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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반복되는 '참사'

[이브닝 이슈]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반복되는 '참사'
입력 2016-05-30 17:30 | 수정 2016-05-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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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여기는 지하철 승강장입니다.

    선로와 승강장 사이에 이렇게 스크린 도어가 설치 돼 있죠.

    이 스크린 도어가 고장 나면 주말이든 야간이든 관계없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수리기사가 와서 정비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는 이유는 물론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섭니다.

    그런데 정비 과정에서 간혹 선로 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때는 당연히 열차 운행을 잠시 중단시켜야겠죠.

    그런데 이 열차를 중단시키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는 바람에 정비업체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3년 전에도 그랬고, 작년에도 그랬고, 지난 주말에도 정비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졌는데요.

    대체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건지 이 시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주말 벌어진 안타까운 사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119구조대원들이 승강장에서 열차에 치인 직원을 구조하고 있습니다.

    정비업체 직원인 19살 김 모 씨는 스크린도어를 고치려다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안전규정에 따르면 두 명이 함께 작업하면서 열차가 오는지 봐야 하는데, 김 씨는 혼자였습니다.

    [황준식/정비업체 직원]
    "원래 2명씩 다녀야 하는데요. 오늘은 혼자 갔습니다. 인원이 지금 없어요, 근무 인원이. (주말이라) 근무는 9명 중에서 4명 휴무니까 5명…."

    문제는 김 씨가 선로 쪽에서 작업하는 사실을 서울메트로가 몰랐다는 점입니다.

    또 김 씨가 스크린도어를 통합관리하는 '전자운영실'에 직접 전화를 해야 열차를 멈출 수 있는데, 보고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김상길/서울메트로 안전조사처장]
    "(김 씨가) '점검하러 왔습니다'라고만 말씀을 하고 (스크린도어) 키를 가지고 나가셨어요. (보고 절차를) 생략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까 관제에서는 이 작업사실을 몰랐습니다."

    ◀ 앵커 ▶

    이번 사고로 숨진 정비직원은 올해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 19살의 청년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생활하던 중, 입사 7개월 만에 이런 사고를 당한 건데요.

    안타까운 사연을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숨진 정비직원 김 모 씨가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일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지난해 10월 중순이었습니다.

    6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끝에 한 달 전인 지난 4월에 이 협력업체의 정식 직원이 됐는데요.

    정식직원이라고는 하지만, 입사 7개 월차 김 씨의 한 달 월급은 14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김 씨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업무가 서울메트로 자회사로 이관된다는 소식에 공기업 직원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만 스무 살이 되는 생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유족들은 숨진 김 씨가 가방에 넣고 다니던 소지품도 공개를 했습니다.

    스패너 등 작업 공구와 때묻은 장갑과 마스크가 보이고요.

    화면 왼편 위쪽으로 컵라면, 스테인리스 숟가락, 일회용 나무젓가락 등이 보입니다.

    유족들은 김 씨가 생전에 자주 초과근무를 했고, 심지어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요.

    일이 많아 끼니를 거를 것에 대비해, 가방에 컵라면을 가지고 다녔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족들은 경찰과 검찰의 조사가 정확히 나올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며, 장례절차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저희 이브닝뉴스 취재진이 유족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故 김 모 씨 어머니 ▶
    "환경이 너무 열악하니까 지상으로 나올 틈이 없죠. 가끔씩 문자가 와요. 삼각김밥 먹었대요. '다른 것 좀 먹어라' (하면) 그럴 틈이 없대요. 왜냐면 고장이 많이 나는데 사람은 없으니까 수시로 가야 한대요. 밥을 먹으려고 (음식을) 차렸다가도 출동이 떨어지면 가야 하는 거예요. 왜냐면 메트로 쪽에서 짜증을 낸대요. '전화해서 왜 안 오느냐'고…. 19살짜리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밤 11시까지 아침부터 오전반 나가서 (낮) 12시부터 한 끼를 안 먹고 그렇게 일을 하면서 어떻게 힘이 안 들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저희 아이가 먼저 죽었을 뿐이죠. 순서만 뒤바뀐 거예요. 140(만 원) 정도 받아가지고 100만 원씩 저축하고요. 용돈 30만 원 받았는데 거기서 엄마 좋아한다고 과자를 사오더라도 엄마 거, 아빠 거 챙겨오고요. 동생 용돈까지 주고…."

    ◀ 앵커 ▶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는지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숨진 김 씨가 사전 보고를 하지 않은 '개인의 과실'만이 사고의 원인일까요?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와 정리해 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이번 사고의 원인을 놓고 서울메트로 측과 용역업체 측, 그리고 유가족 측의 입장이 모두 다릅니다.

