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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의료용 마약 관리 '구멍', 투약 사고 잇따라

[이브닝 이슈] 의료용 마약 관리 '구멍', 투약 사고 잇따라
입력 2016-08-09 17:51 | 수정 2016-08-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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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병원의 한 30대 간호조무사가 수술실에서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숨졌습니다.

    스스로 마약류 마취제를 투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먼저 사건 내용부터 영상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6일 오전 광주의 한 병원 수술실에서 간호조무사 33살 송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팔에는 수액주사 바늘이 꽂혀 있었고 마약류 마취제인 펜토탈소디움 0.5g 들이 빈 병 두 개가 옆에서 발견됐습니다.

    주간 근무를 마친 뒤 약병을 몰래 빼내 투약한 겁니다.

    지난해까지 수술실에서 일했던 송 씨는 마약류 마취제 유출 절차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병원 관계자]
    "직원이 보관한 것을 어떻게 다른 사물함을 열고 찾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중잠금을 하거든요."

    펜토탈소디움은 투약할 경우 환각상태를 일으키는 중독성 마약류 마취제로 일정량 이상 투약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광주 서부경찰서 관계자]
    "어떻게 해서 그것이 반출이 돼서 변사자가 투여를 하게 됐는지 차후에 수사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고, 병원 측의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관리 소홀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입니다.

    ◀ 앵커 ▶

    지금 들으신 것처럼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 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는 이런 마약류 의약품에 접근하기가 쉽다 보니 더 그럴 텐데요.

    그동안 어떤 투약사고가 있었는지 유선경 아나운서와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1월에는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종합병원의 간호조무사인 40살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김 씨는 왼팔에 링거주사를 꽂은 채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요.

    집 안에는 20밀리미터 용량의 프로포폴이 무려 41병이나 발견됐습니다.

    41병이면, 성인 130명을 마취시킬 수 있는 분량인데요.

    김 씨는 당시 병원에서 종합검진센터 내시경실 금고와 마약류 대장의 관리 업무를 맡고 있어서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바꾸는 방법으로 프로포폴을 빼돌렸습니다.

    투약사고, 이뿐만이 아닌데요.

    영상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입니다.

    새벽 0시 반쯤, 이곳에서 20대 여성 한 명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의 핏자국을 수상히 여기고 여성의 가방을 수색해 프로포폴과 주사기를 찾아냈습니다.

    이 여성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26살 오 모 씨였습니다.

    수술에 쓰고 남은 프로포폴을 몰래 빼내 자신의 몸에 투약한 뒤, 의식을 잃은 겁니다.

    오 씨는 전날 밤 퇴근을 하면서 성인 여성 2명을 순간적으로 전신마취할 수 있는 프로포폴 16밀리리터를 들고 나왔다가 집 아래 주차장에서 주사기를 이용해 절반 정도를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
    "6월부터 3번 정도 일하는 병원에서 가져와서 투약한 것 같고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했다고…."

    ◀ 유선경 아나운서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2010년부터 2년 동안 프로포폴 중독으로 숨진 36명을 조사해 본 결과 의사가 4명,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9명, 병원 직원 2명 등 의료계 종사자가 전체의 42%를 차지했습니다.

    또 프로포폴을 투약하다 숨진 의료계 종사자들은 주로 마취제를 취급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내과와 마취과에서 일해 약물을 구하기 쉬운 환경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겠죠.

    또 환자의 무통 주사액에 손댔다가 현장에서 들킨 종합병원 간호사도 있었는데요.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광주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8살 이 모 씨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환자의 병실에 들어가 환자에게 처방된 무통주사액을 주사기로 빼내 자신의 팔에 투약하다 환자에게 들킨 겁니다.

    [조 모 씨/환자]
    "수액을 교체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좀 많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눈을 뜨고 봤더니 피가 막 흘러있고, 간호사 손목에 바늘이 꽂혀있고…."

    이 무통주사에는 마약류로 분류되는 펜타민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병원 관계자]
    "일반적인 처방전으로는 구매를 못 하는 거예요. 수술한 다음에 통증이 경감되게…(쓰는 겁니다.)"

    경찰조사 결과 이 간호사는 환자들이 자고 있는 병실에 들어가 무통주사액을 몰래 빼내 상습적으로 투약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무통주사액을 호기심에 처음 주사한 뒤 마음이 편해져 상습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암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사용하는데요.

