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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부부싸움 후 홧김에 폭행·방화, '위기의 가정'

[이브닝 이슈] 부부싸움 후 홧김에 폭행·방화, '위기의 가정'
입력 2016-10-24 17:24 | 수정 2016-10-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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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밤사이 전남 해남의 한 주택에 불이 나 중학생 딸이 숨지고 어머니가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방화 용의자는 바로 아버지였는데요.

    이 가족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김진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2층 집 대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거실 유리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검게 탄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 해남읍 52살 박 모 씨의 주택에서 불이 난 건 어젯밤(23) 10시 10분쯤.

    불은 20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집안에 있던 16살 박 씨의 딸이 숨지고, 아내 54살 허 모 씨가 중태에 빠졌습니다.

    [119 소방대원]
    "거실에서 급속하게 연소확대된 것으로 보이고 내장재 있잖습니까. 다 탔어요. 그게…."

    경찰은 남편 박 씨가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현장에서 긴급체포했습니다.

    박 씨는 부부싸움을 한 뒤 화가 나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다 뿌린 것은 맞지만 불을 직접 붙이지는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왼손잡이인 박 씨가 왼손에 화상을 입은 점을 토대로 국과수와 정밀감식을 한 뒤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MBC뉴스 김진선입니다.

    ◀ 앵커 ▶

    이처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방화 사건, 최근 잇따라 전해드리게 되는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인지 그 실태를 유선경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경찰청의 작년 범죄통계인데요.

    재작년 검거된 방화범 1천 4백 명의 범행 동기를 분석했더니, 우발적인 동기가 41%, 현실 불만이 9%를 차지했는데요.

    그다음 3번째로 많았던 방화 동기가 바로 가정불화였습니다.

    다시 말해, 재작년 발생한 방화 사건의 8% 정도는 '가정 구성원 간의 갈등' 때문에 발생했다는 얘기인데요.

    과연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영상부터 보시죠.

    ◀ 리포트 ▶

    어두컴컴한 집 안으로 소방관들이 손전등을 들고 진입합니다.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75살 김 모 씨가 20대 손녀와 아파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렀습니다.

    손녀는 먼저 집을 빠져나와 다치지 않았지만 김 씨는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손녀와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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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이 난 집 안방에서는 이 집에 살던 예순 살 이 모 씨와 이 씨의 아흔 살 아버지가 불에 타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 씨의 아내는 현장을 빠져나와 화를 면했으며, 아파트 주민 150여 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이 씨의 아내는 경찰에서 부부싸움 도중 갑자기 남편이 집안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아내와 말다툼 도중 홧김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국과수와 함께 정확한 화재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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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조 주택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불에 탔습니다.

    마당에 있던 승용차는 뼈대만 남았습니다.

    31살 박 모 씨가 62살 아버지를 둔기로 때린 뒤 아버지가 쓰러지자 가스라이터로 불을 지른 것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아버지가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며 야단을 치자 홧김에 살해한 뒤 창고에서 휘발유까지 가져와 집에 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음주운전을 하지 못하게 차 열쇠를 들고 이웃집으로 피한 뒤여서 화를 면했습니다.

    [119 소방대원]
    "지붕이 벌써 다 무너지고 있었죠, 저희가 도착했을 때. (시신 발견장소는) 입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패륜을 저지른 아들 박 씨에 대해 존속살해와 방화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앵커 ▶

    '어떤 힘든 상황이 있어도 내 아내는, 내 남편은 날 이해해 주겠지', 또 '우리 부모님은 날 이해해 주시겠지' 우리는 이런 기대를 하게 되죠.

    하지만,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애증과 갈등 상황이 증폭되다 결국 가장 안전하고 따뜻해야 할 가정에서 폭력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그 실태를 나경철 아나운서와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집안에서 폭력을 휘두르다 붙잡힌 가정폭력 사범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박남춘 의원실에서 분석한 자료인데요.

    경찰이 지난 5년간 검거한 가정폭력 사범이 무려 10만 명이 넘는 상황입니다.

