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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화려한 경력' 만든다…고액 컨설팅 '활개'

[이브닝 이슈] '화려한 경력' 만든다…고액 컨설팅 '활개'
입력 2016-07-04 17:47 | 수정 2016-07-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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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요즘 대학입시 제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대학들이 학생의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내 활동을 함께 살펴보고 선발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중심으로 바뀌었는데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쓸 화려한 경력을 대신 만들어 주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씩을 받는 이른바 고액 컨설팅이 은밀히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합니다.

    시사매거진 2580팀의 취재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4월 문을 연 한 회사의 블로그입니다.

    대표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

    국내 최초로 사회적 약자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재능 마켓을 개발했다는데, 언뜻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 회사는 사실 학생의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컨설팅 업체가 만들어 준 유령 회사입니다.

    [OO입시컨설팅 전직 직원]
    "이건 특수 컨설팅으로 들어가서 비밀리에 진행이 돼요. 특수하게 뭐 좀 유명하거나 아이가 특별한 활동을 했거나 하면 면접 없이 통과가 되는 그런 전형들이 있어요."

    학생부 종합전형에 눈에 띄는 활동 이력을 기재하기 위해 경영대 지망 학생이 스스로 창업에 도전한 것처럼 꾸며 준다는 것.

    운영도, 콘텐츠 대부분도 돈을 받고 대신 해 줍니다.

    [OO 입시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학생들이 그거 올리고 운영할 시간이 실제로는 없으니까?)
    "그럼요. 시간도 예약발행으로 해서 이렇게 학교 끝날 시간에 혹시나 해서…."

    취재진이 입수한 컨설팅업체와 학부모 간의 계약 관련 서류입니다.

    이른바 마케팅 컨설팅.

    법인 설립과 웹사이트 제작 관리 비용.

    뿐만 아니라 중앙 일간지를 비롯해 각종 언론에 홍보 기사를 내는 데 드는 돈까지 각종 비용을 합산해 학부모에게 매달 4백만 원씩 10개월에 총 4천만 원을 청구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컨설팅 업체 측은 합법적인 수준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OO컨설팅업체 대표]
    "약간 제가 좀 과욕이 있어서 이 프로젝트라든가 그 학생에 대한 어떤 애정이 있어서…그래도 학생이 한 5(할) 정도는 하지 않았나…."

    학부모로 가장해 예약제로 운영되는 다른 입시 컨설팅 업체에 상담을 받아 봤습니다.

    소논문과 특허까지 학생부에 기재될 콘텐츠를 대신 작성해준다고 합니다.

    [XX 입시컨설팅 관계자]
    "소논문하고 특허하고 이렇게 관리를 하는 거를 하게 되면…대략적으로 이게 계약금 1천만 원에 매달 4백만 원씩 정도 나옵니다."
    (4백만 원이요?)
    "네. 교수님한테 (의뢰) 주고…다 해드릴 수 있고 특허도 내고 할 수 있는데…."

    ◀ 유선경 아나운서 ▶

    요즘 대학 입시는 '학종시대'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여기서 '학종'이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이라는 뜻인데요.

    대학입시가 수학능력시험이나 논술이 아니라 학교생활 기록부를 중심으로 옮겨졌다는 얘기입니다.

    지망하는 학과에 걸맞은 이색 활동을 했거나 탐구 활동을 하면 가점을 받아서 대학 입학에 더 유리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앞에서 보신 것처럼 소논문을 쓰고, 특허를 내는가 하면, 나아가 회사까지 차리게 된 겁니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해서 대학에 들어가나 그냥 시험 보고 들어가면 되지' 생각하는 시청자분들도 계실 텐데요.

    요즘 입시 상황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올해 전국의 197개 4년제 대학이 전체 모집인원의 약 70%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합니다.

    전년에 비해 4천9백여 명이 늘어나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을 수시모집으로 뽑는 건데요.

    주로 수능시험 성적을 보고 뽑는 정시 모집 선발 인원은 전년에 비해 1만 4천여 명 줄어들어 10만 7천여 명입니다.

