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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우울증→자살 생각, 원인은?

[이브닝 이슈] 우울증→자살 생각, 원인은?
입력 2016-06-22 17:47 | 수정 2016-06-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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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것,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대한민국 국민 중 약 1만 5천 명이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합니다.

    OECD 국가들과 비교를 해 보면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당 12.1명인데,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은 그 두 배를 웃도는 28.5명으로 부끄럽게도 벌써 11년째 자살률 1위 자리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과 그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 10명 중에서 예닐곱 명이 우울증 때문이라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유독 우울증에 더 잘 걸리는 건 아닐 텐데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 유선경 아나운서 ▶

    의학계에서는 한국 사람이 더 우울해서가 아니라 '정신과 진료'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치료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은 '1위'이면서도 우울증 치료는 '꼴찌'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데요.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환자의 15~25% 정도가 자살 시도를 하고, 2~3%는 실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울증을 제때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자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요.

    그런데 한 조사기관이 조사를 해보았는데 한국과 미국의 우울증 환자 5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비교 연구를 해봤더니 한국인의 우울증 표현지수가 미국인보다 30%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들은 그만큼 감정이 억압돼 있고, 표현을 잘 하지 않아서 자살 징후가 나타날 정도로 심각해지면 그제서야 우울증을 알아차리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많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는데요.

    감기도 그냥 방치하면 폐렴이 오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듯이요.

    우울증 또한 시작은 가벼운 감기와도 같다고 연구진들은 조언했습니다.

    ◀ 앵커 ▶

    흔히 자살을 기도한 사람에 대해서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살 충동은 의지 때문만이 아니라 '뇌 기능 장애' 때문에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우울증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는 과학적인 인과관계가 규명된 겁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50대 남성입니다.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자주 하게 됐습니다.

    [우울증 환자]
    "직원들 해고하고, 직원들 힘들어할 때 내가 이게 할 짓인지 (죽고 싶었죠.)"

    삼성서울병원과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이 자살을 생각하는 우울증 환자들의 뇌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 사이에 연결된 신경이 눈에 띄게 얇아져 있습니다.

    보통 변연계가 흥분하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데 이 연결이 약해진 우울증 환자들은 이성적인 판단, 즉 전두엽의 조절이 안 통하는 겁니다.

    [전홍진/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객관적인 근거를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확신이 서게 되는 것이죠."

    ◀ 앵커 ▶

    그러니까 '뇌의 특정 부위 신경이 지나치게 얇아져서 그런 거다', 그러니까 하나의 신체 질환일 뿐이다, 이런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좀 더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유선경 아나운서와 계속해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울증을 심리적인 것으로 보기 보다 신체적인 질환으로 본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이런 얘기인 거죠?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우울증의 약 80% 정도는 약만 먹어도 증상이 좋아지는데요.

    다만 우울증 약에 대한 오해가 조금 있습니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분들 중에 우울증 약이 중독을 일으키고 내성이 생긴다며 복용이 꺼려진다고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모두 오해라고 하는데요.

    과거에는 간혹 이런 부작용이 조금 있었지만 최근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등 우울한 감정을 해소해 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만 높여주는 약들이 개발돼 안전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는 거죠.

    또 하나 잘못 알고 계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약의 복용 기간인데요.

    우울함이 심할 때, 그때그때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닙니다.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보통은 3개월 정도 약을 복용하면 대개 우울증에서 회복이 되는데요.

    워낙 재발률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전문의들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꾸준히 복용해야 뇌의 신경전달 체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 앵커 ▶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특히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겪게 되는 '산후 우울증'은 아이를 상대로 한 극단적인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 그 심각성이 더 큽니다.

    올 초에도 한 20대 엄마가 아기를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생후 5개월 된 남자 아기가 대구시 서구의 한 빌라에서 추락한 건 어제 오전 11시40분쯤.

    아기를 3층 창 밖으로 내던진 사람은 친모인 26살 정 모 씨.

    사건이 벌어진 곳은 정 씨의 친정집이었습니다.

    119구조대가 긴급 출동해 아기를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가정주부인 정 씨는 5년 전부터 조울증을 앓아왔고, 지난해 9월 출산 뒤에는 산후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사건은 정 씨의 어머니가 아기의 목욕물을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순식간에 벌어졌습니다.

