 설치한 공중화장실에서 매년 1천5백 건이 넘는 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한 해 동안 3천 건이 넘는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성폭행'이나 '강제 추행' 등 성 관련 사건의 비중은 매년 늘고 있어서, 재작년에는 공중 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 1천7백 건 중 거의 절반이 성 관련 범죄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일반 상가에 설치된 공중 화장실에서 발생한 것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총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사용하는 남녀 공용 화장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현재 공중화장실 관련 법에 따르면 업무시설은 연면적 3천 제곱미터 이상인 경우, 또 상가시설은 연면적 2천 제곱미터 이상일 때 남녀 화장실을 따로 지어야 합니다.

    그나마 이것도 지난 2004년 이후에 지은 건물에만 해당하고, 그전에 지은 건물에는 아직도 '남녀 공용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공용 화장실에서 온갖 사건이 잇따르면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고양시의 한 상가 건물.

    모자를 푹 눌러 쓴 남성이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30분 뒤 화장실에 들어간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옵니다.

    남녀공용 화장실에 먼저 들어간 남성이 여성이 들어오자 몰래 촬영을 시도한 것입니다.

    ['화장실 몰카' 피해자]
    "느낌이 이상해서 밑을 봤더니, 사람 손이랑 같이 핸드폰을 내밀고 있더라고요."

    서울 강남의 남녀공용화장실에서 유명 사립대 교수가 옆 칸 여성을 훔쳐보다 적발됐고, 경기도 수원에서는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남녀공용 화장실은 출입구를 같이 쓰고 남녀 화장실을 칸막이 하나로 구분해 놓는 식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민망하고 위생적이지도 않다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출입구만 잠그면 화장실 안에서 무슨 험한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

    서울 종로의 한 상가 건물.

    한 여성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재빨리 다시 돌아 나옵니다.

    "남녀 공용이에요?"
    "네. (표지판에) 여자도 있는데요."

    화장실로 들어가던 또 다른 여성 역시 놀라서 다시 나왔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남성들이 화장실을 차지하면서 여성들은 들어갈 엄두를 못 내는 겁니다.

    남녀가 화장실을 함께 쓰면서 남성들 역시 난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용변 보는 남성 옆에서 손을 씻고 있는 여성, 낯뜨겁고 불편합니다.

    [상가 건물주]
    "여태까지 몇 십 년을 그렇게 썼는데 이제 와서 어떡하란 거야? 방송국에서 그것까지 참견하나?"

    [표혜령/화장실문화연대]
    "외국의 경우는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남녀 구분해서 설치해놨더라고요.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공간이잖아요."

    정부가 지정한 공중 화장실은 5만 8천 개.

    그나마 관리되고 있지만 개인 건물의 남녀 공용 화장실은 민간에 맡겨진 채 개선은 물론 수치 같은 실태 파악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 앵커 ▶

    여기에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가 최근 잇따르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강력범죄의 피해자 성비를 따져봤더니, 여성이 남성에 비해 8배 정도 더 많다는 분석 결과도 있었는데요.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법무연수원이 최근 발간한 '범죄백서'를 살펴봤더니, 재작년 기준으로 전체 형법 범죄의 피해자 중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가량 많았지만 살인과 강도, 성폭력 등 강력범죄와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8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2005년에는 강력범죄로 인한 피해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였는데요.

    2010년대 이후 계속 늘어나서 재작년에는 강력범죄의 피해자 중 88.7%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이 같은 상황, 해외와 비교했을 때는 어떨까요?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에서 각국의 살인사건 피해자를 성별로 분석한 자료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살인사건 피해자의 52%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22%, 영국 30%에 비해서 높은 것은 물론이고, 보시다시피 중국이나 인도 등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의 여성 피해자 비중이 높습니다.

    이번 화장실 살해 사건 이후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나오고 있는 '여성 혐오 발언'등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수정 교수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Q. 이번 사건 어떻게 보셨는지?]
    "이 사건의 본질은 상당히 중증정신장애,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피의자의 범죄이다. 이렇게 보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범행 동기가 아마 일반 범죄자들하고는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본인의 정신장애와 연관된 이런 동기 때문에 비면식 관계에 있던 그야말로 무력한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다 이렇게 보이죠. 묻지마 범죄는 사실은 영미법 체계의 국가에서는 무차별적으로 피해자 누구라도 상관이 없고 본인보다 이제 취약한 대상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이런 범죄이거든요. 3분의 1 정도가 사실은 정신장애인들에 의해서 현재 발생하고 있습니다."

    [Q.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많은 이유?]
    "강력범죄는 결국은 취약한 대상, 힘이 없는 대상을 상대로 일어나기 때문에 성범죄 포함 사실은 여성이 그 범죄의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높죠."

    [Q. '여성혐오 범죄'?]
    "문제는 그런 용어(여성혐오범죄)가 사실은 애당초에 탄생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고요. 그것이 결국 확대 재생산이 될 경우에는 이번에는 정신장애인이 이런 범죄를 저질렀지만 언젠가는 그야말로 반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어떤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비슷한 일을 또 저지를지도 모르겠다는 경각심이 사실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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