    최근에는 이 마약성 진통제를 빼돌려 투약한 국립대병원의 수간호사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입원 환자만 7백여 명에 이르는 암 치료 전문병원인 화순 전남대병원입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48살 조 모 씨는 암 환자에게 처방된 마약성분 진통제인 '염산 페치딘'을 상습 투약해왔습니다.

    관리직인 수간호사였던 조 씨는 약제부에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를 자신이 환자에게 직접 투약하겠다며 약을 빼냈습니다.

    암 환자 20여 명에게서 많게는 진통제의 3분의 1을 빼돌린 뒤 자신의 집에서 투약을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의사가 투약하라고 준 양에서 조금 남겨서 한 번 투약할 때 정량보다 남겨서 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조 씨는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진통제를 투약해왔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
    "우울증 증세가 약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약을 빼돌렸던 것 같고요. 지금 이 분이 이제 병가상태고 병원에서 징계 절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심지어 의료계 종사자가 마약류 의약품을 빼돌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소식은 나경철 아나운서와 살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간호사인 박 모 씨는 올해 3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입원 환자가 보관해둔 졸피뎀 40정을 몰래 빼돌렸습니다.

    박 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수면제를 구한다는 글에 댓글을 남겨 졸피뎀을 30만 원을 받고 판매하려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또 간호보조원인 강 모 씨의 경우, 올해 1월 졸피뎀 204정을 처방받아 11명에게 150만 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요.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이 병원은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환자당 주사 4개 분량을 썼다고 의약품 관리대장에 표기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됐습니다.

    실제는 2개 분량을 사용해 놓고, 다른 2개 분량은 빼돌린 겁니다.

    [행정실장]
    "마취할 때 (프로포폴을) 사용하죠."
    (프로포폴 관련해 단속 있었다고 들었는데?)
    "네. 그 즈음에…."

    이처럼 프로포폴이나 옥시코돈 등 마약류의 의약품 관리가 허술한 병원은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식약처가 해당 의약품을 많이 취급하는 병원 104곳을 조사했더니, 44곳이 이처럼 약품 사용기록을 허위로 쓰거나 어떤 것은 진료기록부를 남겨두지도 않았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현행법상 프로포폴 등 의료용으로 처방하는 마약성 진통제나 마취제는 다중 잠금장치가 설치된 철제 금고에 보관하고 재고량과 사용자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도록 돼 있는데요.

    업무상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의료계 종사자의 무단 유출이나 투약사고까지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의약품의 제조와 수입부터 유통, 소비 등을 추적 관리하는 '마약류 통합 관리시스템'을 현재 추진 중입니다.

    ◀ 앵커 ▶

    문제는 요즘 병원에서 간단한 성형 시술을 할 때도 간편하다는 이유로 수면 마취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수면 마취를 권하는 속내는 무엇일까요?

    영상을 통해서 가늠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눈 밑과 이마를 도톰하게 해준다는 이른바 필러 시술을 문의하자 바로 수면 마취를 권합니다.

    [◇◇병원 관계자]
    "한 10분 정도 잠깐 주무시는 거예요. 그럼 그때 필러랑 다 끝나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시술을) 받으실 수 있어요."

    또 다른 병원에서는 피부 탄력을 위한 레이저 시술에 당연한 것처럼 수면마취 비용을 요구하고

    [00병원 관계자]
    "수면마취 하셔야 해요. 위험하거나 그러지는 않고 수면마취 비용은 따로 있는데, 10만 원이에요."

    한결같이 통증을 느끼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하지만 의료계의 정설은 다릅니다.

    절개하지 않는 이런 미용 시술은 연고 마취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송인권/피부과 의사]
    "연고마취나 아니면 주사를 통해서 신경차단술을 함으로써 비교적 충분히 (통증을) 잘 커버할 수 있는 정도…."

    때문에 일부 병원이 굳이 수면마취를 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고마취는 연고를 바른 뒤 3~40분 뒤에 시술이 가능하지만, 수면마취는 마취 뒤 1분 이내에 시술에 들어가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시술을 끝낼 수 있는 겁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프로포폴 주고 잠깐 자고 나면 환자는 기억도 없고, 시술은 빨리 끝나고 이러니까 여러 가지 면에서 프로포폴이 선호되는 거죠."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은 몽롱한 상태로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나게 하는 약물로 일부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투약할 경우 의존과 중독 성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홍성진/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맞더라도 몇 번을 맞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의존성이 생길 수도 있는 거거든요. 혹시라도 중독성이 생길 가능성을 의사는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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