    다시 말해, 학생 열 명 중에 일곱 명은 수시 모집으로 대학에 들어간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수시 모집의 경우 학교생활 기록부를 중심으로 선발합니다.

    예전처럼 수능 시험 점수에 따라 대학에 들어가는 정시 모집 정원은 열 자리 중 남은 3자리뿐인데요.

    재수생까지 감안하면 정시로 대학을 가기가 훨씬 더 치열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수시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일부 막막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거액을 들여서라도 입시 컨설팅 업체에 기대고 있는 겁니다.

    그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강남의 한 입시 학원.

    입시설명회가 열리자 학부모들로 빈자리가 없습니다.

    강사는 이제 국·영·수만 잘해서 대학가는 시대가 아니라고 잘라 말합니다.

    [입시 학원 강사]
    "수학만 잘하면 대학 간다? XX엄마죠. 수학이 필수가 아니죠."

    정말 중요한 건 이른바 스펙관리라면서 스펙을 체계적으로 쌓기 위해선 자기 학원에서 학생들이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선전합니다.

    [입시 학원 상담원]
    "원장님하고 주말에 일대일 컨설팅을 할 수 있어요. 2회에 50만 원이에요. 원래는 1회에 50(만 원)이에요."

    학생부를 관리해준다는 업체들은 수강생의 학생부를 대입 합격자의 학생부 내용으로 교정해주는 사업까지 벌이고 있고, 중학생 때부터 한 달에 1백만 원이 넘는 컨설팅 비용은 당연하게 권하고 있습니다.

    [학생부 컨설팅 업체 관계자]
    "중학생도 거의 1백만 원 정도는(생각해야) 제가 딱히 정해 준다기보다는 레고도 좋아하고 하니까 프로그래밍을 배워본다든가…."

    ==============================

    한 입시 학원에서 수시 컨설팅을 받고 있는 고 3 학부모입니다.

    상담 한 시간에 30만 원이나 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경남 창원에서 올라왔습니다.

    [김정숙/고3 학부모]
    "정보력이 없는 사람들은 소외되는…지방에서 좀 소득 수준 낮은 사람은 (소외됩니다.)"

    상위권 대학 100% 합격이라고 광고하는 또 다른 컨설팅 업체는 맞춤형 자기소개서를 써주는데 3백만 원, 면접 준비에는 추가 3백만 원을 요구합니다.

    학부모들에게는 대학 입학사정관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노골적으로 자랑합니다.

    [수시 컨설팅 업체]
    "(대표가) 알고 있는 입학 사정관 분들이 꽤 계십니다. 또 따로 정보를 입수하는 경로가 있으세요. 최신 정보도 많이 갖고 계시고요."

    ◀ 앵커 ▶

    요즘 사교육 시장에서는 학원보다 이렇게 입시 컨설팅이 대세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거금을 들인 입시 컨설팅 상담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마냥 믿을 수는 없는데요.

    맹신했다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자연계인 18살 김 모 군은 과학탐구 성적이 낮아 고심 끝에 입시 컨설턴트를 찾았습니다.

    2학기를 시작하기 전, 한 시간에 40만 원을 냈습니다.

    유명 컨설턴트는 "과학탐구를 한문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학을 노리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김 군은 수능 20일 전에야 이 전략이 가능한 곳은 여자대학 2~3곳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입시 컨설팅 피해 학생]
    "자기가 '이 바닥에서 한 게 몇 년인데, 믿어라'이랬는데 물거품이 된 것이잖아요. 충격받고 공부도 손에 잘 잡히지도 않고…."

    컨설턴트는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한문에만 몰두하던 김 군은 입시를 포기하고 재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당 입시 컨설턴트]
    "다양하게 경우의 수를 다 짚고 얘기를 못 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제 실수겠네요."

