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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녹물 쏟아지는 '노후 수도관', 건강 주의보

[이브닝 이슈] 녹물 쏟아지는 '노후 수도관', 건강 주의보
입력 2016-05-24 17:33 | 수정 2016-05-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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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가정에서 이렇게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수돗물, 그대로 받아서 식수로 이용하는 분들 얼마나 계신가요.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지난 2012년 열린 세계물맛대회에서 32개국이 참여했는데 여기서 7위에 오를 만큼 맛과 수질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정작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사람은 단 5%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만큼 아직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얘기인데요.

    이 시간에는 수돗물을 수질, 과연 안심해도 되는지, 또 문제점은 없는지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나경철 아나운서, 우리나라에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이 보신 것처럼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최하위라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네, 그렇습니다.

    세계적으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을 살펴보면 영국이 70%, 미국은 56%, 일본 도쿄가 52%, 캐나다는 47%입니다.

    에비앙 등 프리미엄 생수의 본고장인 프랑스는 수돗물 음용률이 무려 90%로 가장 높습니다.

    5%인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매우 크죠?

    전신이 수자원공사죠, K-워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OECD국가 중 "유일하게"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시민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

    [최미정]
    "식수로는 사용하고 있지 않고요. 보통 설거지하거나 씻을 때나 세탁물 같은 거 빨 때 그렇게 쓰고…. 일단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요."

    [장유철]
    "전혀 식수로는 사용하지 않고요. 끓여서 먹을 때는 간혹 쓰기도 하는데…. '수돗물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좋다'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 노후된 수도관이 많고 해서 실제로 가정에서 먹을 때는 아리수처럼 깨끗하지 않고…."

    [이경희]
    "수돗물 나오는 곳에 조그만 거 하나 끼워서, 정수기능 역할을 하는 걸 끼워서 그냥 먹고 있습니다."

    [우주영]
    "어렸을 때는 그냥 먹었던 적도 있기는 한데 서울에 와서 살면서 아무래도 공해 문제도 있다 보니까, 약품 처리도 많이 되어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불안한 느낌이 있어서 직접 먹고 있지는 않아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실제로 지난해 한 환경단체가 서울시민 5백 명에게 물어봤더니 42%는 집에서 정수기 물을 먹고 있고, 41%는 생수를 사 먹는다고 답했습니다.

    수돗물을 끓여 먹거나 직접 먹는다는 답변은 15%에 불과했는데요.

    그럼 수돗물을 먹지 않는 이유가 뭔지 물었더니 '수도관의 녹물이나 이물질 때문'이라는 답변이 65%로 가장 많았고, '상수원 오염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응답과 '맛과 냄새 때문에'라는 이유가 비슷한 비율로 뒤를 이었습니다.

    시민들이 수돗물 자체의 문제보다는 수도관의 문제에 대해서 더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관련 보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지은 지 30년이 넘은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수도꼭지를 틀어 봤습니다.

    커피색에 가까운 녹물이 흘러나옵니다.

    2분 가까이 물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물 색깔이 투명하게 바뀝니다.

    [집주인]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나 학생들 같은 경우 아주 불편을 느끼고, 찝찝한 건 찝찝하죠. 언제까지 이 물을 사용해야 될는지…. 과연 정부 측에서 알고 계시는지 의심스럽고, 저희들이 하루 빨리 이런 녹물에서 해방되기를…."

    ==============================

    문정동의 주택가.

    수도를 틀자 뿌연 흙탕물이 나옵니다.

    죽은 벌레나 나뭇잎도 섞여 있습니다.

    [이두후]
    "목욕을 못 하고, 운동하고 땀 흘렸는데 그럼 어떡해요. 그런 지저분한 물로 목욕할 수도 없고…."

    세탁기 안에는 빨래가 쌓였습니다.

    [박정자]
    "받아보니까 이렇게 흙탕물이길래 지금 정지를 한 거라니까요. 빨래를 못 하는 거야 지금."

    인근 식당들은 장사를 망쳤다며 울상입니다.

    [식당 주인]
    "설거지도 안 했지 뭐. 저기 다 쌓아놨잖아. 물이 이래서 설거지하겠어요?"

    이번엔 강동구의 주택.

    2분씩 녹물을 흘려보내는 데 지쳐 수도관 세척까지 한 집입니다.

    그런데도 녹물 색깔만 조금 옅어졌을 뿐입니다.

    [집주인]
    "녹물이 몇 바가지가 나왔어요. 그걸 버리고, 흘려보내고 그다음에 쓰시면 괜찮다고…."

    ==============================

    수돗물은 천덕꾸러기가 됐습니다.

    설거지도 하고, 씻을 때도 쓰지만 마시지는 못하겠다는 겁니다.

    [박나록]
    "깨끗이 정수기 물 마시려고 하지 누가 수돗물 먹겠습니까?"

    ◀ 나경철 아나운서 ▶

    수돗물에 이렇게 녹물이나 불순물이 섞여 나오는 건 왜 그런 걸까요?

    문제는 역시 노후 수도관입니다.

    정수장에서 나올 때는 좋은 물일지 몰라도 이 물이 오래돼 녹이 슨 배관을 타고 가정으로 오는 과정에서 그냥 마실 수 없는 물이 되는 겁니다.

    여기 그림을 보시면 정수장에서 만들어진 깨끗한 수돗물은 대형 상수도관을 지난 뒤 아파트와 주택의 개별 수도관을 거쳐 각 가정에 공급되는데요.

    그런데 이 상수도관이나 개별 수도관이 녹이 슬면 당연히 수질도 나빠지겠죠.

