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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관광버스 사고, 끼어들기·정원초과가 낳은 '참변'

[이브닝 이슈] 관광버스 사고, 끼어들기·정원초과가 낳은 '참변'
입력 2016-11-07 17:45 | 수정 2016-11-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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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제 오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단풍놀이를 가던 산악회 회원들이 타고 있던 버스로, 인명 피해가 컸는데요.

    먼저 당시 긴박했던 상황부터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고속도로 3차로를 달리던 관광버스 앞으로 오른쪽에서 갑자기 흰색 승용차가 끼어듭니다.

    휘청한 버스는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을 잇달아 들이받고 넘어집니다.

    일부 승객은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수십 명은 버스 안에 갇힌 상태.

    구조 요청이 이어집니다.

    "더 밀어봐요, 더 밀어봐요."

    지나던 운전자와 경찰, 부상자까지 힘을 합쳐 넘어진 버스를 세우려 안간힘을 씁니다.

    [목격자]
    "어떡하면 좋아. 사람들이 못 나오고 있어."

    오전 9시 반쯤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분기점 부근에서 55살 이 모 씨가 몰던 대형 관광버스가 옆으로 넘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75살 이 모 씨 등 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는데 8명은 중상입니다.

    [사고 관광버스 승객]
    "1차로로 피하다가 그때 이미 중심을 좀 잃었어요. 왜냐하면, 그 차가 너무 갑작스럽게 달려 들어오니까 중심을 잃었는데…."

    [김창규/고속도로순찰대]
    "자기 차량 앞으로 끼어들어서 그 차량을 피하기 위해서 핸들을 꺾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 앵커 ▶

    지금 보신 것처럼, 관광버스는 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드는 승용차를 피하려다 사고를 냈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냐, 의견이 분분한데요.

    사고가 난 장소와 사고 경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버스에 타고 있던 이들은 경기도 수원의 한 산악회 회원들로 단풍놀이차 전북 완주의 대둔산으로 내려가던 길이었습니다.

    어제 오전 7시 반쯤 수원에서 출발해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 분기점과 청주 분기점을 지나, 오전 9시 반쯤, 회덕분기점을 눈앞에 둔 지점에서 버스가 그만 중심을 잃었는데요.

    이 회덕분기점은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도로인 '251번 호남고속지선'으로 빠지는 분기점인데, 여기서 호남선 방향으로 빠지는 차선에 있던 승용차가, 갑자기 경부선 본선으로 끼어들면서 이를 피하려다 사고가 난 겁니다.

    이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재구성해봤는데요.

    관광버스가 달리던 차선은 경부고속도로 본선 3차로였고, 흰색 승용차는 호남고속지선으로 빠지는 차선으로 달리다가, 본선 옆의 백색지대로 들어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3차로에 있던 버스 앞으로 끼어들었고, 이를 승용차를 피하려던 버스는 1차선 쪽으로 핸들을 급히 틀었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다시 3차로 쪽으로 중심을 잃고 돌진했고, 결국 갓길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잔디밭으로 넘어지게 된 겁니다.

    이번에는 사고가 난 관광버스에 달려있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오른쪽 앞에 달리고 있던 흰색 승용차가 버스 앞으로 끼어들고, 버스는 왼쪽, 오른쪽, '갈지'자로 휘청거리다 넘어지고 맙니다.

    다시 한 번 볼까요?

    분기점으로 빠지지 않고 3차로로 끼어든 승용차, 이때 깜빡이도 켜지 않았는데요.

    버스는 이 승용차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넘어지고 맙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경찰이 현재 여러 가지 정황을 살피면서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일단 사고 차량을 운전했던 관광버스 기사, 55살 이 모 씨는 46인승 버스에 자신을 포함해 49명을 태운 사실이 확인되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정해진 승차 정원을 3명 초과하면서 인명 피해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별도로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파악 중인데요.

    일단 버스기사는 음주 운전이나 과속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따라서 버스기사가 주변 상황을 잘 살피지 않는 등 '안전운전 불이행'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흰색 승용차가 무리한 끼어들기로 '사고를 유발'한 건지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 앵커 ▶

    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넘어지는 이런 대형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버스 앞으로 끼어들었던 흰색 차량은 현장을 떠나버린 상황이었는데요.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에 드러난 차량 번호판에 대한 식별 작업을 거쳐 오늘 흰색 승용차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76살 노인이었는데요.

    경찰은 이 70대 운전자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이 내용은 이교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어제 26명의 사상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회덕분기점 관광버스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이 46인승 버스에 추가로 3명이 더 탑승한 사실을 뒤늦게 파인하고 기사 55살 이 모 씨를 불구속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산악회원들이 기사석 옆에 있는 접이식 보조석과 출입문 계단 등에 3명이 초과 탑승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좌석에 제대로 앉지 못하고 안전띠도 매지 않아, 인명피해가 더 컸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고 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든 흰색 쏘나타 승용차 운전자의 신병도 확보됐습니다.

