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청주 '만득이' 사건, 계속되는 장애인 강제 노역

[이브닝 이슈] 청주 '만득이' 사건, 계속되는 장애인 강제 노역
입력 2016-07-18 17:46 | 수정 2016-07-18 18:01
재생목록
    ◀ 앵커 ▶

    청주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인 강제노역 사건, 일명 '만득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축사의 CCTV를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CCTV 분석 결과, 화면에는 학대 정황이 담겨 있지 않아, 피해자 진술 확보가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이재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적 장애인 고 모 씨가 19년 동안 축사 쪽방에서 무임금 강제 노역에 시달린 일명 '청주 만득이 사건'.

    경찰이 학대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해당 축사에 설치된 CCTV 4대에 녹화된 최근 23일치 분량에 대한 분석작업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고 씨가 일을 하는 모습만 찍혀있을 뿐 학대 장면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CCTV 속 고 씨는 새벽 5시 반 부터 저녁 5시 반까지 소똥 치우기와 빨래, 청소 등의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주 '맞은 적이 있다', '빨래·청소를 내가 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경찰은 고 씨의 추가 피해 진술 확보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야 축사 주인 68살 김 모 씨 부부에 대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추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도 내일(19) 피해자 고 씨를 불러 김 씨 부부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축사 안에 있는 허름한 골방입니다.

    창문조차 없는 이 방은 간신히 한 사람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인데요.

    48살 고 모 씨가 지난 19년 동안 지낸 곳입니다.

    지적 장애 2급인 고 씨는 그저 '만득이'라고 불렸는데요.

    한우와 젖소 44마리를 키우는 2만 제곱미터 규모의 축사 일을 도맡아 해 왔습니다.

    고 씨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탈출했다 장맛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 공장에 들어갔는데, 이때 경보기가 울리면서 사설 경비 업체 직원이 고 씨를 발견해 경찰에 넘겼는데요.

    고 씨가 신분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주인이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횡설수설하자 고 씨를 축사로 돌려보냅니다.

    하지만, 고 씨의 말이 미심쩍었던 경찰이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강제노역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겁니다.

    실제 고 씨의 집은 자동차로 불과 20여 분 걸리는 거리에 있었는데요.

    고 씨는 1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생이별했던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도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검게 부르튼 것도 모자라 굳은살이 배긴 손과 발.

    바짝 야위어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

    이름도 성도 없이 '만득이'로 불리던 지적장애인 48살 고 모 씨가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났습니다.

    [친척]
    "00아, 옛날 생각나?"

    [고 모 씨]
    "어!"

    불과 15km 떨어져 있던 아들과 생이별한 채 19년간 애타게 기다렸던 노모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고 모 씨 어머니]
    "이장이 우리 아들 온다고 (그러더라고). 많이 생각났었죠. 무척 좋죠."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고 씨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학대가 없었다는 축사 주인 부부의 말과 달랐습니다.

    일을 못하면 밥을 굶겼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는 겁니다.

    [장찬교/마을 주민]
    "등에 자국이 있더라고요. 맞은 자국이랑 흉터가. 막대기로 맞은 모양이야…."

    심리상담관과 사회복지사가 배석한 경찰 조사에서도 같은 진술이 나왔습니다.

    "소똥 치우는 게 가장 싫다", 가정부처럼 "빨래와 청소도 도맡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도 농장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힘이 들어갔습니다.

    축사 주인은 학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럼 고 씨는 어떻게 만득이가 됐을까요?

    19년 전, 고 씨는 천안의 한 양돈 농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고 씨의 어머니와 누나도 지적 장애를 앓고 있어서 일찍 세상을 뜬 아버지를 대신해 일을 배우며 가족을 부양했는데요.

    명절 때는 농장주가 고 씨를 집으로 데려다 주고, 고 씨의 어머니가 가끔 천안 농장을 찾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97년 여름, 고 씨가 사라졌습니다.

    양돈 농장 주인은 "막내아들처럼 여기던 아이가 점심 무렵 갑자기 사라져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고 씨는 어디로 사라졌던 걸까요?

    실종 직후 고 씨는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 씨 부부에게 넘겨집니다.

    김 씨 부부는 사례비를 주고 고 씨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때부터 고 씨는 만득이로 불리며 축사에서 강제노역을 하게 됩니다.

