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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죽음의 알갱이' 미세플라스틱 내년부터 퇴출

[이브닝 이슈] '죽음의 알갱이' 미세플라스틱 내년부터 퇴출
입력 2016-09-30 17:27 | 수정 2016-09-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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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렇게 작은 알갱이들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 세안제나 이른바 '스크럽' 제품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피부 세정력을 높이고 각질 제거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이런 제품을 골라 쓰시는 분도 많은데요.

    그런데 이 작은 알갱이는 사실 '폴리에틸렌'이라는 합성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입니다.

    당연히 물에 녹지 않겠죠.

    이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우리 정부도 앞으로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을 순차적으로 퇴출시키기로 했습니다.

    먼저 보도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 스크럽 제품입니다.

    물에 헹궈보면 깨알보다 작은 알갱이가 나옵니다.

    모두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국내 스크럽 제품 331개가 이렇게 녹지 않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혜정]
    "(미세플라스틱) 그런 게 들어 있어요? 원래 호두씨나 곡물 갈아서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스크럽 제품은 각질이나 모공 속 때까지 씻어준다는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일반 비누와 기능에서 큰 차이가 없었고, 한 번 사용에 10만 개가량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바다로 버려져 자연 생태계 전반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등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제품 제조에 이런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2018년 7월부터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의 판매까지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 앵커 ▶

    이번에는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 중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의 현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권오상 과장/식약처 화장품정책과 ▶
    "2015년 실적에 의하면 국내 유통제품에는 약 350개 품목에서 400여 개 품목에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보통 '폴리에틸렌' 성분명으로 표기가 되고요. 아주 작은 알갱이부터 5mm 까지가 금번 규제 강화 대상에 적용이 됩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지난 4월에 54개 업체가 참여해서 '마이크로비즈(미세플라스틱)'를 향후 쓰지 않겠다는 협약을 한 바가 있습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점차 사용량을 줄여가고 있고요. 일단은 현재 사용되는 제품에 대한 처방 변경 등의 시간을 주고자 내년 7월부터 시행을 하고자 합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식약처가 어제 행정 예고한 화장품 안전기준 규정 개정안의 핵심은 '미세플라스틱'이 화장품의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새롭게 추가됐다는 점입니다.

    지름이 5mm보다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는 이제부터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금지 원료가 된 건데요.

    그렇다고 당장 제조와 유통까지 한꺼번에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은 내년 7월부터 규제한다는 계획인데요.

    화장품의 제조 방식과 원료를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사정을 고려해서 규제 시행을 조금 늦춰준 겁니다.

    그러니까 국산 화장품이라면 내년 7월에 생산되는 제품부터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이 금지되고, 수입 화장품이라면 내년 7월 통관되는 제품부터 규제에 들어가는 거죠.

    또 유통과 판매에 대한 규제는 2018년 7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은 2년 뒤에야 화장품 매대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그런데 나경철 아나운서, 이번 개정안은 화장품에만 한정된 건데, 우리가 쓰는 치약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이 많지 않나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치약 중에서도 간혹 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는 제품을 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안 그래도 식약처에 문의를 해 봤더니'이미 규제를 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치약은 화장품과 달리 '의약외품'으로 분류돼서 식약처 인허가 대상인데, 이미 식약처 내부적으로 인허가 심사지침을 고쳐서, 올해 상반기부터는 미세플라스틱 사용 치약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부터는 새로이 유통되지는 않고 있고요.

    다만, 그 이전에 이미 시장에 풀린 제품들은 약 9개 종류 정도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여러분께서 잘 판단하셔서 구매하셔야겠습니다.

    ◀ 앵커 ▶

    국제 사회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경고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불과 몇 해 전부터입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최근 들어서야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기 시작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환경파괴 문제가 대두된 걸까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무심코 버린 페트병이나 비닐, 스티로폼이 잘게 부서진 조각들이나 화장품, 치약 등에 함유된 연마제 알갱이들은 잘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기 십상입니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동물 플라크톤이 든 수조에 넣어봤습니다.

    수염을 움찔대며 흡입하듯 먹어 치웁니다.

    바다 먹이사슬의 출발점인 플랑크톤부터 플라스틱 축적이 시작된다는 게 확인된 겁니다.

    [매튜 콜 박사/엑서터 대학]
    "미세 플라스틱이 위험한 이유는 모든 동물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기 때문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어린 물고기, 즉 '치어'들도 미세플라스틱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습니다.

    갓 부화한 농어의 치어를 실제 바닷물과 동일한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수조에 넣었더니, 2주 만에 이 치어들의 뱃속에 플라스틱이 꽉 들어찼습니다.

    그런데 이 치어들을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치어들과 비교해봤더니, 2주 동안 자란 몸길이가 8.35mm로 깨끗한 물속에서 자란 정상 치어들보다 10% 정도, 성장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수조 안에 천적 물고기를 넣어봤더니,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치어들은 16시간 반 만에 모두 먹혀버렸습니다.

    80% 이상 살아남은 정상 치어들과 비교해 봤을 때 생존율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 건데요.

    연구진은 플라스틱에 들어 있는 신경 독성에 의해 물고기의 성장과 행동이 비정상적으로 바뀐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또 다른 연구는 더 충격적입니다.

    미세플라스틱에 장기간 노출된 수컷 송어의 고환에서 암컷에게만 있어야 할 난자 세포가 발견된 건데요.

    그러니까 암컷과 수컷이 뒤섞인 중성화 혹은 양성화 현상이 확인된 건데요.

    내분비 장애물질 등이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체 안에 축적돼,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해진 겁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직접 바다에 버려지는 페트병과 플라스틱 쓰레기 외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해 온 이 같은 미세 알갱이들도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 가 환경오염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죽음의 알갱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이런 알갱이들은 물고기 배에 들어간 뒤, 돌고 돌아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기도 합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명된 연구 결과는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꾸준히 그 위험성을 의심하고 또 경고하고 있습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하수관을 통해 바다로 흘러든 마이크로비즈가 새우, 홍합, 굴 등 각종 해양생물의 몸속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해양생물의 장폐색, 성장과 번식 장애 등이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인 1명이 해산물 섭취를 통해 매년 미세플라스틱 1만 개를 먹게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습니다.

    [로빈 스미스 박사/해양생물 전문가]
    "미세플라스틱은 먹이 사슬의 위쪽으로 올라갑니다. 인간이 가장 위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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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플라스틱이 든 치약을 사용한 뒤 잇몸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물에 녹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이와 잇몸 사이에 남아 질환을 유발하는 겁니다.

    [저스틴 필립/치과 의사]
    "잇몸에 남은 미세 플라스틱에 박테리아가 붙어 잇몸 질환을 일으킵니다. 이 질환은 잇몸 안 뼈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에는 살충제 등 화학 성분이 달라붙기 쉬운데, 어류 등 수중 생물이 오염된 플라스틱을 먹고, 이 독성을 다시 사람이 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마커스 에릭슨/환경단체 '파이브 자이어']
    "우리가 물고기를 먹게 되면 그 안에 쌓인 독성 물질도 함께 먹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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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과학자들은 환경오염이 거의 없는 극지방에서 수산물을 주식으로 하는 이누이트족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남녀 출생비율이 깨져 여아 출생이 늘고, 일부 부족원에게 화학물질 중독 증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수산물 속 미세플라스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어느 정도 위협이 되는지 현재로선 과학자들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밀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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