    특히 이 수도관이 어떤 재질로 만들어졌는지도 중요한데요.

    최근에는 동이나 스테인리스 재질의 수도관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어진 지 20, 30년 된 노후 건물의 경우 부식이 잘 되는 아연관이나 PVC관으로 돼 있어서 녹물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MBC 취재진이 직접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해서 노후 수도관 내부를 촬영해 봤는데요.

    상태가 어땠을까요?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은 지 30년 된 아파트.

    내시경 카메라로 수도 배관을 살펴봤습니다.

    곳곳에는 눈처럼 떠다니는 부유물들, 관에는 노폐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검사업체 관계자]
    "이런 배관을 타고 나온 물로 씻고, 밥 해먹고, 다…."

    ==============================

    지어진 지 15년 된 아파트와 30년 된 아파트의 수도배관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화면 왼쪽은 입구에 흙만 묻었을 뿐 내부는 깨끗하지만, 오른쪽은 배관 곳곳이 부식돼 있습니다.

    [조본석/서울시 강동수도사업소 주무관]
    "(30년 된 아파트 배관은) 아주 심한 상태로 보입니다. 오래되니까 녹이 점점 쌓인 거죠. 그래서 수압이 더 약해질 수가 있고요."

    ==============================

    서울 420만 가구 중 8분의 1인 56만 가구의 수도관이 이렇게 낡은 상탭니다.

    정수장에서 아무리 깨끗한 물을 보내도 가정에선 녹물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관리하는 공공 대형 상수도관은 이미 전체의 97%가 교체되고 나머지 3%만 바꾸면 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유지에 설치된 노후 수도관은 40% 정도밖에 교체되지 않은 상태라서 나머지 60%는 여전히 수돗물의 질을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남아 있습니다.

    ◀ 앵커 ▶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오늘 이런 노후 수도관을 모두 교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공공 상수도관은 물론 사유지의 노후 수도관 교체 비용도 80%까지 지원해 준다는 방침인데요.

    이 내용은 박진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서울시가 20년 이상 된 상수도관 교체 지원사업을 본격 시행합니다.

    1994년 4월 이전에 설치된 수도관의 경우 녹이 잘 스는 아연 재질의 강관이 사용되다 보니 오래된 주택에서 녹물이 쏟아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관으로 전면 교체할 계획입니다.

    대상은 33만여 가구로 올해 8만 6천 가구에 우선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원 예산을 지난해보다 265% 늘어난 448억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또 오는 2019년까지 1천755억 원을 들여 33만 가구의 노후관을 모두 바꾸기로 했습니다.

    교체 공사비 지원액은 단독주택의 경우 최대 150만 원, 다가구 주택은 최대 250만 원이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세대당 최대 120만 원까지 지원됩니다.

    교체 신청은 다산콜센터로 하면 되며 관할 수도사업소에서 수도관 상태를 점검한 뒤 지원 여부가 결정됩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수돗물에도 빈부격차가 크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서울시 등 예산이 넉넉한 지자체는 이렇게 수도관 문제만 해결하면 깨끗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수가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경우 정수장 자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비교해 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이곳은 서울 영등포의 정수센터입니다.

    응집과 침전, 여과로 이어지는 표준 정수처리만으로도 마시는 데 문제가 없지만, 오존과 활성탄을 이용한 고도처리까지 거친 뒤 수돗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수질검사 항목만 163가지나 되는데요.

    보시다시피 미네랄 함량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산 생수 제품들과 거의 차이가 없고, 칼슘이나 마그네슘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소위 '스펙'만 놓고 보면 수돗물이 생수와 비교해 봤을 때 손색이 없다는 얘기인데요.

    바로 이 물이 서울시가 홍보하는 '아리수'입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정수장이 다 이런 건 아닙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강원도 평창 일부 주민들은 요즘 일주일에 두 번 소방차를 통해 받는 급수로 생활합니다.

    수돗물 공급은 끊긴 지 오래.

    땅을 파고 상수도 배관 속을 점검해 보니 이물질이 꽉 끼어 물 흐름을 막고 있습니다.

    수돗물 부족은 첫 단계인 취수 단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정수장 물탱크의 벽을 문지르자 누런 오염 물질들이 가득 묻어납니다.

    이런 정수장을 통과한다고 수질이 더 좋아질 수는 없는 일.

    정수하기 전 탁도보다 정수한 뒤의 탁도가 더 높은 곳도 있었습니다.

    상당수 정수장들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정으로 공급해야 하는 수돗물 양을 맞출 수가 없는 겁니다.

    [최형걸/강원도 고성군 상하수도사업소장]
    "재정자립도가 13.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설을 개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정수장이 정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건 역시 너무 낡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정수장이 전국 정수장의 58%나 됩니다.

    정수장뿐 아니라 우리 몸의 동맥에 해당하는 공공 대형 상수도관도 문제인데요.

    전국 상수도관의 20%, 5개 가운데 1개꼴로 너무 오래돼서 내부가 엉망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역시 지자체의 재정 부족이 문제겠죠.

    영상을 이어서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수도권 한 지역에 20년 된 상수도관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표면 곳곳에 두껍게 쌓인 녹 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정체 모를 이물질도 수없이 보입니다.

    노후 상수도관을 잘라서 봤더니 쌓인 녹이 1.5cm나 됩니다.

    경기도 연천과 강원 화천군, 전남 보성, 경남 함양, 경북 성주, 충북 진천 등 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군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전국의 노후 상수도관은 전체의 20% 정도.

    15조 원에 달하는 교체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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