    서울메트로 측은 "개인의 과실"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2인 1조' 원칙이 있는데도 지키지 않고 혼자 정비를 하러 왔고, '선로 쪽 정비'를 하겠다는 사전 보고도 없었기 때문에 메트로 측에서는 사고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용역업체 측은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최저가 입찰을 통해 정비업체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인력을 넉넉하게 운용할 수가 없는 형편인데, 특히 평일이 아닌 주말에는 가용 인력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2인 1조' 원칙을 지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실제로 사고가 난 그제 토요일 오후에도 단 5명의 근무 인원만으로 1,2,3,4호선의 모든 역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유가족 측의 시각은 또 다릅니다.

    '메트로의 무관심', '시스템의 문제' 역시 김 씨를 죽음으로 몬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는데요.

    무슨 얘기인가 하면, 스크린도어가 고장 난 걸 알고 업체에 정비 요청을 한 것도 서울메트로 측이었고, 정비사 김 씨가 역에 도착해 정비에 들어간 사실도 메트로 측은 이미 알고 있었으며, 수년간의 스크린도어 경험을 통해 정비 작업 중에 승강장과 선로 쪽을 오가는 작업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누구 하나 승강장에 나와 보거나 정비 과정을 관리 감독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개인의 과실로만 몰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족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故 김 모 씨 아버지 ▶
    "저는 전적으로 (서울)메트로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그 규정을 어길 시에는 '작업자의 실수다'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든 사람이 책임이 있는 게 아닐까요? (서울메트로는) 다 알아요. 한 명이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규정만 그렇게 만들어 놓고, 그 규정 안 지켰다고 우리 아이한테 책임을 다 떠넘기는 거죠. 이게 정의가 있는 사회인가요? 이건 정말 용납할 수 없고요. 엄청나게 분노하고 반드시 처벌이 돼야 합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실제로 당시 2호선 구의역에는 3명의 역무원이 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현장에 나가 보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메트로 측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 정수영/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 ▶
    "승강장 안에 있는 (선로 쪽) 작업을 할 때는 저희 역무실에 와서 작업 내용을 정확하게 보고를 하고 또한 관제소에도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 보고 절차가 생략된 것 같습니다."
    (역에서 작업지시를 하셨으면 보고가 없더라도 내려가 계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역무원들도 세 분이 근무했는데, 통상 한 명이 역무실 안에서 근무하고, 두 분은 순회 점검을 하십니다."
    (당시 정비 현장에 있었어요?)
    "그 현장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고를 안 한다고 확인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작업 내용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거기까지는 정확하게 현장통제를 못 한 거 아니냐 하는 자책감이 있습니다."

    ◀ 앵커 ▶

    문제는 이런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앞서 들으셨듯이 이와 똑같은 사고가 3년 사이 세 건이나 발생했는데요.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먼저 지난 2013년 1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업체 직원 38살 심 모 씨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역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정비업체 직원 29살 조 모 씨가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고, 그제는 2호선 구의역에서 앞서 살펴본 19살 김 모 씨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 세 가지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모두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에서 발생한 사고였고, 둘째, 세 사건 모두 주말인 토요일에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셋째, 숨진 3명 모두 혼자서 정비를 하러 왔고, 역무실 직원 누구도 스크린 도어가 고장 난 현장에 나와 보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3년 사이 3명의 청년이 목숨을 잃을 동안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다는 얘깁니다.

    바뀌지 않은 건 또 있습니다.

    매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서울메트로 측은 "개인의 잘못"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비 직원들이 게으르거나 기억력이 나빠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걸까요?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안전수칙을 지키지 못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메트로 관할인 지하철 1,2,3,4호선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한 해에 2천7백~8백 건 정도에 달하고 있고, 올해도 벌써 1분기에만 7백 건이 넘는 등 매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서울메트로의 관리 방식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다른 지하철 노선은 어떤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보도 내용을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메트로는 최저가 입찰로 선정한 업체들에서 스크린도어를 납품받았습니다.

    유지 관리는 용역업체 두 곳에 나눠 맡겼습니다.

    반면 지하철 5호선에서 8호선을 맡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기술과 부품이 표준화돼 있고 관리도 직접 합니다.

    [김휴생/서울도시철도공사 안전센터장]
    "(관할) 157개 역 전체 스크린도어를 똑같이 동일한 모델로 구축했기 때문에 유지 관리하는데 상당히 유리합니다."

    특히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열차 신호를 모두 연동해 스크린도어가 열리면 열차가 아예 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용역 직원의 보고에만 의존하는 서울메트로와는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서울메트로는 8월부터 자회사가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를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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