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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조영남 그림 대작 논란, '사기죄' 쟁점은?

[이브닝 이슈] 조영남 그림 대작 논란, '사기죄' 쟁점은?
입력 2016-06-03 17:30 | 수정 2016-06-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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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그림 대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가 오늘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습니다.

    검찰은 사기죄를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먼저 박은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조영남 씨가 오늘 오전 8시,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출석했습니다.

    그림 대작 논란이 불거진 지 19일 만에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겁니다.

    조 씨는 굳은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는 일부 조 씨 팬들이 찾아와 응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조 씨가 대작 그림 제작과 판매에 직접 관여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습니다.

    조 씨는 매니저를 통해 속초의 무명 화가 송 모 씨에게 화투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검찰에 확인된 판매 그림은 30여 점, 피해액은 1억 원이 넘습니다.

    송 씨 외에 다른 대작 화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판매된 그림 대부분은 송 씨의 것이고 일부 다른 화가의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구매자 대부분이 대작 그림인 것을 모르고 구매했고, 일부는 강력한 처벌은 원하고 있어 사기죄 적용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은지입니다.

    ◀ 앵커 ▶

    조 씨의 그림 대작 논란은 지난달 16일, 검찰이 조영남 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불거졌는데요.

    그 후 19일 만인 오늘 조 씨가 검찰에 출두한 것입니다.

    그림 대작 논란과 관련한 그동안의 상황을 영상으로 정리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검은 점퍼 차림으로 검찰에 출두한 조영남 씨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담담하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영남]
    "(제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데, 제가 정통미술 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쩌다가 이런 물의를. 이렇게 돼서 정말 죄송스럽기 짝이 없는데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잘 받고 그때 와서 다시 얘기하죠."

    조 씨는 팬들이 '조영남 화이팅'을 외치자 손을 들어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 씨의 그림 대작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달 16일.

    조 씨는 당초 대작 화가에게 맡긴 그림에 자신의 창의성이 반영됐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조영남]
    "전혀 창의력하고 그 친구는 관계가 없고, 100% 다 제 작품이고 제 새끼들이고 제가 창작한 거지. 화투도 포함해서 100%. 어시스턴트(조수) 개념으로…."

    화가인 송기창 씨가 대부분을 그렸다는 건 인정했습니다.

    [조영남]
    "한 작품에 90%를 그렸다, 그건 또 맞는 이야기고. 내가 그리기 어려운 걸 숙제 내 주니까…. 그런 뜻이겠지."

    하지만 파장이 커지면서 조 씨는 라디오 진행과 전시회, 콘서트 등 일정을 취소하거나 잠정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조영남 매니저]
    "지금 너무 충격을 받아서 말을 못해요. 그 위트 있는 노인네가 정신이 멍해 있어요."

    조 씨는 십여 일 만인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콘서트에 등장해 '대작' 논란과 관련해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조영남]
    "어른들이 화투 가지고 놀면 안 된다고, 너무 오래 화투 가지고 놀다가 쫄딱 망했어요. 다 제 탓이라고 생각하고."

    검찰은 밤늦게까지 조 씨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조만간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검찰은 조영남 씨에게 사기죄 혐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조영남 씨가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는 점을 구매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그림을 팔았다는 건데요.

    이번 사건의 쟁점은 뭔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영남 씨의 그림 가운데 대작 작가가 그린 그림 30여 점이 이미 판매됐다고 밝혔습니다.

    구매자는 10여 명으로 대부분이 조영남 씨 그림을 전시한 갤러리고, 개인 구매자가 직접 산 그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림들의 판매 액수는 모두 합쳐서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검찰은 이 30여 점안에 애초 대작 작가로 알려진 송기창 화가 외에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송 작가가 지금까지 조영남 씨에게 그려준 그림은 모두 2백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대작 작가를 고용해 그린 작품을 조영남 씨의 작품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시작됐는데요.

    이후 검찰 수사의 초점은 조영남 씨가 실제로는 대작 작가를 시켜 그린 작품을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이라며 돈을 받고 판매했는지로 옮겨갔습니다.

    다시 말해서 조 씨가 자신이 그림을 모두 그린 것으로 구매자들을 '속이고 판매' 해 경제적인 이득을 취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본 건데요.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법률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노영희/변호사 ▶

    [Q. "정통미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의미는?]
    "자신은 연예인으로서 일종의 퍼포먼스로 이 작품을 만든 것이고, 자기는 정통화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시켜서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Q. 검찰수사, 재판의 쟁점은?]
    "일부 미술계에서도 그러한 식의 (대작을 하는) 관행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제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에, 과연 '조영남 씨가 그리는 회화 작품에 대해서도 과연 대작이 허용될 것인가'가 첫 번째, 두 번째로는 '대작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대작 사실을 매수인에게 알릴 의무가 조영남 씨에게 있었겠는가' 하는 것, 세 번째 '조영남 씨가 대작 사실을 알렸더라면 이 작품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피해자 진술이 존재하는지' 이런 세 가지 정도가 되겠습니다.

    ◀ 앵커 ▶

    조영남 씨의 그림은 웬만한 중견화가의 작품 가격 이상으로 거래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품의 창의성이나 완성도보다도 조 씨의 유명세 덕분에 더 비싼 가격에 팔렸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어느 정도였는지 영상으로 확인해봅니다.

    ◀ 리포트 ▶

    대신 그리게 한 그림의 가격은 얼마일까?

