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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불금' 대신 '불목'? 주 4일제 근무도 속속

[앵커의 눈] '불금' 대신 '불목'? 주 4일제 근무도 속속
입력 2016-01-21 20:38 | 수정 2016-01-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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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기억하십니까?

    주 5일제 전까지만 해도 주말의 시작은 토요일 오후였죠.

    지금은 '불금', 즉 불타는 금요일이 대세입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사실상 주말이죠.

    ◀ 앵커 ▶

    그럼 오늘 목요일 저녁은 어떠신가요?

    내일 하루만 더 일하면 되는구나, 긴장이 좀 풀리신 분들 있을 겁니다.

    이런 심리, 업계에서 놓칠 리 없겠죠.

    먼저 목요일 마케팅 현장을 나세웅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오늘 아침 서울 대형 백화점 식품관.

    한복을 입은 판매사원들이 분주하게 곶감을 늘어놓습니다.

    수산물 매대엔 굴비세트가 차곡차곡 채워지고, 각종 과일과 제수용 고기도 행사용 판매대에 진열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보통 금요일에 시작하던 설 특별 행사를 목요일인 오늘, 시작한 겁니다.

    [김기준]
    "금요일은 복잡할 것 같고 목요일이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정기세일 등 모든 행사를 목요일에 시작한다는 게 이 백화점의 공식 방침.

    목요일부터 주말을 준비하는 고객들의 지갑을 노리겠다는 겁니다.

    [이종석/신세계 백화점 과장]
    "(고객들이) 이제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도 주말로 인식을 해서…."

    ◀ 앵커 ▶

    이걸 한번 보실까요?

    1969년 최초의 백화점 세일 광고입니다.

    시작은 금요일이었습니다.

    47년간 이어졌던 이 전통이 깨진 겁니다.

    목요일로 바뀐 거죠.

    ◀ 앵커 ▶

    여행업계를 볼까요?

    해외여행 출발이 가장 많은 날, 역시 목요일입니다.

    하루 이틀 휴가 내고 주말을 붙여서, 해외여행 나가는 게 보편화된 거죠.

    ◀ 앵커 ▶

    또 다른 즐길 거리, 극장도 한 번 가 볼까요?

    영화 개봉 요일을 통계 내 봤는데요.

    1990년대엔 극장에선 열 편 중 아홉 편이 토요일에 개봉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선 80% 가까이가 금요일, 하루 앞당겨졌고요.

    작년엔 절반 넘게 목요일, 심지어 수요일로 앞당겨 스크린에 올린 영화도 26%나 됩니다.

    ◀ 앵커 ▶

    왜 목요일일까요?

    목요일에 세일 행사를 시작해도, 손님은 여전히 주말에 몰리고요.

    영화도 일찍 개봉해 봤자 역시 관객 몰리는 건 토요일, 일요일입니다.

    그런데도 목요일을 노리는 속내, 김정원 기자의 설명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오늘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

    목요일 개봉을 알리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오늘 새로 선보인 영화만 8편.

    관객들도 '목요일 개봉'이 낯설지 않습니다.

    [진지효/관객]
    "영화들이 대부분 목요일에 개봉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먼저 일찍 보려고 목요일에 왔어요."

    2004년, 금요일 관행을 뒤집고 목요일에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

    1천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이듬해 왕의 남자, 그다음 해 괴물.

    천만 영화는 모두 목요일에 개봉하면서, 목요일 개봉 공식이 굳어졌고 수요일 개봉 영화까지 등장했습니다.

    언제 개봉하는지 관심이 높은 대작일수록 빨리 개봉해 관객 수를 늘리려는 겁니다.

    매주 많게는 10편 넘게 쏟아지는 상황.

    개봉 2-3일, 주말 직전까지 '재미있다' 입소문이 나야, 주말 흥행몰이에 성공합니다.

    [양지혜/ 영화배급사 '뉴' 팀장]
    "목요일에 개봉해서 입소문을 내고 입소문이 주말 관객까지 이어진 다음 결국 흥행까지 이어지는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 앵커 ▶

    어떻습니까.

    미리 분위기를 일으켜서 주말까지 세를 몰아간다는 전략, 그럴 듯하죠?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지 10년 남짓,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꿔놓은 겁니다.

    ◀ 앵커 ▶

    만약 주 4일제 라면 어떨까요?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과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경영 악화로 인건비룰 줄이기 위해서 한때 도입했고요.

    지금과 반대로 기름 값이 급등했던 2008년, 미국 유타주 정부와 학교 등이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나흘만 일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비용 절감이 목적인 경우들인데요.

    일본의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근로시간과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주 4일제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주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박영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온천수 화장품을 개발해 전국 마트 등에 공급하고 있는 중소기업.

    3년 전부터 주4일 근무제가 도입됐습니다.

    [황인호/과장]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좋은 아빠가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최정욱/대리]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이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기타를 배우면서 새로운 악기를 도전해 보기도 하고요."

    덜 일하는데도 오히려 매출은 꾸준히 늘어 작년 1백억 원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이 디자인업체도 새해부터 주 4일제를 시범운영 중입니다.

    이제 3주째, 단점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김미나/사원]
    "단점을 꼽을 수가 없어요. 남들은 불금인데 저희는 이제 불목이잖아요. 그래서 목요일 저녁부터는 다음날 나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을…."

    [김나영/대리]
    "작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목요일날 저녁에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북경에 다녀왔어요."

    [박준수/대리]
    부모님은 그렇게 썩 좋아하시지 않는 것 같은데 집에 오래 있어서…. 이번 주는 친구들이랑 가까운 데로 간단하게 놀러 갔다 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주4일 근무, 불타는 목요일.

    아직은 먼 얘기 같죠.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처럼 일주일에 이틀도 제대로 못 쉬는 직장인이 많은 게 우리 현실인데요.

    목요일부터 주말이라고 분위기 내면서 지갑 열라는 업체들의 공세가 씁쓸하게도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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