    입시 철마다 대형 학원가를 중심으로 컨설팅이 성황이지만, 상담에 실패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김명순/학부모]
    "얘기를 해 줘도 결국은 '어머님이 결정하셔야 되지 않을까요', 책임을 못 진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의 컨설팅 학원은 아예 환불 불가 규정을 내세우고 있는데다 보상 기준도 없습니다.

    ◀ 앵커 ▶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생들이 비교과 활동을 통해서 자기 적성을 발견하고, 이를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대입제도를 개선하고자 도입이 된 건데요.

    보신 것처럼 '학생부 스펙관리'를 위한 사교육이 판을 치면서 본래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계속해서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2015학년도, 그러니까 지난해 새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검사 내용인데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표절로 의심되는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는 모두 7천6백여 건에 달했습니다.

    '자기소개서'의 경우에는 다른 학생과 비슷한 정도가 5~30% 정도가 되면 '의심수준', 30% 이상이 되면 '위험수준'으로 분류하는데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받은 자기소개서 38만 8천여 건 중 유사도가 5% 이상인 경우는 1천 2백여 건이었습니다.

    그만큼 대필이나 표절의 유혹에 빠지는 수험생들이 있다는 얘기인데요.

    관련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대필업체.

    상담 전화가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전문 작가진이 활동 중이라면서 생활기록부만 있으면 자기소개서를 써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A 대필업체 직원]
    "전문 작가진이죠. 동화 작가분도 계시고, 실제 지금 논술 강사분도 계시고…."

    또, 다른 대필 업체는 면접을 통과하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B 대필업체 직원]
    "다른 사람이 써준 걸 확실히 인지하고 (면접에) 들어가면 상관없어요."

    ==============================

    학생들은 여전히 독창적 소개서 쓰는 것을 어려워하고 학교에서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필 유혹에 빠지는 수험생들도 있습니다.

    [자기소개서 대필 업체]
    "(대입 자소서가)다 본인 경험을 묻는 항목이에요. 거기에 대한 에피소드는 보내주셔야 되세요. 작년에도 수백 건을 저희가 작성을 해드렸어요. 워낙 신청을 많이 해요."

    인터넷에선 십 만 원 정도만 내면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준다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조효완/대학교 입학사정관]
    "이 정도의 수준의 학생들이 이런 고급 수준의 단어를 쓸 수 있을까? 아니라고 판단하는 거죠. 그건 분명히 대필이나…."

    ◀ 앵커 ▶

    '자기소개서'에 '소논문'까지 모든 걸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이 대필해 주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직하게 자기 실력으로 준비한 학생만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대학 입학처에서는 소논문도 자기소개서도, 주요평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사교육은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고려대학교 입시 설명회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입시 설명회 영상 ▶

    [김재욱/고려대 입학처장 (지난 4월)]
    "고려대학교에 국제인재 전형을 넣으려면 "소논문을 써야 한다. 논문이 없으면 입학이 굉장히 어렵거나 안 될 거다."라고 이야기하는 사교육 업체는 믿지 마세요. 올해부터는 절대 안봅니다. 내셔도 던져버리고 아예 평가에서 제외시킬 겁니다. 제가 볼 때 대한민국의 입시에서 가장 크게 잘못된 것 중에 하나가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절대 학부모님들이나 학생 분들한테 불필요한 부담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자녀가 굉장히 훌륭한 친구들이라고 하면 만(명)에 한 명, 십만(명)에 한 명 정도 정말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예를 들면 경제학과, 경제학 논문을 쓸 수 있는 고등학교 재학생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없앨 거니까 혹시라도 지금 준비하고 계시면 환불받으시고 하지 마십시오. 똑같은 이유로 과학 인재 같은 경우에 특허 출원을 해야 한다 해서 특허 출원을 하는데 돈을 이런 데 돈을 쓰시지 마십시오. 어차피 평가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됩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지난달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포럼이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서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서울대는 학교생활 기록부가 유일한 학생부 종합전형 평가서류이고,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등은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자기소개서는 평가서류가 아니기 때문에 자소서 컨설팅은 입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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