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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미세 플라스틱, 안전지대 없다

[이브닝 이슈] 미세 플라스틱, 안전지대 없다
입력 2016-06-23 17:44 | 수정 2016-06-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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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시청자 여러분은 오늘 아침, 이를 닦으실 때 어떤 치약을 사용하셨나요?

    혹시 까끌까끌한 작은 알갱이가 들어가 있는 치약이었나요?

    더 깨끗하게 잘 닦이라고 작은 알갱이들이 들어 있는 치약이나 세안제, 이런 제품 사용하는 분들이 많을데요.

    이런 제품들 안에 들어 있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바로 '미세 플라스틱' 이라고 부릅니다.

    지름이 5밀리미터보다 작은 알갱이들을 이렇게 부르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정수 처리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 가게 됩니다.

    그럼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이 미세 플라스틱은 어떻게 될까요?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동물 플랑크톤이 든 수조에 넣어봤습니다.

    수염을 움찔대며 흡입하듯 먹어 치웁니다.

    바다 먹이사슬의 출발점인 플랑크톤부터 플라스틱 축적이 시작된다는 게 확인된 겁니다.

    [매튜 콜 박사/엑서터 대학]
    "미세 플라스틱이 위험한 건 모든 동물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기 때문입니다."

    ==============================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이 플랑크톤과 새우 물고기를 거친 먹이사슬을 따라, 사람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바다 위 스티로폼 부표에 붙어사는 갯지렁이 10마리를 채취해 살펴봤더니, 체내에서 모두 다양한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습니다.

    [심원준/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
    "플라스틱이 크기가 클 때는 대형생물들만 먹이로 오인해서 먹었는데 작아지니까 구분을 못 하고 떠 있는 것을 같이 먹게 되는 과정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페트병.

    하수구로 들어간 페트병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바다에 버려진 페트병은 쉽게 썩지 않기 때문에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 그러니까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바다를 떠돌게 됩니다.

    이런 알갱이들을 플랑크톤이 먹고, 먹이 사슬을 따라 결국 다시 사람들의 식탁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옆에 보이시는 건 새끼 농어의 모습입니다.

    은색의 작은 알갱이들이 바로 미세 플라스틱인데요.

    이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어린 물고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실제 바닷물과 동일한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수조에 갓 부화한 농어 치어를 넣었더니 2주 만에 뱃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꽉 찼습니다.

    2주 동안 자란 몸길이는 8.35mm.

    깨끗한 물속 정상 치어들보다 성장속도가 10% 더뎠습니다.

    천적을 넣어봤더니, 정상 치어와 달리 16시간 반 만에 모두 먹혔습니다.

    플라스틱의 신경독성에 물고기의 성장과 행동이 비정상으로 바뀌는 걸 처음 확인한 겁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독성에 중독된 농어 치어들은 성장이 느린데다 행동도 달랐습니다.

    정상 치어는 포식자가 나타나면 냄새로 구분해 바로 도망을 치는데, 미세 플라스틱을 많이 먹은 치어들은 포식자가 다가와도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움직임이 둔해서 피하지도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쉽게 잡아 먹힐 수밖에 없는 상태로 변한 건데요.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의 독성에 중독돼 치어의 후각 등 신경계가 마비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앵커 ▶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지중해도 예외가 아닌데요.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프랑스 환경연구팀이 수질연구를 위해 지브롤터 해협부터 레바논, 아프리카연안까지 1만 5천 킬로미터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7개월에 걸쳐 2천300곳의 샘플을 수거해 지중해를 샅샅이 조사한 결과, 구석구석 어느 한 곳 예외 없이 플라스틱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바닷속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 나아가 해체된 플라스틱은 미세한 입자가 돼 지중해 전체를 뒤덮고 있고, 이 플라스틱 속에는 플랑크톤과 오염물질이 스며들어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플라스틱 조각들은 각종 병원균이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갈 수 있게 하는 뗏목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리아 루이자/연구원]
    "이 플라스틱들은 병원균을 옮길 수 있는 매개물이 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비브리오나 콜레라 같은 거죠."

