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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폭염 속 8시간' 4살 아이 방치, 누구의 책임일까?

[이브닝 이슈] '폭염 속 8시간' 4살 아이 방치, 누구의 책임일까?
입력 2016-08-01 17:45 | 수정 2016-08-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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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유치원 버스 안에 8시간 동안이나 갇혔다 혼수상태에 빠진 4살 난 어린이가 만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는데요.

    유치원 관계자들의 과실 정황이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먼저 보도내용부터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폭염에 달궈진 유치원 통학버스 안에서 물 한 모금 없이 8시간 동안 방치됐던 4살 최모 군.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최 군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광주경찰청은 유치원 관계자를 소환해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사고 당일, 최 군은 버스에 가장 늦게 탔고 불과 2분 만에 유치원에 도착했지만 미처 내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인솔교사는 "최 군이 세 번째 좌석에 앉았었지만 하차 당시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버스 기사는 30여 분간 차량을 세차하고도 최 군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유치원 원장도 학생 절반이 먼저 방학에 들어가 출결 확인을 건너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박 모 씨/유치원 원장]
    "(유치원에) 나온다고 했다가도 애들이 또 나오기 싫어하면 또 안 보내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날 제일 적게 온 거예요, (여름 방학 전) 마지막 날이어서…."

    경찰은 유치원 원장과 인솔교사, 버스기사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 앵커 ▶

    아침에 정상적으로 유치원 버스에 탔던 아이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아무도 모를 수가 있었을까요.

    유선경 아나운서가 먼저 사건 당일의 상황을 시간대별로 짚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금요일 아침 8시 55분.

    최 군은 평상시와 다름 없이 집 앞에서 유치원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 안에는 인솔교사가 타고 있었고, 유치원에서 차로 불과 2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최 군은 유치원 버스에 탄 마지막 탑승자였습니다.

    당시 종일반 아이들만 빼고 모두 방학이었기 때문에 버스에 탄 아이는 최 군을 포함해 고작 8명에 불과했는데요.

    하지만, 인솔교사는 최 군이 버스에서 내리지 않은 걸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9시 15분.

    유치원에 아이들을 내려준 버스 기사는 약 30분에 걸쳐 외부 세차를 마친 뒤, 인근 도로에 주차를 하고 차량 문을 잠근 채 떠났는데요.

    이때 시간이 약 오전 10시쯤이었습니다.

    이미 유치원 수업이 시작됐을 시간이지만 그 누구도 최 군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유치원 하원 시간인 오후 4시 반쯤, 차량을 가지러 돌아온 버스 기사는 그제서야 뒷좌석에 쓰러져 있는 최 군을 발견했습니다.

    아침에 집 앞에서 유치원 버스를 탄 뒤 무려 8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발견 당시 최 군의 상태가 어땠는지 버스 기사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유치원 통학버스 기사 ▶
    "(최 군을) 발견했을 때는, 오후에 차 타면 차가 뜨겁잖아요. 그래서 차 문 다 열고, 출입문도 열고, 에어컨 틀어놓고… 그때 운전석에서 내려서 출입문 쪽으로 가니까 아이 신발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들어가서 보니까 아이가 뒤에 쓰러져서, 의식은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고, 나오니까 막 움직이면서 눈은 떠 있는 상태인데 의식이 없어서 그 상태에서 너무 놀라서 그늘 쪽에 눕혀 놓고 119 불렀습니다."

    ◀ 앵커 ▶

    지금 보시는 이 자료는 사고 당일 최 군을 진료한 의료진이 최 군의 상태를 어머니께 설명한 자료입니다.

    병원에 실려왔을 때 최 군은 고체온에 시달리고 있었고요.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저산소성 데미지', 그러니까 산소가 부족해 특히 뇌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이로 인해, 신체 장기가 여러 곳 손상되는 '다발성 장기부전'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상태가 위중해서 '2,3일 이내가 고비'라고 쓰여 있기도 합니다.

    최 군의 어머니는 저희 취재진에게 '처음에 비해서는 최 군의 변이나 소변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하지만, 중환자실에 있는 최 군은 아직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부모님의 마음이 말이 아닐 텐데요.

    어머니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최 모 군 어머니 ▶
    "밤새 대변도 보고 소변량도 좀 늘고, 가슴이 벌렁벌렁했었는데 조금 숨 쉬는 게 좋아진 것 같고… 지금 뇌파를 측정하는데 뇌에도 손상이 있어서 나중에 장애가 올 확률도 있다고… 그래서 아직은 아이가 의식 불명이기 때문에 일단 깨어난 다음에 대화를 통해 확인을 할 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별생각 다 들더라고요. 아이가 발견되지 못한 게 혹시 머리가 부딪쳐서 혼절해서 그대로 있었는지, 아니면 진짜 갇혀서 거기서 더워서 방방 뛰다가 지쳐서 기절했는지, 상상이 안 됐어요."

