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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냉파 신드롬, 불황 속 '짠테크' 뜬다

[앵커의 눈] 냉파 신드롬, 불황 속 '짠테크' 뜬다
입력 2016-02-11 20:37 | 수정 2016-02-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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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설 연휴에 명절음식, 많이들 드셨습니까?

    잔뜩 먹고도 남은 음식, 고향 인심에 바리바리 싸 주신 음식들, 냉장고에 한가득인 집도 많을 텐데요.

    ◀ 앵커 ▶

    혹시 '냉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냉장고 파먹기'라는 말을 줄인 건데요.

    명절음식까지 더해져 꽉 찬 냉장고 정리 한번 해야겠다 싶으셨다면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네 살 여섯 살 아이를 둔 천윤아 주부.

    아이들 먹거리에 고향에서 가져온 음식까지 넣으면 냉장고는 이미 가득입니다.

    하지만 막상 음식을 하려면 부족한 게 또 생겨 장을 다시 보고는 했습니다.

    [천윤아]
    "아이들 먹거리라든지 이런 것들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틈틈이 또 장을 보게 되고..."

    그런데 '냉장고 파먹기' 이른바 '냉파' 비법을 배우면서 냉장고 안이 점점 비워졌습니다.

    [천윤아]
    "냉장고 속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도 반찬이나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고, 한 열흘 정도는 장을 안 보고도 충분히..."

    생선전 등을 넣어 끓인 해물찌개, 냉동만두를 넣어 만든 야채카레 등 모두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만으로 만든 이색요리들입니다.

    '냉장고 파먹기'를 시작한 뒤로는 수시로 장을 보거나 한 번에 많은 식재료를 사던 습관도 바뀌었습니다.

    [천윤아]
    "자투리 야채는 이렇게 하나씩 넣어두면 요리할 때마다 바로 꺼내서 조리하면 되고요..."

    ◀ 앵커 ▶

    냉장고 파먹기, 그러니까 장을 새로 보지 않고 냉장고 안의 식재료만을 활용해 조리한다는 거군요?

    ◀ 앵커 ▶

    그런데 이 냉장고 파먹기에도 요령이 있는데요.

    먼저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부터 알아야겠죠.

    냉장과 냉동실, 김치 냉장고, 또 다용도실이나 수납장에 넣어둔 뿌리 식품이나 캔 음식까지 모두 파악하는 이른바 '냉장고 지도'를 작성합니다.

    여기에 있는 식재료들을 잘 조합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하나씩 지워가는 건데요.

    기존 조리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대체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단계도 있는데요.

    김치나 간장 등의 염장류를 뺀 모든 냉장 음식을 비우면 1단계, 냉동고를 얼음만 남기고 비우면 2단계, 그리고 냉장고가 필요없는 수준까지 이르면 최고 단계로 분류됩니다.

    ◀ 앵커 ▶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니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고, 냉장고 효율도 좋아져 전기료까지 아낄 수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이 '냉장고 파먹기'가 최근 들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나요?

    ◀ 앵커 ▶

    사실 이 '냉파'라는 말은 몇 년 전부터 쓰이던 말인데요,

    세계 경제가 저성장세를 이어가자 한 푼이라도 더 아끼자는 이른바 '생활밀착형 절약법'이 인터넷 카페나 서점가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겁니다.

    '냉파'라는 말을 유행시킨 한 인터넷 카페는 회원 수가 최근 80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운영진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이대표/짠돌이 카페 운영진]
    "처음에는 강남에 출근하는 젊은 남성 직장인들이 모여 직장생활에 필요한 절약 노하우를 공유하는 작은 모임이었습니다. 지금은 젊은 짠순이 주부들이 참여하며 실생활에 필요한 냉파, 봉투가계부 같은 깨알 같은 정보를 공유하며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 앵커 ▶

    혹시 짠테크라고 들어보셨나요?

    '짠돌이'라는 말에 재테크가 합쳐져 생긴 말인데요,

    이 절약법이 무조건 소비를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김재영 기자가 짠테크의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 리포트 ▶

    5년차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은지 씨는 최근 생활비를 하루 단위로 쪼개 봉투에 넣어서 다닙니다.

    일명 '봉투 살림법'

    월급을 받으면 모두 현금으로 찾은 뒤 절반 정도는 적금을 붓고 나머지 생활비는 하루 단위로 쪼개서 봉투에 담아, 그 돈으로만 생활하는 겁니다.

    [김은지]
    "(예전에는) 쓸데없는 것도 많이 사게 되고 1+1 상품도 많이 사게 됐는데, 봉투로 (하루) 지출을 정해버리니까 필요한 것만 사게 되고..."

    월세 30만 원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한 주부 안영진 씨.

    결혼 10년여 만에 이른바 '강남'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비결은 절약.

    4인 가족의 통신비는 6만 원 안팎으로 평균 15만 원 내외인 일반가정의 절반 수준이고 옷가지는 친척이나 지인들과 돌려가며 바꿔입습니다.

    "이사 가신다든지 그럴 때 이렇게 정리하시잖아요. 나름대로 괜찮더라고요."

    쓰지 않는 물건이 생기면 곧바로 중고시장에 팔고, 단 몇 %라도 이자가 높은 저축상품이 있으면 몇 번이라도 통장을 갈아타면서 스무 개가 넘는 통장을 관리합니다.

    "가족 이름별로 10만 원씩 조금씩 (나눠서) 적금을 해요. 갑자기 자금이 필요할 때 만기날짜가 다르니까 모든 걸 깰 필요없이..."

    ◀ 앵커 ▶

    소득은 안 늘고 물가는 오르고 미래가 불안하니 허리띠부터 졸라매는 게 저성장시대 생존법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짠테크족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 앵커 ▶

    가족여행이나 내 집 인테리어 같은 중단기 보상책과 목표를 만들어서 써야 할 때는 쓰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절약도 더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겠죠.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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