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이브닝뉴스

[사건 속으로] 강간·살인범, 과학수사로 '18년 만에' 검거

[사건 속으로] 강간·살인범, 과학수사로 '18년 만에' 검거
입력 2016-11-21 17:47 | 수정 2016-11-21 17:48
재생목록
    ◀ 앵커 ▶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한 가정을 파탄 낸 아주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30대 여성이 한낮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한 건데요.

    당시 열 한 살 난 딸이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사건이었는데요.

    최근 용의자가 검거됐습니다.

    먼저 이지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경찰에 둘러싸인 한 남성이 체포영장을 보고 당황한 듯 되묻습니다.

    (강간살인 혐의로 체포하는 거예요.)
    "아니 무슨 말이세요?"

    이 남성은 44살 오 모 씨.

    20대였던 지난 1998년 가정주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18년 만에 체포된 겁니다.

    오 씨는 당시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집을 보겠다"며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찾아가 혼자 있던 34살 주부 문 모 씨를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150여만 원을 인출하면서 찍힌 사진과 DNA까지 확보했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해 18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비된 DNA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지난 6월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단서가 포착됐습니다.

    8천 명의 동종 전과자들 중 혈액형이 같고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들을 추려 잠복 수사를 하던 중 오 씨가 버린 담배꽁초에서 범인의 것과 일치하는 DNA를 찾아낸 겁니다.

    오 씨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평범한 가장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오 모 씨/피의자]
    "피해자분께 사죄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냥 지냈습니다. 순간적으로 우발적으로 그렇게 됐어요. 죄송합니다."

    경찰은 44살 오 모 씨를 강간살인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MBC뉴스 이지수입니다.

    ◀ 앵커 ▶

    유선경 아나운서, 그러니까 피의자가 이렇게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십수 년 만에 붙잡혔는데, 그동안 결혼도 하고 회사에도 다니고 있었군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한 경찰의 끈질긴 추적이 아니었다면, 장기 미제로 묻힐 뻔한 사건이었는데요.

    1998년 사건 당시, 경찰은 피의자의 DNA와 사진을 확보해 2년간 수사했지만 피의자는 쉽사리 잡히질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18년이 지난 후에야 당시 수사팀의 막내 형사에 의해 끝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KBS 사건25시 (1998.12.2)]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 용의자는 윤곽이 뚜렷하고 얼굴이 약간 네모난 편입니다. 최소한 170cm가 넘는 큰 키라고 합니다."

    공개수배까지 하며 수사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던 사건.

    시간이 흘러 막내 형사가 광역수사대로 전입해 재수사에 착수했고 상황은 변했습니다.

    [김응희경위/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는 누구나 해결 못 한 강력사건은 항상 해결하고자 가슴에 가지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11살 딸이 현장을 목격한 것이 가슴 아팠고,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슴 속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늦게나마 피해자의 한을 덜어 드려서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김 경위는 범행 당시 범인의 연령을 20대로 추정하고 재수사에 돌입했는데요.

    1965년부터 1975년 사이 출생한 유사수법 전과자들 8천여 명 가운데 피의자와 같은 혈액형인 125명을 추렸습니다.

    이 가운데, 범행 당시 현금인출기에서 찍힌 사진을 토대로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했는데요.

    용의자가 버리고 간 담배꽁초에서 DNA를 채취했더니 범행 현장에서 나온 DNA와 일치했고, 결국 범인을 18년 만에 찾게 된 겁니다.

    국내에서 DNA 감식이 처음 시도된 건 화성연쇄살인사건 때입니다.

    이제는 범행 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여기저기 묻은 혈흔은 물론, 미세한 증거에서도 DNA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DNA에는 혈액형이나 성별 등 개인을 특정하는 유전 정보가 담겨 있는데, 그동안 인권 침해 논란 속에 지난 2010년, 결국 DNA법이 시행됐습니다.

    경찰은 현재 범죄자 16만 명의 DNA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미제사건들이지만 최근 이 같은 DNA 수사로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얼마 전엔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가운데 1명이, 9년 전 대전에서도 성폭행을 저질렀던 사실이 DNA 감정으로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9월부터 1천 8백여 건에 이르는 장기 미제 사건의 용의자 DNA를 재감정하고 있습니다.

    보도 영상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13년 전, 인천의 한 상가.

    지하 이발소의 여주인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큰 길가에 있는 상가였지만 목격자는 없었습니다.

    성범죄 흔적도, 범인의 지문과 발자국, 흉기 또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웃 주민]
    "두 사람이 들어와서 팔을 잡고 목을 젖혀서 여기 한 번, 딱 찔러서 죽였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경찰은 이 사건 수사에 다시 착수했습니다.

    사건 당시 이불에 묻어 있던 작은 혈흔, 여기서 얻어낸 DNA가 단서입니다.

    이렇게 DNA를 근거로 이번에 재수사에 들어가는 사건만 전국적으로 1천 8백여 건에 이릅니다.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DNA가 저장된 곳.

    데이터베이스의 심장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현재 이곳엔 약 5만 명의 DNA가 영하 20도 상태에서 보관돼 있습니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도 DNA를 추출해내고 있습니다.

    ◀ 앵커 ▶

    지금 보신 것처럼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신의 신원을 감추려고 하는 범인들도 결국, 꼬리를 잡히고 마는데요.

    국내 과학수사가 어디까지 왔는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61살 강 모 씨는 지난 1년간 경기도 의정부 일대 주택가에서 상습적으로 절도를 했는데 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아 일명 '날다람쥐'로 불렸습니다.

    CCTV에 얼굴이 찍힐까 봐 모자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고, 지문과 족적을 남길까 봐 손엔 장갑을, 신발엔 다시 덧신을 신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이 이 시스템으로 강 씨의 동선을 분석했더니 다음 범죄는 화요일과 금요일 새벽 5시쯤으로 예상됐습니다.

    절도 현장도 예측됐습니다.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한 지 5시간.

    강 씨는 형사들 앞에서 남의 집 담장을 넘으려다 결국 덜미를 잡혔습니다.

    ==============================

    아동복 매장에서도 얼굴을 상자로 가리고 단 1분 만에 금품을 훔쳐 도망칩니다.

    [박동기/경남 진해경찰서 형사계장]
    "피의자는 지문을 일절 남기지 않았고 침입한 흔적조차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걸음걸이 분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경찰의 끈질긴 추적으로 최씨의 신출귀몰한 범행도 결국 꼬리가 잡혔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