    ◀ 앵커 ▶

    차 안에 혹시 내리지 않은 어린이가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일,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설마 별일 있을까' 하는 마음에 무시해 버린 안전 수칙 하나가 이런 참변을 낳았습니다.

    이른바 '세림이 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건데요.

    그럼 '세림이 사건'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겠습니다.

    계속해서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3년 전, 충북 청주에서 3살 여자 아이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규정을 강화한 법안이 만들어졌고, 아이의 이름을 따서 일명 '세림이 법'이라고 불렸는데요.

    먼저 세림이 사건 당시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영상을 보시죠.

    ◀ 리포트 ▶

    차량에서 내린 남성이 어린 아이를 안고 황급히 병원 응급실로 뛰어들어갑니다.

    하지만, 3살 난 여자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오전 9시 10분쯤 충북 청주시 산남동 어린이집 앞에서 3살 김 모 양이 통학 차량에 치였습니다.

    운전자가 원생 15명을 내려주고 다시 차를 모는 과정에서 뒷바퀴에 치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솔자가 차에 타고 있었지만 주차장이 아닌 도로에 차를 세우고 급하게 아이들을 내려주다 보니,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는지 확인을 하지 못한 겁니다.

    [정 모 씨/어린이집 차량 운전자]
    "아이들이 다 들어간 줄 알고…. 선생님들이 어린이집 계단까지 다 데려다 줬으니까…."

    당시 사고 충격으로 세림이 어머니는 뱃속에 있던 세림이 동생마저 잃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이 지나 세림이 아버지는 세상에 호소하는 편지 한 통을 띄웠는데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권고 사항으로는 막을 수가 없으니 반드시 법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믿고 맡길 수 있게 도와달라고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쓴 겁니다.

    이후 세림이 법이 만들어졌고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 앵커 ▶

    유선경 아나운서, 세림이법이 시행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달라진 건가요?

    ◀ 유선경 아나운서 ▶

    먼저 9명 이상이 타는 어린이 통학버스의 경우, 모두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학원과 체육시설 차량도 모두 신고 대상인데요.

    안전띠와 어린이 보호 표지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하고요.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30만 원을 물게 됩니다.

    아이들이 버스에 탑승한 뒤에는 반드시 안전띠를 매도록 해야 하는데요.

    매지 않은 어린이가 있다면 차량 운영자는 과태료 6만 원을 내야 합니다.

    또 어린이나 유아가 통학버스에 올라타거나 내릴 때 반드시 인솔교사 등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위반할 경우에는 범칙금이 13만 원인데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모두 해당되지만, 학원과 체육시설이 운영하는 15인승 이하 차량의 경우는 2017년부터 적용됩니다.

    또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와 운영자는 모두 차량 운영 전에 안전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재교육은 2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하는데,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8만 원을 내야 합니다.

    ◀ 앵커 ▶

    그럼 '세림이 법'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시행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어린이 보호차량 규정대로 노란색으로 칠한 차량들.

    동승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는 모습도 많이 보였는데요.

    하지만, 안전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 없이 아이들만 탄 통학버스.

    [초등학생 학원 통학버스 운전자]
    "제 차는 솔직히 말해서 (동승자가) 안 탑니다. 위험하기는 위험하겠지만 제가 조심을 해요. 조심을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학원에서 차량에 선생을 태워주면 하는데…."

    전 좌석에서 안전띠를 매야 하지만, 아예 매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린이집 통학버스 선생님]
    (아이들 안전벨트 해야 하지 않나요?)
    "안전벨트 저희 원래 잘하는데…."
    (지금 안 되어 있는데요?)
    "네 알았습니다. 잘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학원 차를 세워 문을 열자 어린이들이 안전띠를 매지 않았습니다.

    [학원 통학버스 보호자]
    "바로 여기서 내려왔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기다리니까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보호자가 같이 타지 않고 어린이들만 있는 통학차량도 있습니다.

    [통학차량 어린이]
    (선생님은 어디 있어요?)
    "아예 안 타요, 여기는. 그냥 알아서 내려요."

    '세림이법'은 통학차량을 경찰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학원이나 체육시설 통학차량의 70% 이상이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학차량에 치여 숨지거나 다친 어린이는 70명으로 작년 초 '세림이법'이 시행된 뒤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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