    혼자서는 버스도 못 타는 고 씨가 어떻게 천안 농장에서 김 씨 부부의 축사로 오게 된 것인지, 실종인지, 유괴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인데요.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소 중개인이 10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드러나 진실 규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의사표현이 서툴고 사리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지적장애인들의 약점을 악용해 마치 노예처럼 부리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있었는데요.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보육원 생활을 하던 주 모 씨는 13살 나이에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새엄마와 함께 산다는 설렘은 잠시 40년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꼭두새벽부터 식사 준비를 해야 했고, 빨래 등 온갖 허드렛일은 주 씨의 몫이었습니다.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이 살았고, 폭력은 일상이었다고 주 씨는 말합니다.

    [주 모 씨/피해자]
    "다리 쪽에 다리미를 들이댄다거나 망치로도 때리고 칼을 가지고 목 쪽에다가 들이대고는 '널 죽여버리겠다'고 하더라고요."

    2000년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주 씨가 장애인연금 등과 아파트 청소로 번 월급도 빼앗겼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

    경기도 동두천의 한 고물상.

    입구에서부터 악취가 진동하고 가전 폐기물과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컨테이너 숙소에는 더러운 옷가지가 널려 있고 역시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하루에 무려 14시간을 일했지만 일한 대가는 하루에 담배 한 갑, 막걸리 한 병이 전부였습니다.

    [신 모 씨/피해자]
    (월급은 받아보신 적 있어요?)
    "한 번도 없어요. 몽둥이로 때리고, 들만 한 거 있으면 때리니까…."

    신 씨처럼 수년 동안 일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한 종업원은 5명.

    사리 분별과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장애인이거나 알콜 중독자였습니다.

    ◀ 앵커 ▶

    19년 동안 축사에 갇혀 지낸 '만득이' 사건은, 2년 전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데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전남 신안군 한 외딴 섬의 염전.

    서울에서 노숙을 하다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꼬임에 빠져 이곳에 온 시각장애인 40살 김 모 씨는 지난 1년 반 동안 한 푼도 못 받고 노예처럼 일을 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사장 맘에 안 들면 무조건 때리다시피 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 파이프로 칠 때도 (많았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먼저 끌려온 지적장애인 채 모 씨와 함께 몇 번이고 도망치려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동네 사람들이 망을 보더라고요, 또 전화를 하고. (사장이) 저희 있는 곳까지 찾으러 왔어요."

    폭력은 갈수록 심해졌고, 강제 노역이 계속됐지만 섬에 있는 면사무소도, 파출소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지옥 같은 노예생활에서 이들을 해방시킨 건 한 통의 편지였습니다.

    시각장애인 김 씨는 감시를 피해 부모님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쓰고는 이발소를 다녀오는 길에 몰래 우체통에 넣어 보냈습니다.

    [한증섭/서울 구로경찰서 형사과장]
    "(편지에) 그냥 오면 들키니까 소금 사러 오는 것처럼 위장해서 오라고 적었습니다."

    김 씨는 1년 6개월 만에, 채 씨는 무려 5년 2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염전 노예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당시 경찰이 실태조사에 나섰는데요,

    '샤워는 4일에 한 번'이라는 생활 수칙이 적혀있을 정도로 숙소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았습니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염전에서 일을 하다 발견된 피해자의 수만 92명에 달했습니다.

    관련 보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상당수는 지적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의심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조지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지적장애인들이 자신들이 받아야 하는 정당한 권리의 내용을 잘 주장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염전 업주 등은 모두 25명,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때릴 때 주먹이나 발로 차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칠 때도 많았습니다."

    일부 업주들은 경찰 수색을 피하기 위해 종업원들을 감금했다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다면, 염전 노예를 부린 악덕업주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염전 노예' 사건 이후, 서울과 광주에서 진행된 재판이 모두 20건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나머지 13건의 경우는 합의와 반성, 변제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1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인데 처벌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왜 이런 일이 끊이질 않는 건지,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 김성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

    [Q.장애인 강제 노역,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굉장히 차별적인 시선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을 해도 그 사건의 가해자 역시도 '내가 이 사람을 보호하고 이 사람을 데리고 있어준 것만으로도 큰 거지 내가 이 정도 일도 못 시키냐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Q.솜방망이 처벌 논란?]
    "인지 정도와 상관없이 이 사람이 뭐 왜 빠져나올 수 없었느냐 라든가 왜 그럴 때, 폭행이 있을 때 피하지 못했냐 라든가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만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결국은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제 법적인 처분이 내려질 수밖에 없고, 그 처분들이 결국에는 이런 사건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게 하는 가장 큰 조건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지역에서 조금만 이제 관심을 가지고 지자체가 장애인 당사자들이 특히 인지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 당사자가 이렇게 근로를 제공하고 있을 경우에 장애를 경험해본 전문가들하고 함께 가서 이 사람한테 이제 지속적으로 이 사람하고 관계를 가지면서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좀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