    [조영남(2014.08.20)]
    "제 그림이 이제 값이 호당 50만 원이거든요. 그니까 대중들 왕따시키는 거지. 근접을 못하게…."

    관제엽서 한 장 크기인 호당 50만 원이면 웬만한 그림은 1천만 원이 넘는 거액.

    미술계에서도 A급 작가 수준의 가격입니다.

    오로지 그림만으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전업 화가들은 조영남 씨를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신제남/화가]
    "저보다 십 년 선배이지만 호당 20만 원을 받는 어르신도 있고요. 이건 작가의 경력에 따라서 하는데 호당 50만 원 받는다는데 깜짝 놀랐어요. 저 그렇게 받고 못 팔아요. 죽었다 깨도."

    조 씨의 그림은 대여섯 점에 1억 원이라는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구매자]
    "돈이 1억이면 적은 돈은 아니잖아요. 일부분은 안 가져왔으니까. 제가 두 점만 가져왔고 다 가져오지 않은 상태였고…. 돌려받고 싶죠. 돌려주시겠죠."

    조 씨의 그림을 대신 그려 주고 송기창 씨가 받은 대가는 한 점에 10만 원 정도였습니다.

    [송기창/화가]
    "전시가 있는데 그림 좀 그릴래? 하면서 이제 일단 낚시를 던지죠. 미끼를. 그럼 난 당장 배고프니까 어떡해…. 그거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똑같이 그리는 거니까. 어떨 때는 그냥 저 이번에 줬는데 17장 갖다줬는데 150만 원밖에 안 주더라고…. 20만 원 깎았잖아요. 그러면 두 장은 그냥 서비스야 뭐야. 이거 일당이라는 거야 뭐야. 그거 주면서 아껴써라."

    그냥 똑같이 그린 그림들에 조영남 씨의 붓질이 더해지면 최고의 작품이 됐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유명 연예인 중에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뛰어넘어, 전시회까지 열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술, 예술이라는 뜻의 '아트'라는 단어와 연예인을 의미하는 '엔터테이너'를 합친 '아트테이너'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영화배우 하정우 씨가 대표적인 사례로 수준급 실력을 인정받아 전시회도 여러 차례 개최했는데요.

    자신의 영화 속 역할에 대한 이미지와 심리상태를 표현한 '킵 사일런스'라는 작품은 경매에서 1천4백만 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가수 겸 배우 솔비 씨도 '권지안'이라는 본명으로 화가 데뷔를 했는데, 한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작품이 2천만 원을 받았다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배우인 구혜선 씨도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는가 하면, 자작소설의 삽화를 직접 그리는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작품의 창의성이나 완성도보다는 연예인들의 유명세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요.

    연예인들의 이름에 기대서 재산으로서의 가치만 따지는 일부 수집가들이, 가격 거품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앵커 ▶

    꼭 이런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화가의 그림이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 그림을 일종의 '재산'이나 '투자 대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사고파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트테크'인데요.

    일부 유명 화가의 그림은 수억 원대를 호가하면서, 위작 시비 또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2007년, 국내 미술시장은 6천억 원대를 기록했다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3천5백억 원대로 회복됐는데요.

    그 해 모두 2만 6천여 점의 작품이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화랑과 경매를 통한 거래에서 개인 고객이 구입한 경우가 40% 이상을 차지했고, 작품의 가격은 1천만 원 이상 6천만 원 이하의 작품 거래량이 20%를 차지해서 통상 미술시장에선 중간 가격대로 불리는 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수억 원대를 넘나들고 있는데요.

    故 천경자 화백의 경우, 호당 가격이 1억 원에 가까울 정도로 초고가를 기록하고 있고요.

    물고기 그림으로 유명한 故 이중섭 화백의 작품이나,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의 작품도 수억 원대로 거래됐습니다.

    이들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시비도 끊이지 않다 보니, 국내 미술 시장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보도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이우환 화백의 1979년 작으로 알려진 작품, '선으로부터'입니다.

    광학 현미경으로 작품 뒷면을 2백 배 확대해 보니, 캔버스를 낡아 보이게 하려고 갈색 물감을 옅게 칠한 흔적이 보입니다.

    엑스선 형광 분석기로 물감 성분을 살펴보자, 이우환 화백이 평소에 쓰는 물감과 달리 납과 아연 성분이 아예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 화백 화풍을 흉내 낸 위작이었던 겁니다.

    국과수가 밝혀낸 위작은 위조 일당이 보관한 8점을 포함해 이미 팔렸거나, 경매에 나왔던 작품까지 모두 13점입니다.

    ==============================

    물고기와 아이를 그린 이중섭의 작품입니다.

    물고기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두툼하고 비늘이 있는 오른쪽과 달리 드로잉 선을 베낀 흔적이 드러나는 왼쪽이 위작입니다.

    하지만 위작은 2005년 경매회사를 통해 3억 1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최명윤/미술과학연구소장]
    "갖고 있는 분은 진품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에서는 위작이라고 의심해서 가짜로 밝혀진 거죠."

    故 천경자 화백 작품의 경우 작가는 위작이라는데 감정자는 진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故 천경자/화백]
    "목에다 칼을 대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나름대로 테크닉이 있거든요. 꽃을 그리는데 역시 하늘하늘한 기분이 있죠. 제가 그린 눈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광(빛)이 조금 있어요."

    청전 이상범 선생의 춘경산수화를 두고는 감정을 맡은 두 단체가 '진품이다, 위작이다'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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