    [대구 서부경찰서 관계자]
    "아이 자체가 자기한테 너무 짐인 거예요. 아이 때문에 (친정) 엄마하고 같이 살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되고 이래저래 아이 자체를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

    귀가한 남편 이 모 씨는 흉기에 찔린 두 아들과 아내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아들은 숨졌고 아내는 목숨을 건졌습니다.

    경찰은 이 씨의 부인이 두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명진/파주 경찰서 형사과장]
    "'아내분이 예전부터 우울증이 있었다', 그리고 '둘째를 출산한 다음부터는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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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후 18개월 된 남자아기가 목욕탕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의 추궁 끝에 어머니 39살 박 모 씨는 '아기를 살해하려고 연못에 빠뜨렸지만 숨지지 않아 다시 욕조에 빠뜨렸다'고 자백했습니다.

    숨진 아기까지 세 자녀를 키우던 박 씨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박 씨는 심한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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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나주에서 한 30대 엄마가 생후 10개월 된 딸의 배와 머리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해, 살인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여성은 남편이 가정과 육아에 소홀한 상황에서 혼자 딸을 키우는 현실이 원망스러워 아이를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미국의 한 주립대학의 연구를 보면,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산모는 우리나라가 36% 수준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과 비교해 봤을 때 2배 이상이 높습니다.

    국내 조사 결과는 더 심각한데요.

    인하대 아동학과 이완정 교수팀이 지난 2008년에 출산한 산모 1,300명을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더니 해마다 23% 정도가 가벼운 우울 증상을 보였고, 7% 정도는 중증도 이상의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5년의 관찰 기간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전체의 60%, 즉 10명 중 6명꼴로 산후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산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지난 2013년 기준으로 0.05%에 불과했는데요.

    산후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는 산후 우울증의 원인과 대책을 알아봅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산후 우울증 환자]
    "애들 놓고 밖에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도 들고 밤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육아에 대한 부담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특히 임신기간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훨씬 많아져 산후 우울증 확률을 더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황재욱 교수/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산모들이 아이를 외부에 맡기거나 또는 남편이 육아 부담을 하는 경우가 적어서 심리적으로 부담이 돼서 우울감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산후 우울증을 앓는 경우 아이의 키가 또래보다 작거나 지능 발달이 늦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아기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김선미/중앙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산후 우울증은 다른 우울증이랑 비슷하게 우울감, 불안감, 불면, 무기력증, 그리고 자존감 저하나 죄책감 이런 것들을 다 같이 동반할 수 있는데요. 환자분들한테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혹은 몇 시간이라도 자유 시간을 갖도록 가족들과 스케줄을 짜서 그 시간 동안에 운동을 하든, 마사지를 받든, 친구들 만나든, 혹은 푹 쉬면서 부족한 잠을 자든 자기만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기를 권장을 합니다."

    ◀ 앵커 ▶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은퇴 이후 노년기에 찾아오는 우울증도 갈수록 늘어 이 또한 함께 풀어야 할 큰 숙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병원을 찾아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 중 만 예순 살 이상의 노인층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2010년 19만 6천 명에서 2012년에는 23만 4천 명, 2014년 25만 2천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노년기의 우울증은 치료가 조금 까다롭습니다.

    이미 혈압약이나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항우울제를 함께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그래서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운동이나 반려동물 키우기 등의 비약물 치료가 더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노인 우울증은 사회적 단절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두 달 동안 왕귀뚜라미를 키우게 했습니다.

    추적 관찰 결과 노인들의 인지능력과 우울증이 개선됐습니다.

    [임정대(74살)/실험참가자]
    "물 먹고 쉴 땐 귀뚜라미도 사람과 똑같이 쉬고 이런 게 예쁘더라고요. 노는 것도 귀엽고."

    왕귀뚜라미를 키운 노인들의 우울증 지수가 3.9에서 3.1로 낮아지고,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끼는 삶의 질 지수도 73.4점에서 78.3점으로 늘었습니다.

    [고혜진/경북대학교 가정의학과]
    "실제로 MRI촬영 영상에서도 활성화되는 영역이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스포츠 센터에서 열심히 운동 중인 사람들.

    고혈압이나 당뇨, 우울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담당 의사로부터 '약'이 아니라 '운동'을 하도록 처방받은 겁니다.

    뉴욕 등 다른 대도시들도 운동 처방이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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