    경찰은 차적 조회를 통해 승용차 운전자가 경기도에 사는 76살 윤 모 씨로 확인됨에 따라 윤 씨를 불러 직접 운전을 했는지, 급하게 차로를 변경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상자가 많은 사고인 만큼 '무리한 끼어들기'가 드러날 경우 도주 차량으로 처벌이 가능한 '비접촉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C뉴스 이교선입니다.

    ◀ 앵커 ▶

    자, 그럼 이런 상황에서 끼어든 차량과, 이를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난 차량, 누구의 과실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교통사고 전문가인, 한문철 변호사와 영상을 보면서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전해주시죠.

    ◀ 한문철/변호사 ▶

    이번 사고에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포인트는 바로 시속 100km로 달리던 관광버스가 약 20미터 전방에서 끼어드는 차량을 2초 안에 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버스는 단 2초 만에 56m를 진행하기 때문인데요.

    블랙박스 영상을 보시면, 날짜 설정이 잘못돼 있긴 합니다만 38초와 39초대에 흰색 승용차가 백색 안전지대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다 40초대에 버스가 달리고 있는 3차선으로 갑자기 진입을 하는데요.

    이때 두 차의 거리는 20미터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1초 뒤인 41초대에 버스가 휘청이기 시작하고, 42초대에 사고가 나는데요.

    흰색 승용차가 20미터 앞에서 진입을 시도하자, 단 1초 만에 버스가 핸들을 틀어 피하려다 사고가 난 겁니다.

    심지어 흰색 승용차는 깜빡이도 안 켜고 들어온 걸 볼 수 있죠.

    두 번째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흰색 승용차가 백색 실선을 넘어서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백색 실선은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입니다.

    노란색 중앙선과 마찬가지인 선이죠.

    그런데 흰색 승용차는 백색 실선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신호위반과 같은 중대한 '지시 위반' 사항인데요,

    호남선으로 빠지는 쪽으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이렇게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속도로에서는 이럴 경우 그냥 빠져야 합니다.

    돌아와 봐야 20분이면 충분한데, 이렇게 갑자기 들어오려 하면 사고 날 수 있어 위험합니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뺑소니' 여부인데요.

    현장에서 버스는 큰 사고가 났는데 정작 사고를 유발한 승용차는 제 갈 길을 가버렸거든요.

    이럴 때 자신이 끼어든 뒤 사고가 난 사실을 알았는데도 그냥 가버렸다면, 비록 차와 차 사이 접촉이 없는 사고여도 이는 '뺑소니'에 해당 됩니다.

    왜냐하면, 물리적인 접촉이 없었어도 앞 차량이 사고를 유발했으므로 뒷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승용차와 관광버스의 과실 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승용차에 100% 과실을 물어 마땅하지만, 관광버스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습니다.

    사고가 나기 3-4초 전에 흰색 승용차가 백색 안전지대로에 들어오는 걸 인지 가능했을 텐데요.

    이때 미리 속도를 좀 줄이거나, 경고하는 클락션을 울렸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따라서 관광버스 기사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서, 과실 비율은 승용차 7 : 버스 3, 혹은 승용차 8 : 버스 2 까지도 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 앵커 ▶

    지금 설명을 쭉 들으셨는데요.

    버스에 타고 있던 49명 중 4명이 목숨을 잃고 22명이 다쳤습니다.

    그런데 이와 상반되게 아주 미세한 타박상만 입은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버스에 타고 있던 산악회 회원들 중 18명은 간단한 타박상만 입은 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진술은 좌석에 앉았을 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산악회 관계자가 수차례 "안전벨트를 매라"고 강조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승차 정원을 초과해 탑승한 상태에서 미처 안전벨트를 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을 거라는 추정입니다.

    실제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경우의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면, 충돌 순간, 차 뒷좌석에 앉은 어린이 인형이 앞좌석에 얼굴을 들이받고 온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승용차든 버스든 맸을 때에 비해 사망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고 합니다.

    보도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안전띠를 매지 않은 운전자가 차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탑승자 4명 모두 안전띠를 매지 않아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반면, 중앙분리대를 넘을 뻔한 큰 사고였지만, 탑승자 4명 중 한 명만 가볍게 다쳤습니다.

    모두 안전띠를 맸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 주행속도의 절반 정도인 시속 56킬로미터로 충돌실험을 해봤습니다.

    안전띠를 맬 경우 충돌 이후 몸이 제자리에 돌아오지만, 안전띠를 안 맨 탑승객은 차량 실내에 온몸이 부딪힙니다.

    특히 에어백 등 안전장치가 없는 뒷좌석에서는 어린이가 크게 다칠 확률이 99%에 달했습니다.

    [김대업/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
    "(뒷좌석도) 동일하게 큰 상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앞쪽 시트에 머리가 강하게 부딪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또 에어백이 터지는 앞좌석이라도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가슴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의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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