    지난 한 해 가정폭력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4만 7천 명으로, 2011년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난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지난 한해만 놓고 봤을 때, 하루 평균 130명 이상이 가정폭력으로 붙잡힌 셈입니다.

    그럼 재작년에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의 통계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전체 1만 7천 건 중 1만 2천 건, 즉 70% 가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아내의 '남편에 대한 학대'는 6%로 나타났고, 아동 학대는 4%, 노인 학대는 5%로 분석됐습니다.

    올해 사법연감도 살펴보겠습니다.

    가정보호사건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만 건을 돌파했는데요.

    범죄 유형별로 보면, 상해나 폭행이 전체의 84%로 가장 많았고, 협박과 재물손괴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정 내 폭력사태를 불러온 주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많았던 건 '우발적 분노'로 전체의 32%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현실에 대한 불만'이 24%였고, '부당한 대우나 학대' 때문에 가정폭력을 저질렀다는 답변이 4%로 뒤를 이었습니다.

    ◀ 앵커 ▶

    폭력은 결국 폭력을 또 낳게 되는 경우가 많죠.

    20년 동안이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전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지난해 있었는데요.

    당시 아내는 전 남편이 만취한 상태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며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보도 영상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지난해 6월, 44살 조 모 씨는 이혼한 전 남편 문모씨가 집으로 찾아오자 같이 술을 마셨습니다.

    만취한 문 씨는 조 씨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자녀들 앞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습니다.

    난동을 부리던 문 씨는 바닥에 엎질러진 술을 밟고 미끄러져 정신을 잃었고, 조 씨는 쓰러진 전 남편의 얼굴을 둔기로 폭행한 뒤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조 씨는 '매 맞는 아내 증후군'에 따른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1,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남편이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던 만큼, 정당방위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같았습니다.

    20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린 조 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은 인정했지만 징역 2년의 형량은 깎지 않았습니다.

    이미 쓰러진 남편을 살해한 것이 유일한 가정폭력의 해결책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앵커 ▶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갈등이 계속 심해진다면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외부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집안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높은 게 사실이죠.

    유선경 아나운서와 그 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집안일'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3년 5천 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자료입니다.

    부부 사이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는데요.

    여성은 97.6%가, 남성은 98.9%가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이 폭력을 행했을 땐 어땠을까요?

    여성은 12%, 남성은 4%만 도움을 청했습니다.

    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남녀 응답자 모두 1%에 그쳤는데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여성 응답자들은 "폭력이 심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요.

    또 "집안일이 알려지는 게 창피해서", "가해자를 차마 신고할 수 없어서"라는 이유가 뒤를 이었습니다.

    남성 응답자들도 같은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이 반복되는데도 그대로 둘 경우, 살인사건과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폭력이 발생할 경우, 지체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건데요.

    국번 없이 1366이나 112에 신고를 하고, 긴급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는데요.

    가정폭력 가해자를 100미터 이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조치입니다.

    또 사건화되는 걸 원치 않을 경우에는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피해자 보호명령제도'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 사건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정현미/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Q. 가정폭력 발생 시? ]
    "폭력은 가정에서 일어나든 바깥에서 일어나든 어느 누구도,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허용될 수 없는 것이죠. 가정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굉장히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초반에) 그것을 알리고 상당 기관이라든지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가정폭력 처벌, 해외는? ]
    "우리는 지금 형사 처벌이냐 아니면 보호사건이라는 걸 두 개를 놓고 어느 것이 더 나을까라는 것에 사실은 머무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가해자로부터 재산을 박탈하는 것이 굉장히 좋은 효과를 갖는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남편이 가해자일 경우) 격리를 시키면서 집이 남편의 이름으로 돼 있거나 혹은 공동명의라 하더라도 그 자체를 그 피해자들이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피해자에게 넘겨줍니다. 가정 구성원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두고 떠나라 하는 그런 제도가 되는 거죠 그랬을 때 오히려 굉장히 가정폭력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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