    문제는 인류가 지금부터 플라스틱을 전혀 내다버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중해를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이 모두 썩어 없어지려면 500년은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바다로 쏟아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에 따르면 세계 192개국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2010년 기준으로 최소 480만 톤에서 최대 1,270만 톤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추산치를 가장 낮은 480만 톤으로 잡아도 세계 연간 참치 어획량인 500만 톤과 비슷한 수준인데요.

    이 때문에 인류가 바다에서 참치를 꺼내고 그 자리에 플라스틱 쓰레기로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로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 상위 20개 국가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최대 335만 톤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며 단연 1위에 올랐습니다.

    그 뒤로 인도네시아가 2위, 필리핀이 3위, 그리고 북한이 19위를 미국이 20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위권 밖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가까운 지역 특성상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 플라스틱에 바다가 얼마나 오염돼 있을까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해 전국의 모래 해변 18곳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했더니 모래 1제곱미터당 전라북도 부안이 14만 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경상남도 거제 동부에 이어서 고성, 통영 순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바닷속 상황은 어떨까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우리 남부지방의 해수욕장입니다.

    모래를 채로 걸러봤습니다.

    모래와 섞여 있던 스티로폼 조각들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심원준/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
    "유실이 돼서 바다를 떠돌다 해안으로 몰려오는 거죠."

    바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한 어촌마을 항구 곳곳에 스티로폼 조각들이 떠 있습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봤습니다.

    불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무인도에 버려진 부표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어민]
    "파도 한 번 세게 치고 나면, (스티로폼) 찌꺼기들이 많이 나뒹구는 거죠"

    경남 거제와 진해 바다 32곳에서 1제곱킬로미터당 미세 플라스틱 평균 55만 개가 검출됐습니다.

    해양과학기술원은 해외 9개 바다 평균보다 8배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바다에 미세 플라스틱이 많은 이유는 스티로폼 부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해변 18곳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의 98%는 스티로폼 부표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의 몸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인간에게 어느 정도 위협이 되는지 현재로서는 과학자들도 아직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요.

    관련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최근 한 연구에서는 오염물질 농도가 생식기관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수컷 송어의 고환에서 난자 세포가 발견되는 등 암컷과 수컷이 뒤섞인 중성화 혹은 양성화 현상이 확인된 겁니다.

    중금속과 내분비 장애물질까지 포함한 미세 플라스틱이 생물체 안에 축적돼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티모시 호에라인/시카고 로욜라대 교수]
    "플라스틱에 붙어 있는 병원성 미생물이 증식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자연으로 멀리 퍼져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과학자들은 환경오염이 거의 없는 극지방에서 수산물을 주식으로 하는 이누이트족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남녀 출생 비율이 깨져 여아 출생이 늘고 일부 부족원에게 화학물질 중독 증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수산물 속 미세 플라스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어느 정도 위협이 되는지 현재로선 과학자들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해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조사된 만큼 정밀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 앵커 ▶

    들으신 것처럼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인체의 어느 부분에 어느 정도 위험을 끼치는지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된 건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요.

    우선,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를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세안제를 물에 푼 뒤 검은 천으로 걸러 봤습니다.

    모래알이 들러붙은 것처럼 그대로 남습니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에는 살충제 등 화학 성분이 달라붙기 쉬운데, 어류 등 수중 생물이 오염된 플라스틱을 먹고 이 독성을 다시 사람이 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마커스 에릭슨/환경 단체 '파이브 자이어']
    "우리가 물고기를 먹게 되면 그 안에 쌓인 독성 물질도 함께 먹게 되는 겁니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고, 인구 밀집 지역인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금지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아직 국내에서는 정부 차원의 규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와 치약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미세 플라스틱 자율 규약을 만들어서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인데요.

    일부 업체는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중지하는 대신 과일 씨앗 등 대체 성분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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