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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돈 버는 지자체 '캐릭터', 우리는?

[앵커의 눈] 돈 버는 지자체 '캐릭터', 우리는?
입력 2016-03-18 20:35 | 수정 2016-03-1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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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말끝마다 '고양'을 붙이는 고양이 캐릭터.

    이 노래에선 '부천'이란 말이 들리는 것 같죠?

    ◀ 앵커 ▶

    눈치, 채셨습니까?

    요즘 SNS에서 인기라는 지자체 캐릭터들입니다.

    전재홍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사진도 찍고 껴안아도 보고 경기도 부천시의 캐릭터 부천핸썹입니다.

    흑인 음악에 많이 쓰이는 노래 가사와 '부천'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겁니다.

    "부천시가 캐릭터 제작에 들인 비용은 인형 탈을 만드는 데 쓴 이백만 원이 전부였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부천시의 SNS 계정 방문은 열여덟 배, 댓글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4년째 고양시를 대표하고 있는 '고양고양이'.

    지역 축제에 나서 사인회도 하는 스타.

    관광객들까지 알아보는 명물입니다.

    일산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고양시'를 알리기 위해 만든 캐릭터가 이른바 대박을 친 겁니다.

    ◀ 앵커 ▶

    전국 광역단체의 캐릭터들입니다.

    전남을 빼고 열여섯 개인데요.

    시군구까지 하면 전국 지자체의 88%가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돌하르방과 해녀 하면 떠오르는 제주, 고래 축제가 유명한 울산, 강원도 반달곰도 눈에 띄네요.

    지역에 맞는 그럴 듯한 캐릭터들이죠.

    보신각종이 유명한 서울 종로, 고인돌이 많은 인천 강화도 있고요.

    홍길동전의 배경인 전남 장성은 20년 가까이 홍길동을 캐릭터로 쓰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 캐릭터들은 어떤가요?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그렸다는 블루링, 역동적인 꿈을 상징한다는 마법 풍선요정, 이웃과 정을 나눈다는 뜻의 나눗셈 기호.

    어떤 지역일까 금방 연상이 되지가 않죠.

    서울시의 세 자치구, 충남과 세종시, 부산 수영구와 광주 남구, 섞어놓으면 구별 잘 안 될 정도로 비슷합니다.

    또 해를 주제로 삼은 지역이 네 곳, 소를 캐릭터로 쓴 곳이 세 곳이고요.

    두 지역의 철새 캐릭터도 비슷하죠.

    개성도 홍보도 부족한 곳이 많습니다.

    [김순자]
    "모르겠는데요, 사람들이 캐릭터 있는 거 자체를 모르는 것 같던데..."

    [이준희]
    "잘 볼 수 없는데다가 오늘 처음 알았어요."

    [이은섭]
    "이거는 처음 봤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전부 모를 거 같아요."

    [박누리]
    "동대문구 사는데 몰랐어요."

    ◀ 앵커 ▶

    새빨간 뺨이 인상적인 이 흑곰, 일본 구마모토현의 캐릭터 구마몬입니다.

    그냥 귀엽고 단순하게 보이십니까.

    2011년 일본 캐릭터 대회 우승자이자, 작년 관련상품으로 무려 1조 원을 벌었습니다.

    이런 귀한 캐릭터, 구마몬 하나뿐일까요?

    전재호 특파원이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제 옆에 있는 군마짱을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2014년에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로 뽑혔던, 군마현 마스코트입니다.

    온종일 고향 알리기가 임무이다 보니 고향은 군마현이지만, 주소는 도쿄입니다.

    군마의 35개 도읍 개수에 맞춰 35개 모습으로 변신하는 게 군마짱의 특기입니다.

    [아오키 마나부/군마종합정보센터]
    "군마짱의 TV 출연 등 여러 활동을 광고 효과로 환산하면, 15억 엔(160억 원) 가량 됩니다."

    줄에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가 보니 캐릭터들이 춤솜씨를 뽐내고 있습니다.

    [심사위원]
    "아 정말 귀여워요."

    구마몬, 군마짱을 스타로 만들어 준 전국 캐릭터 대회, '유루캬라'입니다.

    군마짱이 재작년 이 대회 우승으로 특산품 매출을 스무 배나 끌어올렸을 정도로 경제적 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렇다 보니 참가 캐릭터는 무려 1천7백여 개, 개성 있고 다양한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수만 명의 인파가 행사장을 찾고, 인터넷, 현장을 합쳐 5천만 표가 몰릴 정도로 국민적 관심도 뜨겁습니다.

    ◀ 앵커 ▶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기억하는 분 많으실 겁니다.

    서울시가 호돌이 아들 왕범이를 캐릭터로 삼아 10년 넘게 활용했지만, 큰 인기는 얻지 못했죠.

    결국, 2009년 '해치'로 교체가 됐습니다.

    ◀ 앵커 ▶

    야심 차게 등장한 해치, 애니메이션까지 만들면서 50억 원 넘는 돈을 홍보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남은 건 택시 문짝뿐이란 얘기까지 듣는 실정이죠.

    수명 짧은 캐릭터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박영회 기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 리포트 ▶

    도시 이름부터 '작은 곰'인 베를린, 곳곳에 시의 상징 '버디 베어'가 놓여있습니다.

    색과 무늬가 다양하지만, 앞발을 치켜든 모양은 똑같습니다.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인 상상 속 동물인 머라이언, 1964년부터 싱가포르의 명물이 됐습니다.

    캐릭터들이 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채 지역 이미지와 역사를 함께 만든 셈입니다.

    강원도 인제의 마스코트는 '수달', 하지만, 지역 대표 행사인 '빙어축제'에선 빙어의 천적이란 이유로 교체됐습니다.

    캐릭터 따로, 마스코트 따로.

    일반 캐릭터와, SNS 캐릭터는 또 별도로.

    캐릭터는 난립하고 대표성은 떨어집니다.

    [최낙원/브랜드리딩대표]
    "아름다운 것만 추구하고 복잡해져 있습니다. 적용이 안 돼요, 좀 응용을 한다거나 조금 바꿔보자 할 때는 아예 그것이 불가능하게..."

    캐릭터 하나 만드는 비용은 수천만 원 수준, 하지만, 한번 만들면 공공시설물과 행사까지, 수백억 원어치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데도, 장기적인 계획은 없는 겁니다.

    [남진규/디피에스대표]
    "연예인이 성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를 진행하지 않습니까? 캐릭터 역시도 팬들을 많이 형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거죠."

    ◀ 앵커 ▶

    구마몬이 붉은 뺨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시민들이 찾아달라.

    시민들의 제보가 쏟아졌다고 하죠.

    토마토와 수박 등 구마모토 현의 붉은색 특산품을 홍보하려는 전략이었는데, 조회 수 16만 건에 60억 원 넘는 홍보 효과까지 거뒀습니다.

    지역을 알리고 돈까지 벌어들이는 캐릭터, 그 힘은 지역 주민들의 공감에서 나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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